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49화 (249/450)

9년 9화

여자

솜털이 난 가랑이를 드러낸 채 그녀는 양껏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한마디 칭찬이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다. 양손으로 허벅지를 끌어안고 그 솜털들에 혀를 기었다. 고간에 입술을 댄 적은 있어도 그 위의 치구에는 처음이었다.

그냥 피부일 뿐이다. 뺨이나 목덜미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이상할 정도로 흥분된다. 이 안에 치골이 있고, 자궁이 있다. 여자의 상징이 있는 것이다. 희미하게 혀를 찌르는 자극이 있다. 이게 음모겠지. 솜털 정도지만 분명하게 털이 자라있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오므려 빨아본다. 쭈릅쭈릅하고 물소리를 내자 틈새가 매워진다. 내 살과 그녀의 살이 맞물려 이어졌다. 자신의 거친 숨소리가 귀에 닿는다. 볼살이 지쳤을 즈음 입을 떼자 동그랗고 붉은 자국이 남아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했던 건 아니었으나, 만족감이 느껴졌다.

이것은 자신의 것이다, 하고 표시한다. 누구에게, 가 아닌 누구건 간에. 다른 남자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녀 또한 보여주지 않을 것이고, 다른 여자라고 해도 보일 일은 없다. 굳이 보는 사람은 그녀뿐이다. 다름 아닌 그녀에게는 이곳이 누구의 것인지가 강렬하게 새겨진다.

아파, 하고 그녀가 작게 불만을 표한다. 올려다보자 그녀의 눈동자에 물기가 배어있다. 자국 때문인가 싶었더니 수염이 닿아서 그렇다고. 고개를 흔들고 다시 하나, 둘, 셋. 구석에서 구석까지 꼼꼼하게 몇 개나 자국을 새겨간다. 개나 고양이가 하듯 인간도 동물이다.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도록 마킹을 계속했다.

해냈다는 만족감을 안으며 한숨 돌리자, 조금 후회가 밀려왔다. 아프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해버렸다. 미안한 일을 했다. 단지, 예감은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자 끈적이는 액체가 묻는다. 내 타액이 아닌, 애액이다.

그녀의 질에서 흘러내린 체액은 살을 타고 엉덩이 구멍을 축이며 볼기까지도 적시고 있다. 그녀는 억지로 하는 편을 좋아한다. 그런 여자였다. 항상 플레이로서 내가 연기를 맞춰주었지만 오늘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이것을 내 것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다.

덜컥, 하고 붕괴한다. 나를 구성하던 조각 어딘가가 어긋났다. 괜찮을까, 하는 망설임은 있었다. 끝내는 질량을 가진 쪽이 무너져내리듯 형태를 잃어버린다. 타산이 아닌 본능이다. 성격이 아니라며 겉꾸미는 부분이 없어진 것이다.

이건 뭐야, 하고 힐문한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손가락 하나 닿지 않았다. 그저 배를 핥았을 뿐이다. 그럼 이건 무엇인가. 꾸욱, 하고 다리를 연다. 무릎을 굽힌 자세 그대로 그녀의 허벅지가 크게 나뉘어 열린다. 부드러운 관절은 무릎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저항 하나 보이지 않는다.

선정적이다. 가로누운 것도 아니고, 대자로 누운 것도 아니다. 그녀의 안쪽만이 내게 훤히 드러나 있다. 이게 뭐야, 하고 다시 한번 물었다. 그녀의 손을 쥐고 발라댄다.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기 몸이다. 이미 알고는 있겠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아니, 그 안에는 기대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녀의 양손을 하반신 쪽으로 이끈다. 나는 여기밖에 만지지 않았다. 그 아래는 어떻게 되었나. 자신의 질에 손가락을 기며 애액이 더듬은 길을 하나하나 확인하듯 쓰다듬어간다.

그 모습이 마치 자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망가져 있듯, 그녀도 무언가 벗어던진 듯한 모습이다.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팔을 뻗어 더듬거리며 질을 만진다니, 평소의 그녀라면 우선 하지 않는 일이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팔을 올리고는 내 가슴을 두드렸다.

저기, 하고 목소리를 올린다. 그 저기가 무슨 뜻인지는 분명히 이해했다. 그 말을 무시하고 이건 뭐야, 하고 세 번째 질문을 했다. 그녀의 목이 울린다. 침을 삼켰다고 생각한다. 뻐끔뻐끔하고 금붕어처럼 입을 연다. 말은 나오지 않는다.

즐거워졌다. 이건 뭐야, 네 번째 말이다. 눈꼬리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내, 하고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아무 말 없이 기다리자 그녀가 숨을 들이마셨다. 이번 말도 역시 작았지만 분명하게 들렸다. 내, 하고.

슬슬, 나도 한계였다. 그녀가 그렇듯 내 물건도 만지기 전부터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녀의 허벅지를 들어 올리고 내 하반신을 과시한다. 그녀의 시선이 우뚝 솟은 물건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른쪽으로 흔들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흔들면 왼쪽으로 움직인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는 묻지 않는다. 넣어도 괜찮은지도 묻지 않는다. 보여줄 만큼 보여주고 넣는다, 하고 말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수긍하지 않는다. 제안하고 받아들이는 프로세스가 아니다. 선언하고 실행한다. 그녀가 잘 보이도록 허리를 들어 올려 천천히 질에 밀어 넣는다.

부드럽다. 전혀 저항이 없다. 느긋하게 온탕에라도 잠기듯, 넣는다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안쪽까지 찔러넣자 끝이 부딪혔다. 감촉을 맛본다. 바로 옆에 심장이라도 있는 것처럼 주변 전체가 맥박친다. 지금까지 없었던 기묘한 쾌감이 있었다.

그저, 가만히 넣은 채로는 사정도 할 수 없다. 봐주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의 몸을 신경 쓰고 있었다. 상처 주지 않도록, 안에 부딪히지 않도록, 너무 빠르지 않도록 주의했다. 지금은 그런 일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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