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53화 (253/450)

9년 13화

만두

삼십 분에서 한 시간이면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급한 일이 있다면 결과는 다음에 받아도 상관없다고 하는데, 별로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다. 한 시간 뒤에 돌아온다고 전한 다음 병원을 나섰다. 조금 이르지만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 마침 적당한 시간이 되겠지.

도로 건너편에 라면집이 있었다. 깔끔한 체인점이 아닌 몇십 년이나 변함없이 경영을 이어온 점포였다. 좁은 점내에 노란 종이로 메뉴가 적혀있다. 라면을 주문하면 교자나 공깃밥이 따라오는 듯한 가게다. 병원 환자가 몰래 밤중에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이런 라면은 오랜만에 먹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녀와 있을 땐 더 괜찮은 가게를 간다. 같은 라면 가게여도 비닐 가공된 메뉴가 꽂혀있고 카운터에 머리끈이 놓여있는 듯한 가게다. 절대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맛없지도 않다. 라면에 오른 채소에서 *웨이퍼 맛이 났다.

병원으로 돌아가자 곧바로 의사가 있는 방으로 불려갔다. 병원에서는 아무리 예약을 하더라도 몇십 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침 점심때라 공백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말끔한 백의와는 대조적으로 촌스러운 얼굴을 한 의사였다.

손에 든 서류를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정액의 질은 대체로 네 가지로 나뉜다. 정액의 양과 정자의 배합, 운동량, 기형율이다. 양은 많은 편이 좋지만 그 안에 정자가 적으면 의미가 없다.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면 자궁까지 도달할 수 없고,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면 수정되기 어렵다.

내 경우에는 거의 이상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기형율이 약간 높지만 양이 많은 덕분에 커버할 수 있다고. 솔직히 안심했다. 몇십 번 시험해서 모조리 실패한 건 아니었다. 단 몇 번만 콘돔을 끼지 않고 했던 적이 있었을 뿐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걱정할 이야기는 아니다.

돌이켜보니 자신의 시야가 좁은 것이 우스워졌다. 듣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어서 만족했지만, 의사로부터는 아내의 진단 등을 생각해보도록 권해졌다. 그야 그렇겠지. 정액 검사를 할 정도이니 불임으로 고민하고 있을 터다. 남편에게 문제가 없다면 다음은 아내가 된다.

아쉽게도 여기에 그녀를 데려올 수는 없다. 뭐가 어떻든 지금 당장 생겼으면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생겨버리면 곤란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럼 왜 나 혼자 왔는가, 하는 이야기가 된다. 애매하게 웃어넘기는 수밖에 없다.

집에 돌아오자 그녀는 혼자 만두를 빚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재료가 든 그릇이나 시판 만두피, 그 피를 뭉치게 하기 위한 물이 준비되어있다. 얼마나 먹을 생각인지, 두 명분인데도 벌써 사십 개가 넘게 만들어져 있었다.

다녀왔다고 말을 걸자 다녀왔어, 하는 대답이 들렸다. 자기 손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턱을 까딱까딱 움직인다. 가까이 오라는 의미겠지. 다가가자 쪼옥 하는 못생긴 얼굴로 입술을 내밀었다. 보아하니 키스를 해야하는데 만두를 빚느라 바쁘니 직접 오라는 뜻이었겠지. 게으른 건지 성실한 건지.

자주 어린아이가 장난으로 입술만을 내밀기도 하는데, 누가 하더라도 못생겨진다. 그러면서도 누구나가 비슷한 포즈를 취한다. 신기하다. 그녀의 뒷머리를 잡아 도망갈 수 없게 한 다음 제대로 키스를 해주었다. 양손도 만두로 막혀있으니 아무 짓도 할 수 없다.

입안의 타액을 모아 그녀에게 흘려 넣는다. 내 쪽이 높은 위치에 있으니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혀로 이빨을 젖혀 열어서 목 너머까지 밀려들어갔을 터다. 생각보다 길어진 탓에 숨이 괴로워졌겠지. 열심히 코를 울리고 있다.

요 몇 주간의 근심이 사라진 덕분에 기분이 고양되었다.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만두지 않았다. 얼굴을 떼자 코가 코가, 하면서 소란을 피운다. 코로 숨을 쉬었더니 콧물이 나와버린 모양이다. 양손이 막혀있어서 풀 수도 없다.

티슈를 꺼내 코로 가져가자 기세 좋게 코를 풀기 시작했다. 사양이 없는 아이라고 할까, 사양이 없는 사이라고 할까. 검사 결과는 어땠는지 물어본다. 어떻게 대답할지 조금 헤맨다. 건강진단이라고는 했는데, 무슨 검사인지는 말하지 않았었다.

그녀 안에는 몇 번인가 내버렸는데, 그걸로 생기지 않았던 것이 걱정됐다. 정액 검사를 했지만 이상은 없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라는 말이 된다. 헛걱정이었다는 결론이 되지만, 그걸 입에 담는 것은 부끄럽다.

만사 건강하다고만 말해두었다. 진실은 아니지만 사실이다. 충분한 대답이었겠지. 그녀도 수긍하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다면 더 물을 필요 없는 건 당연하겠지. 단, 밤이 되고 나서 추궁당하기는 했다.

낮에 한 번 사정하고 온 걸 알아챈 모양이다. 이 주나 하지 않았는데 이건 이상하다고 강경하게 주장한다. 꽉 잡아당기더니 어디서 뭘 하고 왔느냐며 캐묻는다. 검사를 위해서 병원에서 하고 왔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어떻게든 납득한 다음에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자기 앞에서 똑같이 해보라는 것이다. 꼬치꼬치 캐물으면 말하는 수밖에 없다.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재생하더니 이게 좋은가, 왜 이걸로 했는가, 하고 더할 나위 없이 시끄럽게 군다. 이럴 거라면 전부 망상으로 끝마쳤으면 좋았을 것을.

*味覇(웨이퍼). 중화 스프로 일본에서는 일명 마법의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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