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7화
어깨결림
밟히니까 기분 좋다, 라고 하면 변태 같을까. SM 취향에 눈을 뜬 것이 아니라 어깨결림 이야기다. 나이에 비해서는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왔는데, 대부분의 남자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운동도 하고 있고 연하의 애인도 있다. 반올림해서 마흔이 되어버렸지만 기분만은 늙을 수가 없다.
어깨가 뻐근해서 괴롭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으니 자신은 어깨가 결리지 않는 체질인가 싶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누나를 만나보니 가장 먼저 자세가 나쁘다는 지적을 받았다. 나쁘다는 것도 조금 다른가. 너무 곧다고 한다.
조부께서 건재하실 때 남자는 등을 쭉 펴고 걷는 법이다, 하고 훈계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군대식이었겠지. 어렸던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남자라면 구부정하게 걸어서는 안 된다고.
설마 그로부터 삼십 년이 지나서 너무 곧다고 혼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무래도 등줄기를 펴는 건 좋지만 목까지 쭉 뻗는 것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확실히 로봇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는 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몸의 피로가 극에 달했다. 매형도 피로가 쌓였다기에 부부가 함께 마사지나 스트레칭을 시작했다고. 등을 있는 대로 두드리더니 너무 딱딱하니까 자신처럼 마사지를 받는 편이 좋겠다고 말을 꺼냈다.
하지만 내게도 사정이 있다. 평일에 마사지 같은 걸 받을 시간이 있을 리가 없다. 만약 가게 된다면 주말이 된다. 내가 그녀와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주말밖에 없으니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마사지를 받는데도 돈이 드는데, 그렇게까지 괴롭지는 않다.
내키지 않아 하는 나를 보고 누나는 이야기를 바꾸었다. 사십견이라고 나이 들어서 팔이 올라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너무 굳으면 피도 잘 통하지 않아서 심장발작이 일어나기도 쉽다. 젊었을 때는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았던 일이 앞으로는 점점 괴로워진다, 라고. 네 살 연상인 사람에게 들으니 설득력이 있다.
시간이 나면 가볼까 싶기는 하다. 하지만 옆에 있던 그녀는 그 이상으로 와닿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지, 하고 코를 울린다. 내가 죽어도 유산과 생명보험은 잘 들어오니까 괜찮다, 하고 알려주니 싫은 표정을 짓는다.
내 어머니도 맞벌이로 몇십 년이나 가계를 지탱하셨다. 건강에 신경 쓸 틈도 없이 풀타임으로 일하는 동시에 가사와 육아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 퇴직하고 겨우 한숨 돌려서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었지만 그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고로 떠났다. 인생이란 그런 법이다.
이제 와서 건강에 신경 쓰느라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편이 좋다. 인간, 죽을 때는 죽는다. 오히려 너무 오래 살아도 그녀에게 폐를 끼치겠지. 내 행복은 지금이 정점이니 앞으로는 내리막길이 될 뿐이다. 앞으로 십 년이면 그녀도 대학에 가서 보호자도 필요 없게 된다. 그 정도에 죽는 것이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반쯤 농담이었지만 누나도 그녀도 전혀 웃지 않는다. 이런 녀석이니까 함께 있어 줘, 하고 누나가 말한다. 알고 있어요, 라는 그녀.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아 다행이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 딱히 죽고 싶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저 흐르는 대로 흘러간다고 하고 싶었을 뿐.
그다음 날이었나, 집에 돌아오자 그녀가 야단스럽게 서 있었다. 로봇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은 느낌이다. 팔짱을 껴도 가슴이 완전히 숨는다. 머리가 짧기도 해서 소년다움이 두드러진다. 백오십 중반 정도였던가. 몸집이 작은 그녀는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아이라고 해도 통한다.
쫓기듯 저녁을 먹고 욕실에 들어가도록 재촉당한다. 파자마 차림으로 끌고 가더니 이불 위로 초대받는다. 누우라는 말에 조금 기대한다. 오늘은 상당히 의욕이 넘치는구나, 하고. 어쩌면 헤벌쭉한 얼굴을 했을지도 모른다.
위를 향해 누워서 그녀를 올려다본다. 언젠가의 여관이 떠오른다. 그때도 그녀가 위에서 했었다. 추억을 떠올리고 있으니 그녀가 내 팔을 붙잡고 힘껏 들어 올렸고, 곧바로 다시 떨어진다. 아무래도 뒤집고 싶은 것 같지만 힘이 모자라다.
내가 마른 체형이기는 해도 칠십 킬로는 나간다. 힘들겠지. 뭘 하고 싶은지는 알았으니 몸을 빙글 뒤집는다. 아무래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모양인데, 그렇다고 내가 알 길은 없다. 엎드린 채로 눈을 감아보니 졸음이 밀려온다.
의식이 사라지기 전에 무지개가 피어났다. 어떻게든 목을 돌려서 뒤를 바라보자 그녀가 내 등을 밟고 있다. 뭘 하는지 물어보니 마사지라는 것이다. 내가 가게에 가지 않는다면 대신해주겠다면서.
그럼 처음부터 밟히는 것이 기분 좋다고 말할 정도였는가. 대답은 아니오다. 그녀는 어깨가 결릴 일도 없고, 젊으니까 피로도 쌓이기 어렵다. 어디를 눌러줬으면 하는지를 잘 모른다. 조금 더 위라거나 척추나 목은 하지 말아 달라고 일일이 얘기해야만 한다.
귀를 파줬을 때도 그랬는데, 그녀는 어른스러워 보이면서도 조잡한 면이 있다. 내내 조마조마했다. 귀 파기는 무섭다고 도망 다닐 수 있지만, 마사지에 관해서는 누나의 말도 있어서 벗어날 수 없다. 아프기만 하다가 간신히 기분 좋아지기까지 거의 반년은 걸리지 않았을까.
이건 어깨만의 이야기로, 거기서 끝나지 않았던 것도 괴로웠다. 한 곳이 끝나면 누나가 허리 주변이 어떻다거나 종아리가 뭉쳤다고 참견한다. 말하기는 쉽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신나서 도전하기 시작한다.
어깨나 허리는 발로하더라도 이해한다. 중학생의 힘으로는 어려우니까. 하지만 종아리나 팔, 팔꿈치 주변까지 밟으려는 건 취미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만큼 밤에 공수교대해서 갚아주지만 좋아하니까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