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16화
허기
귀가 도중 전철에 흔들리며 오늘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식사는 맛있었는가, 하는 가벼운 화제부터다. 조금 대답을 망설였지만, 그녀는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던 모양이다. 안줏거리니까 독특한 것들이 많은 데다 맵고 짜게 만들기도 한다. 단품으로 맛있는 음식들은 아니다.
샐러드와 튀김은 맛있게 먹었지만 그밖의 진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주당은 어려서도 안주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녀는 자라서도 별로 술을 마시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일이다.
게다가 프라이나 튀김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많이 먹어본 경험이 있다. 남은 음식은 전부 먹어치운 것 같으니 저녁으로서는 충분했겠지. 밥은 주방에 있었을 테니 쌀이라도 주문해줄 걸 그랬다. 반찬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았을까.
집에 돌아와서 뭐라도 먹을까, 하고 묻자 고개를 흔든다. 이유를 물어보니 살이 찐다고. 그만큼 먹어놓고 살찐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 마치 평소에도 신경 쓴다는 듯한 말투인데,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녀는 먹으러 돌아다니는 일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말을 망설이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녀가 슬쩍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 그리고는 자신은 조금 살이 찐 것 같다고 푸념한다. 아무래도 술자리에 왔던 여성진 몇몇을 보고 자신의 체형에 의문을 가진 모양이다. 확실히 날씬한 사람은 있었고, 특히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성진은 완벽하게 관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둥글둥글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열외라고 한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살이 어떻다는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을. 백 킬로씩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한창 자랄 때다. 팔뚝이 포동포동한 것도 앞으로 성장하는 만큼이 쌓여있을 뿐이다. 이건 단지 위로할 생각으로 한 말이었는데, 그녀는 내 팔뚝을 손톱으로 긁어버렸다.
역에 도착해서 몇 분 정도 걸어가자 좋은 냄새가 풍겨온다. 마시고 돌아올 때면 나도 모르게 한잔 더 하러 가고 싶어진다. 염분과 탄수화물은 알콜 분해에 필요한 요소니까, 하는 변명거리도 있다. 꼭 먹고 싶다고 재촉해서 라면 가게로 다리를 향했다.
물론 라면이 먹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녀는 어쩔 수 없네, 하고 말하면서도 어딘가 기뻐 보인다. 곱빼기로 해도 돼, 라는 말에는 과연 발끈했지만. 그러면서도 주문한 만두를 반 이상 가져가버리니 역시 먹보는 먹보다.
면을 후루룩거리며 아까 그 사람이랑 무슨 얘기를 했는가, 하고 질문을 받았다. 그녀는 먹는데 푹 빠져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잘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숨길만 한 일은 없다. 그래서 들었던 내용을 알려주었다. 곤란할 일은 아니니까.
화를 낼까. 아니면 슬퍼할까. 왠지 모르게 어지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만큼 그녀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그녀는 죽순을 집어 먹으며 흐응, 하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 죽순조차도 특별히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하고. 그래서 어떻게 대답했는가, 하고 거듭 질문한다. 깔끔할 정도로 투명한 무표정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다. 비교적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니까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알지 못했던 적은 없었는데. 날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냐고 물어봐도 나로서는 대답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무난하게 알겠다고 돌려줬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다시 라면을 향한다. 후루룩하는 먹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무슨 말을 할지 긴장했던 만큼 맥이 빠졌다. 도중에 끝나버려서 말을 잇기에도 타이밍이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에도 그녀는 계속 말이 없었다. 밤길을 둘이서 걷고 있어도 한 사람과 한 사람이 걸어갈 뿐이다. 마주 잡은 손의 따스함만으로 어두운 밤바다를 향해 배를 젓기 시작한 것 같다. 이 손목은 사슬이자 닻이다. 어느 쪽이 배고 어느 쪽이 항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에 도착하자 불을 켜기도 전에 그녀를 품에 안았다. 뺨을 가까이하자 얼굴을 꾹 밀어낸다. 잠깐 잠깐, 하고 두 번 거듭한다. 그녀는 어째선지 말을 두 번 반복하는 버릇이 있다. 역시 화났구나, 하고 낙담한다. 내 자만이 아니라면, 그녀는 분명하게 거절해주기를 바랐겠지.
칠흑 속에서 저기, 하고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어, 하고. 그것은 어려운 질문이었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속죄의 의미는 아니지만, 아이의 바람을 이루어주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니까. 그렇게 대답하자 배에 충격이 달렸다.
그립다, 라는 건 조금 틀렸나. 그녀는 화가 나면 배를 때리고는 했다. 요즘 몇 년인가는 없었던 일인데 오랜만에 겪어보니 상당히 아프다. 그녀가 성장하기도 했지만, 공백이 있었던 탓에 자각이 없었겠지. 숨이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당신 얘기를 하고 있는데, 하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 말이 하고 싶었을 뿐이라면 굳이 때리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정말 그 정도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숨을 들이쉬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닿는다고 해서 무언가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나와 계속 함께 있어 줄래, 하고. 좋아, 라는 대답은 내 예상이다. 신뢰든 의존이든 뭐든 상관없다. 그녀가 그렇게 말해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응, 하고 수긍해준다면 난 그걸로 족하다. 그녀가 곁에 있어 주기만 해도 충분하니까. 굳이 말하자면 나보다 먼저 죽지 않았으면 하는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