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43화 (243/450)

9년 3화

연극

울어버릴까 싶었는데, 하고 그녀가 웃는다. 그 낮은 목소리로 나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어서 다행이다. 과연 그녀도 자유자재로 눈물을 흘리는 기술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있는 힘껏 비명을 질러주었다.

너무나도 화가 나서 흥분한 탓에 어깨가 떨린다. 그걸 이용하여 기분 나빠서 무서워하는 척을 해주었다고. 한 대 패주고 싶었는데 내 이미지가 아니니까, 라고 말하는 부분이 두렵다. 그녀의 평소 모습도 전부 연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요컨대, 그녀는 갑작스러운 일을 기회로 삼은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면 주위에서도 그녀가 정말로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된다. 사실 주변 애들한테도 한소리 퍼붓고 싶었다고 한다. 그걸 해버리면 적을 만들어버리니 아군으로 삼아야만 한다.

그녀는 공부를 잘하는 그룹과 꾸미기 좋아하는 그룹의 중간 정도에 있다고 한다. 이럴 때 어느 쪽으로 가는지에 따라 이미지가 바뀌니까 큰일이라서, 하고 흘린다. 오늘의 그녀는 여느 때보다 말이 많았다.

그녀는 아마 평소에 속내를 밝히는 일을 피해왔다고 생각한다. 나를 신경 썼다기보다는 자신을 더욱 좋게 보이려는 허영심이 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내가 그녀 안에서 가장 큰 이성이니까 그렇겠지만. 그런 테가 느슨해진 이유는 어지간히 화가 쌓였기 때문이겠지. 본인은 부정하지만 기분 나쁘거나 무섭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공부를 잘하는 그룹의 리더인 아이에게 울며 매달려 보였다. 그런 아이에게 그 선배 남자 같은 존재는 반대 극에 존재한다. 가차 없이 정론을 던져간다. 단지, 그런 성실한 아이가 입에 담는 말은 너무 올바르기에 별로 의미가 없다. 본인은 듣기 익숙한 말이라 소귀에 경 읽기고, 주변에서도 새삼스러워서 납득은 하더라도 공감하지는 못한다.

그건 알고 있으니 그녀는 말다툼이 이어지는 옆에서 꾸미기 좋아하는 그룹의 친구에게도 말을 걸었다. 저런 사람이 입을 맞춘 머리가 기분 나쁘니까 잘라줬으면 좋겠다고. 기분이 나빴던 건 사실이고, 머리를 소중하게 길러온 것도 사실이다. 그걸 잘라주는 상대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언쟁 덕분에 이목이 집중된 곳에서 머리까지 자른다면 어지간히 기분이 나빴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너무 연기 같아서 조금 그랬나, 그래도 늦게나마 눈물이 났으니 어떻게든 성공했나, 하고 반성하고 있다.

너도 좀 못됐구나, 하는 말을 나중에 머리를 잘라준 아이에게 들었다고. 그런 연기 같은 건 비슷한 입장인 편이 더 잘 알겠지. 그녀는 실수했다고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괜찮을 것이다. 그녀는 말하자면 속내를 알 수 없는 아이다.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상대보다는 조금 심보가 나쁜 편이 친구도 다가오기 쉽다.

십 분 정도 지나자 소란을 들은 교사가 찾아왔다. 거기서는 반대로 공부를 잘하는 그룹에게 매달린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말의 신뢰도가 전혀 다르다. 교사는 리더인 아이의 말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그대로 선배를 데려갔다. 실제로 리더인 아이는 올바른 말밖에 하지 않았으니.

한바탕 울분을 토해냈나 싶었지만, 문득 뜨거운 무언가가 무릎을 적셨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모처럼 길렀는데 미안해, 라며. 그녀의 머리는 내 욕심이었다. 나로서는 가벼운 기분이었으나, 그게 이렇게까지 그녀를 속박하고 있었다니.

그렇게 음험하게 사람을 매장시키는 성격이면서 내가 했던 말을 신경 써서 울어버리기도 한다. 그녀는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하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알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 안에는 또 다른 그녀가 있다.

나는 예전부터 상당히 심플한 성격이라 숨기는 걸 잘하지 못한다. 예전에는 그녀도 비슷한 정도로 심플했다. 그로부터 십 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그녀는 완전히 변했다. 이제는 남들과 같은 복잡함을 익혀서 그 시절의 심플함은 더는 찾아볼 수 없다. 홀로 남겨진 것 같아서 외롭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그녀가 좋다. 그런 그녀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그녀가 되더라도 분명 난 변함없이 그녀를 사랑하겠지. 머리가 길고 짧은 건 사소한 문제다. 그녀는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걸 나는 변함없이 사랑해간다.

단지, 지금의 머리 모양은 너무하다. 대충 잘라버렸겠지. 마치 *코케시 같다. 안심했더니 무심코 웃음이 새고 말았다. 이유를 설명하니 그녀도 조금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지갑을 찾아와서 돈을 건넸다.

난 미용실은 전혀 모르니 친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 꾸미기 좋아하는 그룹의 아이가 괜찮지 않을까. 이번 일로 그 아이와도 좀 더 사이가 좋아질 것 같다. 모처럼이니 내일 방과 후라도 미용실에 다녀오는 게 좋겠다.

그러면 그룹 간에 밸런스가 기울어버리는데, 하고 중얼거리고 있지만. 그렇게 남의 안색만 살펴보니 이번 같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겉꾸미지 않았더라면 더 확실하게 거절할 수 있었을 테니까. 난 그녀를 속박하지 않도록 할 테니 그녀도 더 자유롭게, 착한 아이가 되는 걸 졸업해야 한다.

*일본 전통 인형. 일자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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