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41화 (241/450)

9년 1화

무게

요즘 들어 힘든 일이 있다. 그녀를 안아 들고 키스하는 일이다. 그것 자체는 괜찮다.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걸 위한 운동도 계속해왔다. 말하자면 내 젊음의 상징 같은 것이다. 이제는 젊지 않은 내가 그녀를 따라갈 수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그 젊음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내 근력 자체는 조금씩 향상되고 있지 쇠약해지지는 않았다. 변한 건 그녀다. 키는 그렇게 크지 않다. 백 오십 정도일까. 체중이 문제다. 가르쳐준 적은 없어도 오십 킬로 정도는 되지 않을까.

아주 살쪄 보이지는 않는다. 그에 반해 체중이 나가는 건 운동의 성과겠지. 날 따라서 조깅 같은 걸 하는 탓에 근육이 있다. 근육은 지방보다 무거워서 날씬하더라도 보기보다 무겁다. 그걸 들어 올리는 것이다.

이게 공주님 안기나 등으로 업을 때는 다른데, 앞에서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들어 올리게 되면 갑자기 힘들어진다. 잘 받치지 않으면 팔이 빠지겠다고 불만을 토한다. 부드럽게 꽉, 이라는 난제를 충족하려면 상당한 근력이 필요해진다.

집에 돌아오자 그녀가 기세 좋게 태클을 걸어왔다. 딱히 태클을 걸 생각은 없었겠지. 그저 안겨들었을 뿐이다. 단, 순발력과 체중을 겸비한 그녀의 몸통 박치기라 상당한 충격이 있다. 온다는 걸 알아도 좀처럼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낮에 무얼 했는지가 상당한 차이를 낳는다. 얌전히 공부했거나 과자를 만든 날은 약하다. 반면에 체육 수업으로 농구를 했다거나 발레를 한 날은 충격도 강해진다. 끝쪽 방이라 사람이 오지는 않지만 남에게 들킬 뻔한 적도 있다. 부녀간의 스킨십으로 품에 안기는 건 일본에서는 별로 없겠지.

그 이후로는 현관에서 기다리더라도 문을 닫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한걸음 나아지기는 했어도 태클의 충격은 거세질 뿐이다. 그 자세 그대로 영차, 하고 그녀를 들어 올려야만 하는데, 피곤할 때는 금방 힘이 들어가지 않기도 한다.

멍하니 서 있으면 그녀가 턱으로 누른다. 꾹꾹 눌러대면 달래기도 한 고생이다. 차라리 이마였으면 귀여웠겠지 싶은데, 턱을 치켜들고 하니 못생겨 보인다. 그것도 그거대로 귀엽기는 하다만.

사람은 신기하게도 힘을 줄 때 자연스럽게 기합이 나오게 된다. 이영차, 하는 소리가 나면 아저씨 같다고 웃을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그렇다고 너무 기합을 넣어 소리가 커지면 무겁다고 하고 싶냐며 불만스러워한다. 이래저래 어렵다.

그래서 결국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중학생이고 어른이 다 되었으니 더 어른답게 마중하자, 하고. 무거우니까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건 내 자존심이다. 나날이 무거워지는 그녀의 자존심도 지켜질 터다.

어른답게, 라는 건 가볍게 키스하고 끝나는 정도의 의미였는데 그녀는 어떻게 착각했는지 또 변태 같아, 하고 입술을 삐죽인다. 이렇게 들어 올려지는 것도 어린애 같잖아, 하고 말해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럴 것 같다고는 생각한다. 들어 올리는 게 어린애 같다는 논리는 없다. 내가 멋대로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내가 너무나도 태연하고 당당하게 말하니 그런 법인가, 하고 생각하겠지.

어른이 되면 살짝 나와서 다녀왔어요, 하고 키스를 하는 거야, 하고 밀어붙인다. 그녀가 건성으로 수긍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분명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게 됐다. 하는 말이 지금과 다르지 않다는 건 눈치채지 못했겠지.

다음날 돌아와 보니 그녀가 있는 힘껏 뛰어들었다. 음,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그야 그렇겠지. 그대로 얼굴을 가까이하고는 키스한다. 자 끝, 하고 포옹을 풀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거실에 들어가 보니 뒤에서 그녀가 옷을 잡아당긴다. 이거 역시 싫은데, 하고 말한다. 약속은 약속이라는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자자, 하고 양손을 펼치고 기다린다. 애도 아니고, 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어린앤가.

뭐라고 할지, 그래도 필요로 해준다는 느낌은 든다. 하고 싶어서 해온 일이지만 그녀도 만족해주고 있다는 걸 알아서 기쁘기는 하다. 어쩔 수 없네, 하고 말하면서도 뺨은 흐뭇해진다. 그녀의 자세를 보고 조금 떠오른 것도 있다.

양손으로 잡고 안아 드는 게 좋지 않다. 허리를 굽히고 정면에서 그녀를 안는다. 내 양쪽 팔을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로 돌리는 방식으로. 그 상태로 일어서면 그런대로 편하게 들어 올릴 수 있다. 단지, 엉덩이를 손으로 받칠 수 없게 되므로 개량할 여지는 있다.

이걸로 괜찮으신지요 아가씨, 하고 장난스럽게 말해본다. 만족스럽도다, 하고 순진하게 웃는 모습이 아직은 한참 어린아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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