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24화
휴대전화
이만 돌아가려는 차에 눈에 밟히는 것이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오늘의 목적이었던 물건이 들려있고, 그 밖의 것들은 내 손에 있었다. 그 밖이라는 건, 처음 예정에는 전혀 없었던 물건이지만 갑자기 갖고 싶다고 졸라서 사게 되었다는 뜻이다. 어느 쪽이 더 많은지는 적을 필요도 없겠지.
이런 것도 갖고 싶은가, 하고 물어본다. 한창때니 갖고 싶지 않을까. 내가 그녀와 비슷한 나이였을 때 마침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전까지는 숄더백처럼 어깨에 걸치던 물건으로, 당시의 형사 드라마를 보면 곧잘 차에 실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게 상당히 소형화되고, 가격도 내려갔다. 어린아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정도다. 아니, 오히려 아이들의 방범용으로 좋다는 선전 문구가 붙게 된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먼저 누나에게 사 주었고, 몇 년 뒤에는 내 손에도 들어오게 되었다. 워낙 맞벌이라 낮 동안은커녕 하루 대부분을 얼굴도 보지 않고 지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양친도 불안이 있었겠지.
개인정보 보호의 시점에서 연락망이라는 것이 사라지기 시작한 시기였으니, 반 친구들은 한결같이 부모에게 조르고는 했었다. 그게 없으면 졸업 후에는 연락조차도 쉽지가 않다. 만약 집 주소를 알더라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단이 없으면 좀처럼 만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법이니까.
그녀도 사용법 자체는 알고 있다. 내 스마트폰을 자주 만지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의 연락이나 극히 드물게 친구에게서 오는 문자밖에 사용하지 않아서, 버튼이 없는 핸드폰으로 메일을 쓰는 것이 여태껏 익숙하지가 않다. 그녀 쪽이 훨씬 능숙하게 다루고 있겠지.
시선으로 재촉하자 그녀도 가게로 다가갔다. 전에는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조금은 흥미가 있었겠지. 도로 방향으로 모형 단말이 늘어서 있다. 이렇게 보면 핸드폰 샵은 가전제품보다는 채소가게나 생선가게를 닮았다.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어도 어딘가 어수선하다.
도난 방지용 체인이 달린 단말을 손에 들어 만져보고 있다. 엄지손가락의 매끄러운 움직임에 무심코 빠져들 것 같다. 손가락이 무척 길어 보였다. 가까이서 내려다보니 옷의 틈새까지 보일 것만 같은데, 이상하게 의식하는 편이 더 이상하니 알아채지 못하도록 눈을 돌린다.
내가 젊었을 때는 일 년마다 기종을 변경하는 것이 당연했는데, 시대가 바뀌었나 보다. 그 시절도 비싼 것은 몇만 엔은 했지만, 쌓인 포인트나 통신사 변경 캠페인 같은 것을 이용하면 무료에 가까운 금액으로 바꿀 수가 있었다.
이제는 싼 것이라도 몇만 엔이라, 평범한 가격대가 오륙 만이다. 비싼 것이라면 십만은 가볍게 넘어간다. 이 가격이면 노트북을 살 수 있겠다만. 인기 기종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면 사는 사람이 있는 거겠지.
그녀 옆에서 혼자 감탄하고 있자, 점원이 안쪽에서 찾아왔다. 늦게 등장한 이유는 타이밍을 가늠한 건지, 아니면 그저 방금 깨달은 건지. 아가씨의 핸드폰을 찾으시나요, 하고 다가온다. 궁금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귀찮을 뿐이다만.
하지만, 주역은 그녀다. 내가 일방적으로 쫓아낼 수는 없다. 기재된 정보 이상의 일을 듣고 싶을지도 모른다. 내게는 세세한 차이 같은 건 전혀 알 수 없으니 알려줄 수도 없다. 어떻게 할까 싶어서 그녀를 바라봤지만, 그녀 또한 당황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평소 같으면 내가 먼저 움직여서 가로막았다. 드물게 결정권을 가지게 되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건지도 모르겠다. 슈퍼에서 식자재나 일용품을 사는 일은 자세하겠지만, 가전제품 같은 건 문외한이다. 순간적으로 대답이 나오지 않겠지.
점원은 우리의 망설임을 간파하고 세일즈 토크를 전개했다. 아가씨가 가지고 계신 모델은 최신형이라, 카메라의 화소량이 굉장하다. TV도 볼 수 있고 배터리 용량도 기존의 몇 할은 더 크다. 그만큼 가격은 있지만 한 세대 전이라면 싸게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녀가 가만히 눈을 깜빡거리자, 이번에는 내 쪽으로 다가온다. 자녀분의 스마트폰에 세이프티 가드를 넣는 것도 가능하다. 수상한 사이트로 접속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 인터넷 열람 기능을 제거하고 문자와 전화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등등.
대강 들어볼까 싶기는 했는데, 의외로 끝나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한 계속 이어질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하고 억지로 말을 끊었다. 조금 더 비교해보고 싶으니 용건이 있으면 부르겠다고도 말해주었다. 미소를 띤 채로 가게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마치 피에로 같아서 상당히 무섭다.
무의식적인 행동인지, 어느샌가 내 뒤에 숨어있었던 그녀가 의기양양하게 튀어나온다. 눈을 치켜뜨면서 코를 부풀리고는 해치웠다고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상대는 적도 아니고, 그녀가 무언가 저지른 것도 아닌데도. 일단, 오늘은 아직 사지 않기로 했다.
그저, 그녀도 내년이면 중학교 삼학년이라 금방 고등학교 일학년이 된다.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 핸드폰 하나 정도는 들려줘야겠지. 행동 범위도 늘어날 테고, 그야말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범위 바깥이라면 방범 굿즈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