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61화 (261/450)

9년 21화

변기

지극히 서민적인 쇼핑을 하러 나왔다. 그것만으로 도심까지 나올 정도이니 굉장한 집착이다. 화장실에 관한 다툼이 발단인데, 그녀는 정말이지 집념이 깊다. 불리한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이다만.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우리 집 화장실 창문은 항상 활짝 열려있다. 항상이라고 하면 어폐가 있으려나. 그녀가 나온 다음에는 반드시 창문이 열려있는 것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냄새 때문이다. 그녀 본인이 냄새가 난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에는 화장실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왜 그러나 싶으면 문득 사라진다. 신기한 습성을 지닌 동물 같아서, 의문으로는 생각해도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때는 이유도 판명되었다.

나도 매번 화장실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멍하게 서 있는 그녀에게 비켜달라고 부탁했지만 완고하게 들어주지 않는다. 출근하는 시간도 있으니 예 그렇습니까, 하고 물러설 수도 없다. 필연적으로 말싸움이 되는데, 절대로 싫다고 우기더니 끝내는 소변이라면 욕실로 가라는 것이다.

볼일을 보는데 욕실을 사용하는 건 본말전도고, 납득가지 않는다. 애초에 난 큰 용무라 욕실에서 해결할 수도 없다. 다투기도 귀찮으니 힘으로 밀쳐내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대체 뭐였나 생각하며 볼일을 보고, 밖에 나와보자 문밖에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았냐고 물어보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가 어떻게 괜찮은지 물어보자, 말하기 어려운 듯 냄새나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냄새나는지 아닌지로 말하면 냄새난다. 단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사용한 화장실이 냄새나는 건 당연하다. 별로 아무렇지도 않다.

신경 쓰는 그녀를 귀엽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아침부터 화장실을 점령당하는 귀찮음이 더 컸다. 아침에 나가는 건 내 쪽이 빠르니까 신경 쓰인다면 내 다음에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은 그렇게 이야기가 되었으나, 생리현상이니까 참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녀는 이후로도 계속 신경 써서 방향제를 이것저것 몇 종류나 시험해보거나, 탈취 작용이 있는 스프레이를 사기도 했다. 단지, 방향제는 냄새가 섞일 뿐이지 냄새가 더 심해지고, 스프레이는 금방 없어지는 탓에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난 아무래도 좋지만 그녀에게는 간과할 수 없는 금액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다다른 결론이 창문을 여는 것이었고, 가끔 화장실에서 펄럭펄럭하고 부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실제로 맡지 않더라도 냄새난다는 걸 알게 되어버리니, 그녀의 배려라고 할까 과민반응은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지만. 슬슬 나도 귀찮으니 말하지는 않는다.

오늘의 용건은 변기 커버를 사는 것이다. 애초에 우리 집에서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었다. 한때는 사용했던 적도 있었는데 관리가 큰일이다. 다른 옷과 같이 세탁하기도 뭐하지만, 그것만을 위해서 세탁기를 비우기도 그렇다. 틈을 엿보는 수밖에 없지만, 기회라는 건 대체로 잊어버리는 법이다.

양친이 건재했을 때부터 커버를 쓰지 않게 돼서 변기에 직접 엉덩이를 붙이고 사용하는 상태였다. 차라리 커버를 다는 것보다, 신경 쓰일 때마다 화장실 휴지에 물을 묻혀서 닦을 수 있으니 훨씬 청결하다. 관리하지 않는 커버보다는 몇 배나 깔끔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불만을 표해왔다. 친구 집에 갔더니 비데가 달린 따뜻한 변기를 발견하고 말았다고. 영화관이나 쇼핑몰에 있는 건 알았지만, 일반 가정에도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생각도 재미있지만.

겨울철에는 엉덩이가 차갑다고 계속 불평했으니 알아버리면 바꾸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겠지. 단지, 화장실을 바꾸는데 얼마나 들어갈지. 바꿔도 좋지만 가격은 잘 알아두도록, 하고 말하자 그날 밤에는 완전히 포기해버렸다.

싼 것이라도 몇십만은 하는 모양이라, 도저히는 아니지만 아깝다고 한다. 집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녀가 지금보다 더 봉사해준다면 상관없다고 농담 삼아 말했지만 분명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올바른 경제 관념이라고 기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기 싫었겠지 하고 생각해버린다.

그래서 선반 안에 봉인되었던 변기 커버를 꺼내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전보다 차갑지 않다고 호평이기는 했는데, 어찌 생각이나 했으랴. 전혀 세탁되지 않는다. 자기가 꺼냈으니 직접 세탁하도록 말해도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 끝내는 다른 옷도 들어있는 곳에 한꺼번에 집어넣으려 하는 형국이다. 어차피 세제를 넣으니까 괜찮다면서.

그렇게 한바탕 말썽을 일으키며 적당적당하게 사용했던 커버가 결국 닳아버렸다. 여벌이 몇 장인가 있는데도 바꾸기 귀찮다고 갈지 않았으니 집중적으로 너덜너덜해졌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겠지. 그 보충 요원을 새롭게 손에 넣는 것이 오늘의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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