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11화
불안
결론적으로 그녀는 임신하지 않았다. 평온치 못한 한 달이 지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녀는 달거리를 맞이했다. 서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어색하다. 손가락이 닿기만 해도 마음이 흔들릴 정도로.
평소엔 그녀도 그게 오더라도 말하지 않는다. 굳이 보고하러 왔다는 건 내심 신경 쓰고 있었다는 의미겠지. 생기면 곤란하다고 생각하려고는 했으나, 이성은 어쨌든 감정은 다르다. 실망하고 만다.
생각해보면 난 그녀와 몇 번이고 콘돔 없이 했었다. 정말 어렸을 때는 제외하더라도, 이따금 콘돔 없이 섹스하고는 했다. 언제였는지 야외의 공원에서 했을 때도 그랬다. 분명하게 안에 내버렸다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맞은 적이 없다. 이게 보통인 걸까. 교과서 정도의 지식밖에 없으니 얼마나 하면 생기는 건지. 그런 것들을 잘 모르겠다. 몇 번 한 정도로 생기지 않는다면 그저 안심하고 있어도 좋으리라.
망설인 끝에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불임 치료에 앞서 검사를 받고 싶다고 전했다. 이것저것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담백하다. 주의사항으로 이 주 정도는 사정하지 말아 달라고 한다. 예약 일자를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남성의 불임은 정자에 유래하니 그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진한 정자가 필요하다는 모양이다. 어제오늘로 실컷 하고 내원해도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겠지. 너무 야단맞나.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야단스러운 일이기야 하겠지.
하지만 한 번 불안을 갖자 떨쳐내기 어려웠다. 결혼하면 반드시 아이를 만들어야만 한다거나, 아이를 만들지 않는 부부는 정상이 아니라는 가치관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렇게 변명을 해봐도 만약 자신의 몸이 아이를 만들 수 없다면, 하고 결함을 의식해버린다. 이해심 좋은 사람인 척해도 내 근본은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문제는 그녀다. 일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삼일에 한 번 정도, 그녀는 내 처리를 해주려고 한다. 퇴근하자마자 현관 앞에서, 식후에 편히 쉬는 사이에, 욕실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어떤 의미로는 변덕스럽다. 재빠르고 능숙하게 손을 미끄러뜨려 내 물건을 감싼다.
언제 어디서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거의 저항조차 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주도권은 저쪽에 있다. 심지어 병원 예약을 해두어서 기일은 정해져 있으니, 해버렸으면 미루면 된다는 태평한 말은 꺼낼 수가 없다.
그녀의 어프로치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이 주면 금요일이 두 번 온다. 당연한 계산이다. 금요일은 하는 날이라고 정해져 있어서 이것을 피할 특별한 이유도 필요해진다.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는 아니더라도 이 주나 조용히 금욕생활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중간점이라고 하기는 이상하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회사의 건강검진으로 조금 자중해야만 하게 되었다. 다음 주 주말까지 손대지 않겠지만 걱정하지 말아달라. 무슨 걱정이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녀로부터의 추궁은 없었다.
다행인 것은 그녀가 회사 조직에 자세하지 않다는 점이겠지. 확실히 요검사를 하는 곳은 전날의 행위를 금지하는 곳도 있지만 이 주는 아니다. 굳이 휴일에 건강진단을 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누나에게라도 물어보면 들킬지도 모르겠으나, 굳이 알아볼 정도의 일은 아니겠지.
그로부터 이 주간은 상당히 힘들었다. 이전에 진한 정자 때도 그랬다. 그녀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데, 그런 평상시의 어필부터가 너무 과한 것이다. 키스나 허그는 일상적이고, 잠깐 TV를 보거나 이불에 누워있을 때도 접촉하는 정도다.
이렇게 건강하게 주장하는 물건에 성적인 능력이 없을 수도 있는 걸까. 그런 멍청한 의문도 솟아오른다. 전혀 서지 않는다면 그런 능력이 없을 법도 하지만, 하루에 세 번은 할 수 있는 상태로 불능일 수가 있는 건가.
물론, 그런 것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믿는 건 아니다. 발기하는가 아닌가는 장대의 문제로, 정자가 정상인지는 정소에서 유래할 터다. 상관이 있더라도 깊게 연관되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 깨닫고 있었지만, 난 변명거리를 찾고 있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좋을 이유가 필요했다. 눈앞에 먹이가 내걸린 말 같은 금욕생활은 지긋지긋했다. 그 이상으로 혹시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검사를 받고 전혀 생식능력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면.
스스로 불안이 있기 때문에 검사를 받는다. 그런 반면에 설마 자신은 아닐 거라는 생각도 한다. 보증만 있으면 된다. 예스라고만 대답하는 인형이 필요하다. 하지만 병원에 가면 객관적인 판단이 내려진다. 원하는 대답만 들을 수는 없으니, 그것이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