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55화 (255/450)

9년 15화

정리

무난하다는 말이 더 적절할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적당한 화제를 이어갔다. 옛날 같으면 취미나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는 했다. 내가 로드 사이클을 시작한 계기도 이곳에서 나눈 대화였다고 기억한다.

이제는 아이나 아내, 주택담보 같은 것들이 화제의 중심이다. 친구에게는 초등학생인 아이가 둘 있어서 상당한 장난꾸러기라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 고생 또한 기쁨이라는 의미겠지만. 내게도 그녀가 있으니 알아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아이와 지내는 생활의 일부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어린아이 특유의 제멋대로 구는 행동, 학교 교사라는 사회에서 떨어진 어른에게서 오는 연락 등 귀찮은 일로 가득하다. 분명 큰일이겠지.

단지, 현명한 나는 정말 그렇다고 수긍하지 않는다. 여하튼 모르는 척 앉아있는 소녀가 옆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집에 돌아가면 어떻게 될지. 아니,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뿔이 날 것이 틀림없다. 무섭지는 않지만 기분이 언짢은 그녀와 걷는 건 기쁘지 않다.

우리 아이는, 하고 말을 꺼낸다. 우리 아이는 아주 똑똑하고 귀엽고 총명하니까 별로 손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면 대강 전해지리라. 내 입으로 구체적인 무언가를 말한 건 아니지만, 역설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슬쩍 옆을 바라보자, 오른쪽 입가만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생각대로 얼버무리지는 못한 모양이다. 왼손으로 뺨을 꾹 잡아당겨준다. 삐지지 말라는 의미였지만, 내 손을 밀쳐내듯 머리를 내 쪽으로 꾹꾹 누르며 반격해왔다.

어떻게 하나 싶었지만,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정면을 향하자 두 사람이 내 쪽을 바라보고 웃고 있다. 상당히 사이가 좋구나, 라는 것이다. 이런 장난은 일상적인 일이다. 이상한 걸까. 이상할지도 모른다.

중학생 여자아이란 부모의 손 같은 건 치워버리는 법이겠지. 특히 부친에게는 혐오감을 안는 시기이다. 종을 보존하기 위한 본능이 있어서 피가 이어진 친족을 무의식적으로 피한다는 연구도 있었지 싶다. 그 말을 따르자면 우리는 혈연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인가.

이러고 있으면 얌전하고 착한 아이처럼 보이는데 꽤 큰일이다, 하고 말했다. 그녀를 달래면서 하는 말이니 내가 생각해도 변명 같다. 참견하기 좋아해서 내가 입을 옷이나 머리 모양까지 이것저것 말하고, 퇴근이 조금만 늦어져도 토라진다.

말을 거듭할수록 위화감이 커진다. 뭔가 싶어 생각하고 있었더니 자랑이냐, 하고 묻는다. 이거겠지. 확실히 객관적으로 들어보면 자랑처럼 들리기도 한다. 실제로 난 행복하니 자랑이기는 했다.

태연한 표정으로 상 위의 요리를 찔러대던 그녀가 한마디 했다. 전 이 사람 아내가 될 거라서, 하고. 그녀는 중학생치고도 키가 작다. 얼굴도 나이에 비해서는 가늘다고 생각하지만, 사춘기 특유의 둥그스름함이 있다. 심은 뚜렷해도 아직은 어린 부분도 많이 남아있다.

그런 덕분일까. 그녀의 말도 어린아이가 안는 꿈이라고 착각해준 것 같았다. 장래의 꿈은 신부가 되는 거라든가, 어른이 되면 아빠랑 결혼하겠다는 그것이다. 어느 쪽이냐면 부자연스러웠던 건 내 쪽이겠지.

무심코 입에 옮기던 잔을 멈추고 말았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싶어 심장이 뛰고 말았다. 분한 마음에 그녀의 목덜미를 꼬집어주었다. 동요를 들키지 않으려고 평소에 하던 행동이 나와버린 면도 없지는 않다.

그릇 대부분이 비자 그녀는 어서 자리를 일어섰다. 화장실은 저쪽이라고 알려주자 뺨을 꼬집힌다. 조금 전 일을 복수하는 건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화장실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른 상으로 이동하더니 남은 요리를 빼앗고 있는 것 같았다. 다들 술이 들어갔으니 별로 줄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고 생각했겠지. 먹을 욕심이 가득하다.

그녀가 멀어졌기 때문인지 건너편의 여성 친구가 쓱 몸을 가까이했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질문한다. 어떻다고 하기는 어렵다. 귀엽고 착한 아이다. 그렇게 말하자, 어른이니까 네 쪽에서 확실하게 해줘야 해, 하고 못을 박혔다.

요컨대, 어린아이의 말을 믿지 말고 내 쪽에서 거리를 두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내가 아직 멀쩡한 인간이라고 믿어주는 말이라는 것은 고마웠다. 그런 반면에 결국 누구에게도 부자연스럽고 축복받지 못하는, 성립조차 되지 않는 것임을 새삼 실감했다.

하지만, 그건 전혀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조금 전에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도 어른이 된다. 아직 중학생이지만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에 가서 둥지를 떠나가는 것이다. 예전처럼 자학적이 될 생각은 없으나, 어떻게 되어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의 정리는 해두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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