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58화 (258/450)

9년 18화

안대

검지 끝으로 살짝 배에 닿는다. 탄력이 있어서 부드럽고, 몽실한 살결은 내 손가락을 다시 밀어낸다. 배를 삭 쓸어내리며 원을 그리듯 미끄러뜨린다.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경계를 나누며 피부의 새하얌을 돋보이게 한다.

어디를 만졌을까요, 하고 물어본다. 그녀는 목소리를 떨며 배, 하고 대답한다. 그녀의 눈꺼풀은 수건으로 덮여있어 주변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양손을 뒤로 모아 나신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이다.

전신에 무엇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그저 다리만을 굽히거나 휘감으며 간신히 아랫배의 수풀만을 가리고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서 그런지, 그녀는 턱을 위로 향하고 천정을 바라보는 듯한 자세를 하고 있다. 목을 뻗고 있어서 그런지 입이 희미하게 열리고는 꼭 닫힌다.

약간의 놀이다. 눈을 가린 그녀에게 닿고, 어디를 만지는지 맞추는 게임이다. 배꼽에 손가락을 넣고 꾹 돌린다. 누르고는 당기며 주름을 덧쓴다. 그녀가 다리를 움찔거린다. 기분 좋은가, 하고 물어보니 고개를 흔든다.

다음 문제, 라고 말하고는 가슴으로 얼굴을 가져간다. 콧김으로 알았을까. 닿기도 전부터 그녀가 희미하게 숨을 흐트러뜨렸다. 혀를 뻗어 그 끝과 끝을 길들인다. 살짝 닿고는 떨어지고, 다시금 닿는다. 그러는 사이에 그녀의 것이 딱딱하게 부풀어간다. 주무르며 노는 고무찰흙처럼, 그녀의 유두 또한 부드러워서 무척 느낌이 좋다.

뭐로 닿았을까요, 하고 묻자 그녀가 다시 고개를 흔든다. 모르겠어, 라고. 정말 모르는가, 하고 거듭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힌트를 줘야겠네, 하고 말해주자 그녀가 볼을 부풀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곁에 있는 사람의 존재를 잊게 하는 걸까. 그녀는 시야가 가려졌을 때가 더 감정표현이 풍부해진다. 이렇게 알기 쉽게 아이다운 몸짓을 평소의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솔직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조금 전까지는 오른쪽 가슴이었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깨닫지 못하도록 숨을 죽이고 왼쪽 가슴을 빨아들였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의 가슴은 별로 크지 않다. 손으로 모으지 않고 입술만으로 머금을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도톰하게 부푼 유두만이 존재를 주장하고 있어서, 나로서도 그것을 상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입술을 꼭 닫아 물소리를 내며 공기를 빼낸다. 키스 마크라도 붙이듯 있는 힘껏 빨아올린다. 으응, 하는 신음이 귀에 닿았다. 소리를 죽이고 조용하게 허덕이는 그녀가 묘하게 귀엽다. 조금 더 듣고 싶어서 그만 힘이 담겨버린다.

얼굴을 떼자 유방에 커다란 붉은 자취가 남아있다. 조금 일그러진 원을 그리는 그것은 조금 못생긴 유륜처럼 보이기도 하다. 색소가 옅은 탓인지 그녀의 것은 옅은 분홍색이다. 이것저것 해온 것 치고는 예쁜 색깔이다. 그래서 이렇게 새빨갛게 물든 모습은 애처로운 동시에 생생하기도 하다.

알겠어, 하고 묻자 우물우물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큰 소리로 말해보렴, 하고 유도하자 자세를 바꾸었다. 왼팔을 구부려 오른쪽 가슴을 강조한다. 한쪽만으로는 불만스러운 모양이다. 확인해봐도 괜찮겠지만.

그러면 내가 알 수 없으니 분명하게 말해보도록 재촉한다. 잠시 망설이더니, 한쪽으로는 모르겠으니까 이쪽에도 힌트를 줬으면 한다고 입에 담았다. 이렇게 부탁하는데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붉은 꽃이 피어나도록 시간을 들여서 새겨넣었다.

몇 분 후, 그곳에는 두 개의 유방이 새빨갛게 부어오른 소녀가 앉아있었다. 나로서는 일 하나를 끝낸 듯한 달성감이 느껴졌다. 숨을 빨아들이는 건 의외로 체력을 사용한다. 있는 힘껏 해댔으니 약간 산소 결핍이기도 하다. 그만큼 부드러움은 만끽했다.

다음 질문은 어떤 것으로 할까. 고민 끝에 이렇게 말해본다. 다음에 만질 곳은 어디일까요. 질문의 의도를 헤아린 그녀는 부끄러운 듯 목이라고 대답했다. 남자와 다르게 목젖이 없는 매끈한 목덜미가 깔끔한 활처럼 되어있다. 너무 가늘어서 한 손으로 옆부분까지 감쌀 수 있을 정도다.

엄지손가락으로는 동맥의 고동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전해진다. 손톱으로 살짝 긁어주자 그녀가 신음한다. 반대쪽 손으로 움푹한 곳을 눌러주자 단번에 조용해진다. 조르는 건 물론 아니다. 긴장된 팔의 힘이 쭉 빠진다.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가자 젖을 빠는 어린아이처럼 정신없이 달라붙는다.

이게 마지막인데, 하고 서론을 두고 그녀의 귀에 들리도록 과장되게 지퍼를 내린다. 계속 참은 채로 단단해진 물건을 바깥으로 꺼냈다. 마지막으로 닿는 건 뭐라고 생각해. 그녀는 붉게 물든 채로 그거, 라고만 대답했다. 그거면 모르겠는데, 하고 말해도 그거 말야, 라는 말투를 한다.

콘돔을 끼고 그녀의 다리를 천천히 펼친다. 엉덩이 아래에 있던 수건도 상당히 젖어있다. 젖기 쉽다는 걸 자각한 그녀가 하기 전에 미리 깔아둔 것이다. 매번 시트를 빠는 것도 귀찮으니까, 하고 말했었다. 영차, 하고 아줌마 같은 소리를 내며 앉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조금 현실감을 다시 떠올리고 말았다.

김새는 느낌을 떨쳐내고 아니지아니지,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녀의 가랑이에 내 물건을 가져가고 질문을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닿는 건 뭐고, 어디라고 생각해. 입구를 자극하며 묻는다. 대답할 때까지 넣지 않을 거야. 자, 하고 재촉하자 마지못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작은 입에서 들려온 말은 몹시도 사랑스럽게 들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