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40화 (240/450)

8년 30화

혼자

침묵이 찾아온다. 완전한 무음은 아니다. 야외에 시골이라 그런지 바람 지나는 소리나 초목이 스치는 소리, 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생각보다 바람이 센 걸까. 흥분해서 몸이 달아오른 탓인가 춥지는 않지만.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짓기에 움직여보도록 말한다. 스스로 넣어놓고 주저앉은 걸 보면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과연, 눈동자에 이해의 색이 비친다. 아아, 그랬지,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녀가 허리를 움직이며 몸을 기울인다. 아주 조금 몸이 엇박자로 움직이기는 했다. 그러나 사정에 달할 정도는 전혀 아니고, 쾌감도 없다. 그녀 본인마저도 석연치 않아 보인다. 앉은 그대로 의자를 움직이듯 앞뒤로 몸을 흔들어보지만, 그것도 어떤가.

안 움직여, 하고 불만을 흘린다. 내 생각엔, 양쪽 다리를 뻗고 앉아버리면 움직여도 움직일 수가 없지 않을까. 아무리 몸을 기울여봐도 넣고 빼는 움직임이 되지는 않는다. 발바닥이나 무언가로 자세를 다잡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그럼 솔직하게 그걸 전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몸은 커져서 건방진 소리를 하게 되었지만, 어딘가 빠져있다. 어린애라서 그런지, 성격인지는 몰라도 잘 마무리하지 못한다. 그게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딱히 오늘이 최고가 아니어도 좋다. 비디오에서 여배우가 하듯이 움직여주기를 바란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겠지.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시도하고, 생각하고, 배울 터다. 수학이나 요리가 아니니 정답이라 생각하는 걸 뚝딱 내놓지 않아도 된다.

나는 나대로 양손을 뻗는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그녀의 가슴에 눈길이 향한다. 유방의 부품에 그림자가 져서 위에서 내려볼 때보다 커 보인다. 눈앞의 사이즈가 변한 건 아니다. 눈의 착각이기는 하나, 더욱 매력적으로 비추는 것이다.

위치가 바뀌면 닿는 방식도 변하게 된다. 정면에서 만질 때는 손바닥 중앙에 유두가 오는데, 내 몸이 더 크기에 손목 구조상 그렇게 된다. 지금은 그녀가 위쪽에 있어서 그러기는 멀다. 손을 뻗자, 자연스럽게 엄지와 검지 사이에 가슴이 온다.

다른 곳에서 만지면 다른 느낌이 된다. 감촉은 같더라도 감각이 다르다. 손가락 중에서도 특히 섬세한 엄지와 검지이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감촉이 선명하게 전해진다. 만지기보다는 사이에 끼워진다. 손끝의 매끄러운 즐거움이 있는 한편, 세로로 눌린 가슴 모양이 어쩐지 재미있다.

그녀는 그녀대로 내 손이 체중을 지지해준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몸을 앞으로 쭉 내미나 싶더니, 더욱 대담하게 허리를 사용하게 되었다. 엉덩이에 묵직하게 힘을 담아 앞뒤로 잘게 흔든다. 그건 당연히 내가 올라탔을 때와 같은 큰 폭은 아니다.

몇 번이고 반복하는 동안 그녀의 허리가 점점 도망간다. 허벅지 위에 있던 엉덩이가 무릎 관절까지 어긋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움직여버리는 건가. 아니, 다르다. 기분 좋은 곳에 닿도록 자연스럽게 맞추고 있는 게 아닐까.

휘파람이라도 불듯 입을 내민다. 단지 거기에서 소리가 흐르는 일은 없고, 그저 얕은 숨소리만이 빠져나온다. 눈을 가늘인 채 멍하니 아래를 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면 이건 상당히 못생긴 얼굴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이라도 찍었다가는 충격을 받음이 틀림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모습을 무의식적으로라도 보이는 건 나라서 그런 게 아닐까. 열중하는 그녀의 모습을 아는 건 나뿐이다. 자극 때문이 아닌, 그런 사랑스러움. 독점욕과 지배감으로 고간에 피가 모여간다. 사람에 따라 다른지 더 굵거나 커지지는 않고, 아무래도 더 단단해지는 형태가 된다.

눈과 눈이 마주친다. 부끄러워서 눈을 피하나 싶었지만 그녀는 어째선지 기쁘게 미소짓더니 허리를 꾹꾹 흔들었다. 마치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서로 눈을 떼지 못한다. 내 심장의 고동이 전해지듯 그녀가 무언가 기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는 것 같다.

셋, 둘, 하나. 눈앞의 것을 헤아린다. 그녀의 양 무릎이 꺾어지고는 닫히더니 내 가슴 주변에 다리를 걸친다. 사이에 낀 내 양팔에 희미한 여운이 전해진다. 후우, 하는 긴 한숨이 흘렀고, 내 배 위에 끈적이는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그녀의 느슨해진 입술에서 타액이 떨어지고 있다.

내 물건을 사용해서 내게 걸터앉은 채로 하고 있었다. 눈도 마주치고 손가락으로 닿기는 했으나, 그녀는 그녀의 일을 한 것처럼 보였다. 도구라고 하면 듣기는 나쁘지만, 나는 생각대로 움직일 뿐인 인형이나 마찬가지였다. 하나 그것은 이상하게도 기쁜 일이었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바라는 일을 할 수 있었고, 그것을 충족할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나와 했을 때도 애정표현이었거나 그저 어울려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둘 모두의 즐거움이자 쾌락이 되었다. 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이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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