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62화 (262/450)

9년 22화

문구

올려다보면 마천루, 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빌딩 하나가 통째로 잡화점이라고. 언제였는지 로컬 뉴스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토쿄에서 시작되어 전국에 체인점을 전개하고 있는 잡화점 체인이라고 한다.

이것과 비슷한 물량을 가진 잡화점은 교외에 나가보면 얼마든지 있다. 식목이나 공구도 취급하고 있으니 그쪽이 품목은 더 다양하겠지. 굳이 도심의 빌딩까지 찾아온 것은 요컨대 팔랑귀라서 그렇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변기 커버를 살 뿐이라면 근처 슈퍼나 역 앞의 백화점에서도 팔고 있다.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곳을 둘러보는 것이 목적이겠지. 정한 건 어디까지나 그녀니까 본심은 모르겠다만.

다들 가는 곳에 가보고 싶다, 라는 대중의식 비슷한 것도 있다. 혹은 지방에 나고 자란 어린이가 흔히 갖는 토쿄를 향한 동경 같은 거겠지. 솔직하게 가보고 싶다고 하지 않고 일용품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붙이는 점이 그녀답다.

지하에서 지상 오층까지가 전부 하나의 잡화점으로 구성되어있다. 지하에는 문구류가 있어서, 샤프나 볼펜, 노트에 연필, 지우개 같은 그리운 이름들이 늘어서 있다. 난 사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녀는 현역으로 사용 중인 것들뿐이다. 우선은 여기부터, 라는 흐름이 되었다.

종류는 어쨌든, 품목은 확실히 많다. 샤프펜만 봐도 사십 가지는 있다. 형태나 품질은 비슷하고 색깔만 다른 것을 포함하면 그 배는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녀는 여전히 연필을 애용하고 있다. 이십일 세기의 아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내가 연필파다. 어렸을 적에 조모에게 맡겨졌던 탓에 연필이 더 친근하다. 그래서 그녀가 학교에 다닐 때도 연필을 쥐여주었다. 심이 닳으면 하나하나 커터로 깎아주고, 다시 집어넣는다. 요즘은 아무래도 직접 깎고 있지만, 습관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도 남들만큼 샤프에 흥미가 있는 모양이다. 나도 그랬는데, 연필에 익숙하니까 더욱 차갑고 기계적인 면이 있는 샤프에 매력을 느끼는 법이다. 그녀가 사용하지도 않는 샤프펜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것을 난 알고 있다.

처음 보는 상품도 있다. 사용하는 동안 심이 돌아서 항상 가늘게 적을 수 있는 물건이다. 또, 심을 마지막 몇 밀리까지 다 쓸 수 있다는 물건도 있다. 누르면 지우개가 나오는 샤프펜의 지우개판 같은 것까지 있다.

그녀는 손바닥 크기로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다는, 두껍고 짧은 소시지 같은 펜을 손에 쥐고 있다. 귀여워귀여워, 하고 말하는데, 여자의 귀엽다는 말을 난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샤프펜이 끝나자, 다음은 볼펜이라며 신이 나 있다.

이쪽도 샤프펜과 비슷할 정도로 대량의 상품이 굴러다니고 있다. 몇 개나 되는 펜을 번갈아서 시험 사용하며 즐기고 있다. 펜의 굵기와 색상이 몇 종류나 된다는 것이 기쁘다고 한다. 같은 빨강이라도 몇 종류가 있고, 예로부터 전해지는 색을 재현했다는 표현하기 어려운 색조의 것도 있다.

역시 손님층도 여성이 많아서, 그녀보다 작은 아이도 있나 하면 나와 비슷한 정도의 여성도 있다. 단조로운 검정이라면 모를까, 다양한 컬러는 마치 여성의 진지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녀 옆에 서 있어도 나로서는 주눅이 드는 느낌이다. 이것저것 감상을 묻는다고 재치있는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보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 하고 양해를 구하고 노트가 있는 코너로 이동했다. 난 대학 노트에 일기를 적고 있는데, 새로운 거라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반 정도 여백이 남았으니 당장 살 필요는 없다.

새삼 둘러보니 노트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예를 들어, 전화 옆에 놓아두는 듯한 위로 펼치는 메모장을 크게 만든 물건이 있다. 이 타입은 적기는 쉽지만, 뒷면에 적은 것을 읽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금속 링으로 종이를 묶어놓은 것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세련돼 보이는데, 종이를 묶은 가운데에 손을 둘 곳이 없어서 적기 불편하다. 또, 일반적인 노트도 두꺼운 것을 사용하면 단차가 생겨서 지면이 기울어진다. 손으로 누르지 않으면 적을 수 없어져서 역시 편의성은 낮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역시 학생이 사용하는 대학 노트가 적기 편하다는 점에서는 가장 좋다. 게다가 대학 노트는 얇은 만큼 자주 바꾸게 된다. 새로운 노트를 펼칠 때마다 더욱더 새로운 기분이 된다. 낯선 물건이 몇 가지 있더라도 손은 정해진 것을 고르게 되어있다.

업무에도 사용하는 스케줄장을 들여다보고 있자, 그녀가 돌아왔다. 몇 개의 펜을 쥐고 있다. 사줄까, 하고 물어보니 스스로 사겠다고. 용돈은 받고 있으니 괜찮다고 한다. 내 손에 들린 노트를 보더니 또 이건가, 하고 말해왔다. 그녀는 새로운 것을 사고 내가 익숙한 것을 고르는 것은 나이 탓인가, 아니면 성격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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