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60화 (260/450)

9년 20화

진로

생강구이를 입에 물고 진로 희망 조사서를 들여다본다. 그녀가 가져온 것이다. 어떡하지, 라고 하는데 어떡해야 한다. 진로를 정하는 건 본인의 문제다. 그렇다곤 해도 이 나이에 부모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결정하는 아이도 적기야 하겠지. 공립인지 사립인지에 따라 가격도 상당히 다르기도 하다.

생각해 둔 곳은 있는가, 하고 물어본다. 어느 학교에 가고 싶다거나, 장래에 무엇을 하고 싶다거나. 중학생이란 꿈과 희망이 가득한 연령이겠지. 단지, 내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고 그렇게까지 구체적인 답안이 있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세상에는 미래의 미래를 내다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할 수 있는 인간도 존재한다. 전략적으로 살아가는 타입의 인종이다. 나는 일단 공부는 했으니, 요령 좋게 살아갈 수도 있기는 하다. 단지, 어떻게 되고 싶다는 것이 없다. 전술적으로 살아가는 인종인 것이다.

과연 그녀는 어느 쪽인가. 그녀도 고민스러운 모양이라, 미간에 주름을 모으고 있었다. 비슷하게 생강구이를 베어 먹으면서. 이쪽은 내 것처럼 얇게 썬 것이 아니라 한입 크기로 썰어놓은 것이다. 조금 전에 집게와 조리용 가위로 자르는 모습을 보았다.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이 싫다, 는 모양이다. 그녀 안의 유행이겠지. 그렇게 먹지 않는다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 그녀답다.

결혼은 하니까, 하고 서론이 들어온다. 하니까, 라는 건 확인의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 뉘앙스에 힘이 들어있다. 요즘은 유난히 집요해지고 있다.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강조하면 할수록 조금 뒷걸음질 치게 된다.

아이는 몇 명이 좋아, 하고 이어서 질문한다. 내 눈앞에 바로 그녀가 있어서, 미래라는 것을 너무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가 없다. 미래의 다음다음, 이십삼 세기에 세상이 어떻게 변해있는가, 라는 것에 가깝다. 단지 나도 사촌도, 그리고 양친도 형제는 둘이었다. 아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둘 정도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하고 싶다기보다, 그렇게 되겠지 싶은 믿음일 뿐이겠지만.

사실 나는 어느 고등학교의 수험을 볼까,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그런 이야기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꽃가게, 같은 귀여운 소릴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구체적이면서 망상적인 것을 상상했다.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어떤 의미로는 더욱 현실적이고, 더욱 추상적인 말이었다.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데, 하고 그녀가 혼자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나는 듣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쳤다. 대략 한 명에 천만 엔이라는 말은 있다. 그것을 참고해서 그녀 한 명 정도라면 양육할 수 있을 거라고 데려온 것이다.

둘이면 이천 만인데 우리 집에 저축은 있는가. 역시 나도 제대로 일해야 하니까, 하고 이어진다. 거기서 드디어 그녀의 이야기가 이해됐다. 무엇을 해서 어떻게 버는가, 라는 것이 그녀의 진로인 것이다. 어린 면도 눈에 띄지만, 나보다 훨씬 어엿한 부분도 적잖이 있다.

그렇다면 내게도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 사회인으로서 일해왔고, 친구나 지인의 모습도 봐왔다. 진지하게 일할 생각이 있다면 시청 같은 지방 공무원이나 경찰, 소방서의 사무원이 가장 적합하겠지. 그녀의 경우 아이를 키우는 것도 시야에 넣고 있으니 더욱더 그렇다.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의 사회는 여성이 일을 계속할만한 직장 환경이 아니다. 경력직 여성은 아이나 가족과의 시간을 가진다는 건 우선 불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일반직은 사원의 결혼 후보로서 채용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어느 쪽도 그녀가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내 욕심이지만, 그런 방식으로 살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공무원은 급료야 많지 않으나, 안정적이고 복리후생도 확실하게 갖추어져 있다. 출산 휴가가 있더라도 직장 복귀는 절망적인 회사도 많지만, 공무원은 상당히 일반적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녀가 취직하기까지 변할 가능성도 있지만, 별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게 설명하니 그녀도 수긍했다. 남은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할지, 대학을 나와서 할지. 이 두 가지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일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 점은 보호자로서 대학까지는 나오도록, 하고 타일렀다. 제대로 대학을 졸업하는 편이 초봉이 많아지니까, 하고 주저하는 그녀를 설득했다. 그녀가 이념보다 실익을 취하고 싶어 한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돌고 돌아서 다시 서류로 돌아오면 어느 고등학교로 가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그녀도 일단은 알아본 모양이라, 편차치로 따져보면 주변의 어느 곳이라도 다닐 수 있다고. 단지, 가능하면 추천이 아니라 일반 수험으로 입학해달라는 부탁을 담임에게 받았다고 한다.

그녀의 성적은 충분히 높아서 예상 밖의 일이 없다면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그렇기에 추천 범위는 합격이 아슬아슬하거나 다소 부족한 학생을 보내는 데 사용하고 싶은 것이다. 과연 그렇게까지 노골적인 말투를 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다른 아이를 위해서라도 힘내주기를 바란다는 건 그런 의미겠지.

어디 다니고 싶은 고등학교는 있는가, 하고 묻자 팜플렛을 쓱 꺼내왔다. 어디든 상관없지만 어디든 멀다, 라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도보로 다닐 만한 범위에 있었지만, 고등학교는 자전거로 한 시간이나 전철을 타고 한 시간은 가야 하는 거리다. 공업고나 상업고라면 몇 군데 있지만, 그녀의 희망과는 조금 다르다.

그녀니까 이번에도 교복이 귀여운 곳으로 가고 싶다, 라고 할 거라고 생각했다만. 장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을 가볍게 선택하지 않는 만큼 어른이 되었다고 안심했다. 몇 장인가 비교해봤더니 기억에 남아있는 학교 하나가 눈에 밟혔다.

빤히 들여다보니 왜 그래, 하고 그녀가 물었다. 나는 매일 아침 자전거로 통근하는데, 오가는 도중에 마주치는 학교였다. 그걸 그녀에게 이야기하자 그럼 거기로 할래, 라고. 무슨 이유인가 싶었더니 학교까지는 같이 갈 수 있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교복으로 정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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