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67화 (267/450)

9년 27화

참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세상의 모든 것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간단한 논리로, 우편 사서함이 빨갛다는 사람과 그 밖의 사람이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색깔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우편함이란 형태이지 색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걸 전제로 말하자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자신에게 손해가 없는 한 남을 도와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좋은 인간과, 자신에게 이득이 없는 한은 절대 남을 도우려 하지 않는 욕심 많은 인간이다. 어쩌면 사람이 좋은 것과 욕심이 많은 것은 반대인지도 모르지만.

손해와 이득이란 가늠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대부분의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건 돈이 대체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대부분의 일을 대신할 수 있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고기와 생선, 책상과 의자를 단순하게 교환할 수는 없지만, 돈으로 바꾼다면 그것이 가능하다.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 모든 것을 돈으로 바꿀 수 있도록 쌓아 올린 것이 바로 문명이다.

그런 세상이라 해도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있다. 근본적으로 대체할 것이 없는 것은 교환할 수 없고, 교환할 수 없는 것은 돈으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때때로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코타츠 안의 두 사람 중 어느 쪽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건을 집어오는가, 같은 일이다. 난 벌써 나이가 들었으니 사소한 일로 일어났다 앉았다 하고 싶지 않다. 코타츠 밖이 춥기 때문에 싫은 것이 아니다. 지금의 쾌적한 장소를 떠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녀 쪽이 젊기도 하고, 말하자면 식객인 몸이다. 연장자를 위해서 약간의 고생을 해줘도 좋지 않은가. 뭐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잠깐 목을 축일만한 것과 다과 하나 정도면 된다. 코타츠는 부엌에서 몇 걸음도 떨어지지 않았단 말이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그녀는 내가 손수 키워 낸 아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라고는 하기 어렵다만. 생각하는 방식이나 행동 구석구석에서 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런 곳까지 닮지 않아도 좋을 것을, 하고 생각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녀도 나처럼 자신에게 이득이 없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타입의 인간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인을 위해서 잠깐 아이스크림을 가져와 줄 다정함은 없는가, 하고 조금 전부터 끊임없이 종알거린다. 솔직히 말해서, 없다. 아니, 오히려 내가 아이스크림을 가져오지 않는 것이 다정함이라고 말해도 좋다. 겨울철의 추운 시기에 굳이 아이스크림 같은 걸 먹지 않아도 좋을 테니 말이다.

아직 중학생 어린아이기도 하니, 다이어트 같은 건 필요 없다고는 생각한다. 생각하지만, 고기고기고기, 하고 매일 고기만 먹으면서 아이스크림까지 거리낌 없이 먹어대고 있다. 조금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아닌가. 운동은 하고 있다고 해도, 조금 삼가는 편이 몸을 위하는 길이겠지.

차라리 먹는다고 해도 약간의 노력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정도는 하는 편이 좋다. 가만히 앉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만을 기다려서는 병이 들고 만다. 진심으로 먹고 싶다면 그 정도는 해야만 하리라. 겸사겸사 내 차 같은 것도 가져오면 좋고.

알고 있다. 우리의 주장은 완전한 평행선이다. 서로 타협할 부분도 없고, 할 이유도 없다. 염가 판매라고 해야 할지. 그녀는 아예 아이스크림을 가져오면 키스해줄 테니까, 하고 말하고 있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하고 나는 지갑을 꺼낸다. 그렇다곤 해도, 이건 현찰을 넣는 지갑이 아니다. 그녀와의 거래용으로 사용하는 지갑이다. 그녀가 기뻐하는 일을 하면 포인트가 주어지고, 그 포인트를 내는 것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준다. 임시로 돈을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게 차를 내온다면 여기서 포인트를 내겠다, 하고 말해준다. 그녀는 싫은 표정으로 코타츠를 나오기 위한 포인트는 백만 포인트라고 내뱉었다. 정말이지 제멋대로지만, 나도 마찬가지기는 하다. 여기까지 오면 뭘 해도 똑같다는 느낌은 있다.

둘이서 모른다는 표정으로 책을 펼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 똑 닮았다. 시간을 쓰는 법도 똑같고, 어색할 때 보이는 반응도 완전히 똑같으니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시간을 잊어버리는 것도 그렇다. 실제로 몇몇 불편함마저 잊어버리면 이 정도로 쾌적한 곳은 달리 없다.

잠시 지나자, 발끝에 툭툭하고 닿는 것이 있다. 그녀를 쓱 노려봤지만, 아무래도 일부러 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녀는 여전히 책에 눈을 향한 채 집중하고 있다. 일부러 장난으로 건드렸다고 생각했는데.

관찰해보니, 요컨대 화장실에 가고 싶은 모양이다. 그녀 본인은 책에 열중하고 있기도 해서, 눈치채고 있지만 눈치채지 못했다. 자주 있는 일인데, 다리를 번갈아 꼬는 것으로 욕구를 견디고 있다. 안절부절하면서도 코타츠에서 나가기는 싫고, 책을 닫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 기분은 이해한다.

그건 괜찮지만, 그런 상태로는 진지하게 책을 읽는 내 쪽의 정신이 사납다는 것이 문제다. 과연 중학생이나 돼서 실수를 하지는 않겠지만. 어렸을 때를 알고 있는 만큼, 절대 아니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꾸만 다리를 부딪히니 책에 집중할 수 없다.

참지 말고 볼일을 보고 오라, 하고 말하자 그녀 본인도 이제서야 깨달은 모양이다. 본인보다 남이 먼저 깨닫는 것도 이상한 얘기지만. 하지만, 귀찮게도 조금 전 일이 있었는데 내게 지시받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보인다. 아무래도 가는 길에 차를 타오게 시킬 생각이라고 억측하는 것 같다.

아무것도 시키지 않을 테니 어서 다녀오라고 말하면 말할수록 신용이 없어진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거짓말이지, 하는 이야기다. 정말이지 사람이란 귀찮다. 어쨌든 자리를 일어서니까 차를 타와도 손해는 없을 것을.

끝내는 그냥 여기서 볼 거니까 됐다, 하고 바보 같은 선언을 했다. 어차피 코타츠 안이니까 금방 마른다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코타츠라고 해도 흠뻑 젖었다가는 마르지 않고, 마른다고 해도 냄새나고 더러워서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걱정을 뒤로하고, 그녀는 순조롭게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설마 정말로 하지는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면서도, 가끔 몸을 떠는 것이 묘하게 리얼하다. 더는 견딜 수 없어서 내 쪽에서 일어섰다. 그녀를 붙잡아 화장실에 밀어 넣는다.

빨리빨리, 하면서 화장실에서 새삼 허둥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코타츠 안에서 싸겠다는 사람도 화장실에서 흘리는 건 싫은 법인가. 어쩔 수 없으니 직접 차도 타고 아이스크림도 꺼냈다. 흠, 차과자에 아이스크림의 조합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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