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50화 (250/450)

9년 10화

짐승

허리를 들어 뽑아내자 느슨하던 질이 갑작스럽게 조여든다. 떠나는 자를 놓치지 않으려는 미궁과도 같이 얽혀든다. 그녀의 애액으로 흠뻑 젖은 물건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찔러넣고는 꺼낸다. 말뚝을 박듯 거세게 몇 번이고 꺼내고 집어넣기를 반복한다.

그녀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진다. 반쯤 열린 입이 쭉 내밀어져 뺨이 쏙 들어간 모습이다. 새 흉내라도 내는 것만 같다. 못생긴 모습이었지만 한없이 사랑스럽다. 이건 나만이 아는 그녀다. 좀 더, 더욱더 일그러뜨리고 싶다.

나온다, 하고 말을 걸자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거절인가, 기쁨인가. 알 리가 없다. 알 필요도 없다. 이건 선언이니까. 그 말 때문일까. 그녀도 한 번 찌를 때마다 더욱 높아져 간다. 손도 다리도 억눌러져 허리까지도 꽉 고정 당해 유일하게 움직이는 고개만이 끄떡끄떡 떨려댄다.

뷰룩하고 정자가 날았다. 첫 분출은 얼떨결에 입구였지만, 쾌락에 밀릴 것 같으면서도 다음 사정까지 어떻게든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스스로 놀랄 정도로 사정이 이어졌다. 평소에는 세 번인가 네 번 정도로 점점 약해져 간다. 그런데 다섯 번 여섯 번씩 기세도 줄어들지 않아서 언제까지고 사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태풍이 사그라들고 한숨 돌리며 그녀를 바라보자 뱃속이 다시 간질거린다. 전보다 단단해진 노장을 뽑아 찍어 내린다. 생각지 못한 충격에 놀라는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한다, 하고 말했다. 그녀의 속이 꽉 조이는 것을 느꼈다.

눈은 입만큼, 이라는 말이 있다. 아저씨 같은 말투지만 그 조임은 입만큼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암컷 부분이 수컷을 바라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놓치지도, 놓아주지도 않는다. 빨아들이는 듯한 몸의 강한 의사를 느낀다. 허리를 쭉 당겨보면 가죽까지 꽉 잡아당긴다.

될 대로 되라였다. 즉, 콘돔 같은 걸 끼울 여유도 없었다. 그녀 안에 있는 대로 쏟아버리고 말았다. 위험 신호는 울리고 있다. 그 신호는 위험을 알리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흥분의 재료이기도 했다. 그녀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이라는 이성이 배덕감으로 변해버린다.

난 항상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임신하면 인연이 하나 늘어나는 셈이다. 아이는 부모의 연결고리라고 하는데, 그 아이가 있음으로써 그녀를 붙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니, 그런 고식적인 계산이 없더라도 사랑하고 애정하는 여자에게 아이를 낳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본능적인 행위에 기쁨을 느끼지 않는 남자는 없겠지.

입을 열고, 닫는다. 망설인다. 말해도 좋을까. 신사적이라 하면 듣기는 좋다. 소극적이고 겁쟁이인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확실한 마음은 있다. 두근, 심장이 울린다. 그녀에게 고백하고 한심하게도 울기 시작했던 밤과 비슷한 정도로 긴장된다.

침을 삼킨다. 떨리는 입술이 말을 찾는다. 아이를, 하고. 그것만을 말한 입이 닫힌다. 아이가, 하고 고쳐 말한다. 그래도 다르다. 생기면, 아니다. 생겼으면 한다, 도 틀리다. 더 폭력적인, 밀어붙이는 듯한 힘이다. 눈앞에 있었을 터인 말이 공중에 떠올라 목 안쪽에서 떠나간다.

아라고오, 하는 짐승 같은 소리가 들렸다. 말이 아닌 소리만이 남았다. 무언가 말을 했다는 자각도 없다. 그 말이 신기하게도 그녀에게는 전해진 모양이었다. 정말 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작게 수긍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뿐이다.

심장보다 훨씬 빠른 고동으로 그녀 안이 조여든다. 타종하듯 경련에 가까운 조임이다. 그녀의 입가마저 움찔거린다. 무리하고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없었을 정도로 그녀도 흥분하고 있다.

꾸욱, 하고 질 깊은 곳을 문지른다. 사정을 부르는 종류의 자극은 아니었을 터다. 북받치는 것이 없다. 그저 나올 뿐. 그녀와 할 때도, 그 이전에 혼자 위로하던 때도 이랬던 적은 없다. 귀두 끝까지 의식이 닿아 손가락이라도 뻗는 것처럼 정자가 나온다.

두 번째인데도 전혀 양이 줄어들지 않았다. 내 아랫배는 그녀의 배에 꼭 닿아 물도 새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의 손가락은 타올처럼 내 등에 감겨 붙잡고 있었다. 짧게 숨을 뱉어내니 조금씩 의식이 돌아왔다.

아랫배에 힘을 넣자 요도에 남은 정자가 조금씩 밀려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두 번이나 안에 내버리고 아이를 만든다는 것까지 분명히 했다. 하는 도중에는 정신이 없더라도 이제는 혼란스럽겠지.

숨을 들이쉬자 그녀가 기가 죽은 모습을 보였다. 무슨 말을 하는가 싶었겠지. 내 각오는 정해졌다. 이건 내 욕심이지만, 그걸 꺼내지 않았던 것도 욕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낳아줘, 하고.

성급한 이야기다. 아직은 알 수 없는 이야기니까. 그런데도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몸을 일으키고 이어진 채로 그녀의 몸을 안아 들었다. 무릎에 앉히는 모습으로 꼭 끌어안는다. 작은 몸은 이제는 충분한 암컷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몸을 꽉 껴안자 그녀가 다시 한번 교성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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