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17화
오십 년
그녀의 손이 등으로 뻗어온다. 기쁨의 증거인가 싶었지만, 그 손톱을 셔츠에 세우는데 이르러서야 이해했다. 이건 에두른 괴롭힘이다. 그녀는 마음이 손끝으로 드러나는 타입이 아니다. 확실한 계산이 담긴 행동이다.
계속 둘이서야, 하는 말은 달콤하다. 무척 달다. 그런 만큼 본심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밖의 대답이 내게는 없어서 끄덕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 그녀가 비슷한 말을 반복해서 질문했다. 계속 둘뿐인가, 하고.
그 말의 차이는 무엇인가. 둔하다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지만, 모르는 건 모른다. 환자를 봐도 의사가 아니면 원인은 알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녀가 기분이 상했다는 건 알아도 그 이유까지는 전문가가 아니니 알지 못한다.
조심스럽게 같이 있는 건 싫은가, 하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말 대신 손끝이 대답한다. 살에 파고들 때는 아마 아니라는 의미겠지. 같은 얘길 자꾸 묻지 말라는 뜻일지도 모르지만. 그럼 뭐란 말인가.
오십 년 뒤에, 하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때는 어떻게 될까, 하고. 오십 년이면 나는 아흔이 가깝다. 평균 수명으로 생각하면 죽어있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그녀는 스물 이상이나 젊으니까 아직 괜찮겠지만. 그렇게 되면.
난 혼자잖아, 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하고. 아직 중학생인데 환갑이 지난 자신을 걱정하다니, 정말 준비성 좋은 아이다. 귀엽지 않은 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가르친 것은 나다.
무슨 일이건 나중을 생각하도록, 무슨 일이 일어나고 나서는 늦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바로 한다. 준비하면 놀라거나 초조할 일도 없다. 그렇게 길렀으니 오십 년 후의 일을 생각하는 거겠지. 그리고, 내 배에 고개를 묻고 있는 이유도 이해했다.
오십 년 후에 외롭다면 그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은가. 나 이외의 가족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 방법은 몇 가지가 있겠지만, 조금 전 그녀는 계속 함께 있어 주겠다고 했다. 아울러서 생각해보면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몇 년 전에는 당당하게 요구했던 일이면서 지금은 이렇게 부끄러워하니 잘 모르겠다. 어른이 되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런 흐름이니까 부끄럽다고 느끼는 걸까. 어느 쪽도 그럴듯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리고, 새삼 확실하게 하라는 말의 뜻도 짐작이 갔다. 확실하게 라는 말에서 거리를 두라는 의미를 이끌어낸 것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남자와 여자의 책임지는 방식은 하나 더 있다. 그 사람은 알면서 그런 말을 했던 걸까.
무엇보다 그녀가 아내 선언을 한 다음이다. 눈치를 채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옳지 않을까. 들키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안이한 상상을 믿으려고 해버린 것이다. 아무리 나라지만 실로 마음이 약하다.
알았어, 하고 말하자 그녀가 어깨를 움찔거린다. 뒷머리에 손을 가져가자 그녀가 팔에 힘을 담았고, 그대로 귀에 손을 가져가자 밖에서 막 돌아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이 담겨있었다. 새빨가네. 그렇게 미소짓자 날 밀쳐내고는 달려가버린다. 불을 켰을 때는 벌써 그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말 그대로 도망가는 토끼처럼 빠르다.
거실에 앉아서 차를 머금는다. 어쩐지 지치는 하루였다. 술자리는 좋아하지만, 지친다. 돌이켜보면 즐거웠다고 생각하기보다 지쳤다는 인상이 강해진 건 언제부터였을까. 오십 년인가. 확실히, 오십 년 후가 현실적인 나이가 되었다.
중학생인 어린아이에게도, 서른이 넘은 아저씨에게도 오십 년 후는 있다. 그렇더라도 오십 년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무게는 전혀 다르다. 어린아이가 생각하는 오십 년은 미래와 같은 뜻을 가진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지구 반대편까지 한 시간이면 갈 수 있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이다.
어른에게 오십 년이란 지금의 연장이다. 지금보다 훨씬 쇠약해진 몸, 할 수 있는 일도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살아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뇌리에 떠오르는 광경마저 미래 같은 느낌은 없어서,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변하지 않은 뒷골목 같은 이미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빈곤한 상상력이다.
항상 욕실에 들어가는 시간을 이십 분 정도 넘겨서 그녀가 겨우 얼굴을 보였다. 잠깐 머뭇거리더니 생기는 날은 다음 주 정도인데, 하고 말한다. 무심코 쓴웃음을 지으며 손짓한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아이는 아직 이르다. 어린아이가 어린아이를 키우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어리지만은 않다. 그건 이해했다. 하지만 아이를 만들어버리면 많은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계속 숨길 수도 없고 숨겨도 좋은 일이 아니다. 잘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하고, 나도 노력한다. 그러니까 아직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게다가. 지금 당장 생겨버리면 더는 둘만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만 더 둘이서 있어도 좋지 않을까. 모처럼 가다듬은 표정이 다시 붉게 물들었다. 살며시 입을 맞추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