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59화 (259/450)

9년 19화

이불

한밤중에 갑자기 옆구리가 시려졌다. 막연하게 의식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아직 깨어날 정도는 아니라서, 반쯤 몽롱한 상태로 주변의 감각만이 멍하게 전해져온다. 품속의 따스함이 없다. 아무래도 그녀가 이불을 빠져나간 모양이다. 그런 느낌으로 곧 눈이 뜨일 것을 예감했다.

눈을 감은 채 멍하게 누워있다. 잠이 든다면 그래도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녀가 돌아오면 다시 깨게 될 테니 똑같다는 생각도 했다. 어젯밤은 하고 나서 그대로 자버렸으니 나도 그녀도 옷을 입지 않았다. 그래서 유독 추위를 느꼈던 것이다.

어제오늘 일인데 내 물건은 임전태세에 돌입해있다. 자고 일어났으니 그런 법이겠지. 적극적으로 묻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동년배와 한자리에 있으면 들려오는 것들이 있다. 그들은 이십 대와는 다르게 조금 힘이 없는 것 같다고. 그렇지 않은데, 하고 몰래 우월감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남을 내려다보고 기뻐하는 건 칭찬받을만한 일이 아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입가가 풀린다. 나도 그들처럼 평범하게 결혼해서 아이를 만들고, 매일같이 일했더라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의 그녀는 젊고 건강하고 아주 사랑스럽다.

눈꺼풀 표면에 백색이 퍼진다. 딸깍 소리가 나더니 다시 빛이 사라진다. 뒤집힌 이불에서 차가운 공기가 흘러든다. 파고 들어오는 생물의 살결과 맞닿는다. 정액이고 체액이고 잔뜩 들러붙은 채로 굳어버려서 조금 거친 느낌이었다.

게다가 차가운 공기에 닿았던 그녀의 피부는 몹시 차갑다. 그 추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따뜻한 이불 속에 있던 내 몸에 달라붙는다. 이불, 담요, 나 같은 느낌으로 침구의 일부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얼음장처럼 시린 발끝을 문질러대니 견딜 수 없다.

왜 웃고 그래, 하고 그녀가 속삭인다. 그렇게 표정을 무너뜨렸을 생각은 없었지만, 자고 일어난 탓에 얼굴 근육도 느슨해져 있었겠지. 속된 이야기라 별로 아이에게 들려줄 만한 일은 아니다. 하고 생각했지만, 딱히 남 얘기는 아니다.

조금 말을 흐리면서 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흐응, 그렇구나, 하고 그녀가 감탄한다. 이것저것 알고 있어도 남자의 생리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의외로 솔직하게 놀라고 있다. 그런 모습에 약간의 우월감이 다시금 고개를 내민다.

자신감이란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다. 자신이 없으면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저자세가 된다. 나이를 먹고 노화함에 따라 점점 나이 차를 신경 쓰게 된다. 그를 비관해서 어른스러운 대응을 하겠다고 다짐해봐야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일로 이어질 뿐이다. 주변과 비교해서 자신을 되찾는 것도 한심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런 자신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그걸로 당당하게 행동할 수만 있다면.

난 그래도, 라고 말하며 그녀가 손을 뻗었다. 차가운 감촉이 고간에 닿는다. 장난감 같았던 손은 훌륭하게 성장했지만, 아직 호리호리한 여성스러운 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매끈하게 뻗은 한편, 대식가임을 나타내듯 손가락부터 둥글게 살이 붙어있는 손을 하고 있다. 그 부드러운 손이 고환이나 장대 부분을 부드럽게 만지작거린다. 그 움직임에 맞추듯, 조그말 때도 좋아하는데, 하고 말을 이어갔다.

그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흐물흐물한 모습이 오히려 드물지 싶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다. 소녀에게 고간을 빤히 보여지는 상황에서 조금도 흥분하지 않을 수 있는 남자는 적겠지. 난 남색가도 아니라서 자연스럽게 서버린다. 그럼 하고 난 다음에는 줄어들지 않는가. 어느 정도는 맞지만, 신기하게도 그렇지 않다.

혼자 할 때는 내버리고 나면 몇 초 만에 줄어든다. 하지만 그녀가 입으로 해주거나 몸을 섞을 때는 심지가 남아있다. 슬라임처럼 완전히 힘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막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녀가 조그마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따뜻한 욕조에 잠겨 완전히 긴장을 풀고 있을 때 정도다. 그렇다 해도 재미있다고 부드럽게 만지작대면 형태를 되찾고 만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작아진 그것을 레어 몬스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온화하고 행복한 분위기에 둘러싸여, 또다시 졸음이 날 덮쳐온다. 눈을 감고 의식을 놓으려 하자, 그녀가 무엇인가 이야기한다. 여기는 우리 둘 밖에 없는데도 어째선지 누군가에게서 몰래 숨는 듯한 작은 목소리다. 적당하게 대답하고 조금 지나자, 다시금 그녀가 말을 걸어온다. 밤중에 눈이 뜨인 것이 기뻤던 걸까. 수학여행의 밤처럼, 그녀 안에 작은 흥분이 있는 모양이다.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데, 하고 귀찮게 느껴진다. 그런 동시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기쁨 또한 느껴진다. 서둘러 걷고 있을 때 낯선 아기 고양이가 다가와서 장난을 치는 듯한 느낌이다. 곤란하지만 흐뭇하기도 하다. 팔에 힘을 담아 그녀가 돌아눕도록 재촉한다. 배와 등으로 맞닿았던 것이 배와 배가 된다. 얼굴을 마주 보는 모습에, 이야기에 어울려주는 거라고 착각한 듯하다. 어둠 속에서도 미소짓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뻐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녀에게 키스해서 입을 막는다. 천천히 등을 위에서 아래, 어깨에서 허리까지를 쓰다듬어주자, 점차 열기가 멎어준 모양이다. 부드럽게 진정된 숨결은 그녀가 잠들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단지, 눈치채보니 그녀의 다리가 내게 얽혀서 죽부인 대신으로 삼고 있었다. 내 허리를 능숙하게 조인 상태로 자극해온다. 몽정만은 꼴사나운데, 하고 생각하면서 억지로 꿈의 세상으로 빠져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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