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5화
오해
안색이 싹 변한다. 몸을 젖히는 바람에 의자가 바닥에 쓸려 높은 소리가 울렸다. 아니아니아니, 하고. 이 아이는 내가 어린아이에게 흥미진진해서 자신까지도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겠지. 터무니없는 오해다.
나는 그녀 일편단심이고 그녀도 어린아이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녀니까 좋아하는 것이다. 네게는 전혀 흥미가 없으니까, 하고 변명한다. 필사적으로 항변해도 눈앞에 있는 소녀의 시선이 조금도 나를 향하지 않아서 문득 옆을 바라보니 그녀가 있었다.
왜 내 친구한테 작업을 거냐며 분노하고 계시다. 언제부터 들었는지는 몰라도 조금이라도 들렸다면 작업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겠지. 듣지 못했을 리가 없으니 아예 알면서도 화가 났다는 상태였다.
슬쩍 눈길을 돌려보니 친구도 나를 엿보고 있었다. 눈빛에서 왠지 모를 동정심이 느껴진다. 학교에서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는 예전부터 이런 아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닌 척 새침한 표정이지만 내심은 쉽게 흥분하고 음험하다.
내 팔이건 어깨건 물어뜯어서 대충 만족했는지 드디어 그녀는 대화를 나눌 기분이 들었나 보다. 조금 아프지만 그 이상으로 더럽다. 침투성이라 마르기 시작하면 금방 냄새가 난다.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마저도 포함해서 그녀는 히죽히죽 웃고 있다.
이런 관계니까, 하고 다시 설명하니 이 아이에게도 전해진 모양이다. 좋을 대로 다뤄지고 있다는 걸 알았겠지. 네가 남자친구와 할만한 일은 하고 있지만, 그건 가능하면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도. 그러자 그녀가 옆에서 슬쩍 앞으로 이 년이니까, 하고 덧붙였다.
뭐가 앞으로 이 년인가. 눈앞의 아이도 모르는 것 같은데, 나도 잘 모르겠다. 그녀를 바라보자, 앞으로 이 년이면 열여섯이니까, 그럼 결혼할 거잖아, 하고 당연하다는 양 말을 남긴다. 당사자를 내버려 두고 무슨 결정사항처럼 말하는 건 그만둬주지 않겠니.
심지어 그건 전에 열여덟이 어떻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째서 이 년이나 앞당겨졌단 말인가. 세게 따질 생각이었지만 그건 아이를 만들 때 얘기고 결혼은 따로라고 주장한다. 늦게 한다고 좋은 일은 없으니까, 하고 듣지를 않는다.
강권하는 게 그녀고 그걸 멈추려는 사람 나라는 점이 우스꽝스러웠나 보다. 나 때문에 놀랐던 긴장이 풀리기도 했는지 큰소리로 웃고 있다. 사춘기 소녀 특유의 높은 소리가 귀에 울린다. 이웃에게 폐가 된다. 그렇게 주부 같은 이유로 쩔쩔매는 모습마저 재미있었는지, 당분간 웃음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사양이 없어지자 쭉쭉 묻고 싶은 것을 질문한다. 그게 원래 사용하는 말투였겠지. *아타시라는 일인칭이 앗시라는 느낌으로 들린다. 마치 시대극에 나오는 허드레꾼 같다. 연기 같다는 의미로는 비슷한가.
내용은 역시 한창때의 소녀답다. 남자친구랑 할만한 일이라니 어디까지 했는가, 처음 했을 때는 역시 아팠는가. 그녀도 그녀대로 날 슬쩍슬쩍 쳐다보며 쓸데없는 일까지 이야기한다. 아마도 부끄러워하는 날 보고 즐기고 있다.
괜찮을까. 이렇게 술술 얘기하는데 학교 같은 데서 무심코 말하지는 않을까. 이 아이에게는 비밀을 지킬 이유가 없다. 입을 다물려면 항상 조심해야만 하니, 나나 그녀처럼 당사자가 아닌 이상 긴장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생판 남에게 확실하게 입막음할 방법은 없다. 슬쩍 드라마 같은 일이 떠올랐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손댈 수 있을 리가 없다. 그야말로 내 머리가 이상해진다. 조금씩 불안이 퍼져간다.
마침 적당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녀가 이야기를 끝맺었다. 친구를 의심하는 것 같아서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하고 거듭 주의했다. 어조가 너무 셌는지 소녀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툭, 하고 그녀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이 아이는 이렇게 보여도 약속은 잘 지켜주니까 괜찮다고. 그 말은 내게 향한 것이었지만 반응한 건 눈앞의 소녀였다. 그래도 어린애라 그런지 그녀가 평가해주는 것이 기쁜가 보다. 그녀의 연기를 감쪽같이 돕게 되어버린 기분이다.
그릇에 남은 음식을 담아서 친구는 돌아갔다. 내일 아침 식사로 먹도록 들려주었다고 한다. 밤도 늦었으니 택시비는 내가 건넸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인지, 매일 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용돈은 받는 것 같았지만.
악취미라는 건 알아도 그만 생각해버린다. 그렇게 내버려 두니까 그 아이는 멋부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아직 중학생이니까 다행이지만, 앞으로 자유로워질수록 집에조차 돌아오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섬뜩한 이야기다.
그녀가 말려드는 건 당연히 싫지만, 남이라고는 해도 아이가 어긋나지는 않을까 싶으니 걱정된다. 몰랐다면 신경 쓰이지도 않았겠지만. 나도 저 정도의 아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그러면서도 그 아이보다 그녀가 더 좋다는 사실이 기쁘게 생각되니 참 제멋대로다.
*와타시(私)의 변형. 주로 어린 여자가 사용하는 격식 없는 말. 앗시(あっし)는 주로 남성이 호기로운 느낌으로 사용. 갸루는 어느 쪽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