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25화
새끼 너구리
공원 앞을 지나가자, 그녀가 소매를 꾹 잡아당긴다. 사치스럽게 외식을 만끽하고 돌아가는 길이다. 여덟 시도 가까워서 해가 저물고 있다. 보답도 아직이니까, 하는 말로부터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해했다. 밖에서 하는 건 상당히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크다. 항상 밖에서 할 필요는 없겠지만. 다른 커플이 밖에서 하는 이유란 무엇일까. 돈이 없으니까 야외에서 마치고 싶다는 이유도 있겠지. 매너리즘이라 자극이 부족하니 보충하고 싶다는 것도 있을 법하다.
우리 집으로 말하자면, 하는 장소는 자택으로 충분하다. 말리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돈도 들지 않는다. 욕실도 있고 이불도 있으니 필요한 것은 전부 갖춰져 있다. 스스로 청소해야 한다는 것이 난점이기는 하지만.
자극으로 따지자면, 확실히 바깥에서 하는 편이 자극적이기는 하겠지. 집이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니, 그곳 이외는 많건 적건 자극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그렇게까지 자극을 원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앞으로 이십 년, 삼십 년이 지나면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녀는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어서, 그 변화는 놀랍기까지 하다.
집까지 기다리지 못하다니, 야한 아이가 되었나, 하고 놀렸다. 언성을 높이는 일도 없이 그럴지도, 하고 중얼거린다. 소리는 작아도 분명하게 귀에 울리는 목소리다. 턱 아래에 손을 가져가서 고양이처럼 쓰다듬는다. 가만히 사랑받는 그녀의 모습이 정말로 애완동물 같다.
공원에 들어가서 벤치에 허리를 내린다. 지붕도 있는 정자가 지어져 있다. 길목마다 전등이 놓여있어,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이 혼자 걸어 다니기엔 조금 불안하지만, 약간의 러닝 정도는 할 수 있을 만한 풍경이다.
빛은 그다지 세지 않으나, 밖과 안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어두운 곳에서는 빛 안쪽이 잘 보이지만, 빛 아래에서는 어둠 속을 엿볼 수 없다. 요컨대, 정자는 노출하기는 좋아도 남에게 숨어서 밀회를 가지기엔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나로서는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인지 살짝 손 위에 손을 거듭한다. 손톱 끝으로 내 피부를 살짝 긁는다. 그녀는 항상 무릎 위에 앉고는 해서, 옆자리에 앉아있는 것에는 위화감이 느껴진다.
내 쪽에서도 그녀에게 닿고 싶지만, 오른손은 그녀가 가지고 놀고 있다. 아무리 뻗어봐도 왼손으로 그녀에게 닿는 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적인 쾌감 같은 것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마음 편한 접촉만이 있다. 단단한 손가락 관절을 쓰다듬어질 때마다 행복한 기분에 가득 찬다.
그런 그녀를, 나는 어떻게 생각했는가. 야외에서 하고 싶은가 아닌가, 같은 저속한 일만을 생각했다. 그녀는 평소부터 좀 더 부드럽고 다정한 교류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는데. 새삼 자신의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오른손을 빙글 돌려서 그녀의 작은 손을 받아들인다. 그녀가 해준 것처럼,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쓰다듬는다. 내가 그녀에게, 그녀가 내게, 쥐들이 장난치는 듯한 놀이를 이어간다. 그런 일을 이어가고 있었더니, 그녀 쪽에서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을도 깊어지고, 밤도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삼십 분 정도는 앉아있는 셈이었다. 별것 아닌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슬슬 끝낼 때겠지. 일어나서 돌아가자, 하고 말을 건다. 아주 조금 망설인 끝에 그녀도 자리를 일어섰다.
단 몇 년 전에는 손을 잇고 바깥을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렵다. 그녀가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세간이 말이다. 사십 가까운 남자와 중학생이 손을 잇고 걷는 것은 역시 이상하겠지. 집 주변에서 한들, 아무리 그래도 사이가 너무 좋은 부녀로 보인다.
기묘한 거리를 두고, 함께 나란히 집으로 돌아간다. 문마저 열어버리면 그걸로 끝난다. 앞으로 십 분, 앞으로 오 분이 오늘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익숙한 길이 무한하게 이어진 것 같다. 우편함의 신간을 꺼내고, 계단을 올라가서, 방 앞에 도착한다.
열쇠를 꽂고, 떠밀리듯 안으로 들어간다. 손을 뒤로해서 문을 잠그고는 그녀에게 안겨든다. 가슴에 고개를 묻자,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오늘은 어리광쟁이네, 하고 웃고 있다. 그녀가 볼 때는 성욕을 품고 안기는 것도,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구별되지 않을 터인데. 어째선지 알 수 있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부드러움은 부족하지만, 따뜻하다. 찬 공기로 식어버린 뺨에 살결의 따스함이 엉겨 붙는다. 더 직접, 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자 그녀가 읏차, 하고 웃옷을 들어올려 주었다. 이심전심에 감격하기도 했지만, 그 아래에서 튀어나온 것은 동그랗게 부푼 배였다.
정신없이 매달리던 마음이 한순간 걸음을 멈춘다. 신성하게 느껴지던 그녀가 갑자기 너구리로 변한 것 같은 기분이다. 단지, 온화한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는 그녀를 보니, 망설이는 내가 나쁜 듯한 느낌이다. 될 대로 돼라, 하고 안겨붙어 본다.
옷 너머보다 더욱 부드럽고, 더욱 따뜻하다. 그건 그렇긴 한데, 꾸륵꾸륵하는 위장의 활발한 소리마저도 들려온다. 물론 그녀가 싫어지는 건 아니고, 오히려 사랑스럽지만. 단 이십 초 만에 기분이 완전히 바뀌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