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28화
시트
여성이 일반적으로 얼마나 젖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나는 그녀밖에 모르니 알 리가 없다. 만약을 위해서 말해두자면, 앞으로도 그녀 이외의 사정을 알 일도 없겠지. 단지, 그런 빈곤한 지식과 경험 내에서도 그녀가 특수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턴가, 그녀는 할 때마다 굳이 직접 수건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유인즉 그 정도로 젖기 때문이다. 시트에 얼룩이 생기는 건 누구든 남자라고 해도 마찬가지인지도 모르겠으나, 이불을 지나 바닥까지 물에 젖는다.
그래서 수건을 한 장 사용하면 해결되나 하면, 어렵다. 애초에 수건을 두 번 접는데, 과연 네 겹이 되면 시트는 무사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 접어버리면 무척 안정적이지 못하다. 하는 동안에 어긋나고 어긋나서 엉뚱한 곳으로 가고는 하기 때문이다.
이건 한번 반을 접어도 똑같아서, 이 경우는 세로로 긴 형태가 되니까 더욱 안정감이 나쁘다. 그러면서 세 겹으로는 모자랄 때가 있다. 시트까지 물이 묻어서, 결국 차가운 이불에서 자게 되는 일이 드물게 일어난다.
가장 좋은 것은 목욕 수건을 세 장 가져와서 겹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다만. 조금 생각해주길 바라는데, 목욕 수건을 세 장이나 세탁하는 건 시트를 꺼내서 빠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거추장스럽고 잘 마르지도 않으니 시트 쪽이 효율적인 정도다.
그래서 알아본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녀는 정말 사소한 일에도 반응하는 부분이 있다. 가슴을 만질 때나 어깨를 안을 때라면 이해하겠다만. 밖에서 돌아오며 손을 이었을 때라던가, 잠깐 눈이 마주쳤다거나, 겨우 그런 정도다.
컨디션이라고 하기는 좀 이상하지만, 그럴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가 큰 관련이 있겠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을 때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돌 같은 반응밖에 보이지 않는 반면, 할 생각이 있을 때는 아예 무슨 짓을 해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정말 두렵게도, 이쪽이 무척 흥분하고 있을 때라도 조금의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는다. 불쾌하게 느껴지는지, 아무 생각 없이 손만 닿았을 뿐인데 굳이 뿌리치는 때가 있을 정도다. 꼭 달라붙어서 애교를 부리는 날도 있는데, 정말 모르겠다.
당연하지만, 행위를 하는 날이란 할 생각이 드는 날이니 역시 당연한가. 한때는 수건 말고 목욕 가운을 입은 채로 했던 적도 있었다. 허리 아래까지 오니까 중요한 곳까지 커버할 수 있다. 목욕 수건을 겸하면 두 장이기도 하고, 목욕 가운은 의외로 옷감이 두껍다.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 하고 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맨살이 맞닿으니까 좋은 것이지, 내 몸에 닿을 수가 없다고 말했었다. 나로선 남자의 배나 가슴이 닿는 게 뭐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녀 본인이 말하니까 뭔가 다르겠지.
요즘의 트렌드는 목욕 수건 한 장에 손수건을 몇 장인가 겹치는 형태다. 전체를 목욕 수건으로 감싸서 커버하는 면적을 늘리고, 위험한 부분은 손수건을 겹쳐서 대응한다. 잘만 하면 손수건만 씻어도 된다.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으니까 좋다, 라고 말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거리낌이라 하면,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일까. 너무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가. 남자인 내게는 전혀 알 수 없는 세계다.
이 작전에도 결점이 없지는 않아서, 역시 손수건이니까 어긋날 때도 있다. 계속 같은 자세로 하면 괜찮은데, 의외로 움직인다. 뒤에서 하는 건 그녀가 싫어하니까 하지 않지만, 한쪽 발을 들어서 옆으로 안거나, 몸을 일으켜서 하거나 하다 보면 같은 장소에만 있을 수가 없다.
정신이 들면 전혀 다른 곳에 가 있거나, 혹은 수건이 완전히 이상한 곳으로 날아가 있고는 한다. 정말로 아예 일이 끝나기 전까지 깨닫지 못한다. 그렇게 수건도 젖고 이불도 젖어서, 이불 하나로 따뜻해질 때까지 떨면서 자고는 한다. 바보 같지만, 웃지 못할 일이다.
다양하게 대책을 생각하니까 본인도 자각이 있나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한번 말해보니 역시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평범하게만 했으니 평범하지 않은가, 하고 말해서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물론, 남과 다르다고 어떻다는 것은 아니지만. 평범하게 하니까 평범하다는 논리도 잘 모르겠다. 키가 이 미터나 되는 프로레슬러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대로 평범하게 지낼 것이다. 평범하게 이 미터가 되었으니 평범하게 지내는 것이 평범하다는 것을 보증하지 않는다.
물론, 젖기 어려운 것보다 젖기 쉬운 그녀 쪽이 나로서는 훨씬 고맙다. 아무래도 콘돔을 쓰면 생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미끄럽지 못하다. 젖어있다면 그 편이 낫다. 무엇보다 그만큼 느껴주는 것 같아서, 역시 남자로서는 기쁘다. 편리하다는 느낌으로 들릴 것 같아서 그녀에게는 말하지 않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