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62] 요괴 2016/0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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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잠에서 깨. 목이 마른 적이 있겠지.혀를 더듬어 물기를 찾다.空대며 마신 척하다.조금도 습기가 없으면, 그것이 걸려 통증이 돌아간다.일어나면 의식도 엉켜 잠들지 못한다.그래도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멍한 머리를 감싸고 이불을 벗기다.그렇구나, 생각이 난다.오늘은 여자친구가 없는 것이었다.오늘도, 인가. 공부를 하고 싶을 때는 함께 자고 있을 수도 없다.한 주의 절반도 없는 것은 외로움을 많이 타서일까.그 이삼일이 의외로 쓸쓸하다.남의 일은 할 수 없다.
어둑어둑한 채로 문을 열고 부엌에 당도하다.몇 시인지도 모른다.불을 켜면 더욱 눈이 말똥말똥해지고 잠을 잘 수 없게 된다.손으로 더듬어 컵을 들고 콕을 틀다.주방장은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데 수도꼭지 위치는 알 수 없다.이상하다.
싱크대에 물 튀는 소리를 의지하여 컵을 내민다.한밤중이라서 그럴 것이다.철벅철벅 미끄러지는 소리가 잘 울리다.위층에 사는 사람에게는 미안하다.의외로 눈치채지 못할까.깨울 정도는 아니겠지만.잠이 안 올 때 들으면 더더욱 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컵을 기울이고 목을 を鳴운다.입 안을 한 줄기 달려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두 번, 세 번 삼킨 다음, 천천히 씹어 넣는다. 벌써 스며들어 있었지만, 조금 전까지 살갗이 부드럽게 되는 감촉이 있다.
감로라는 말이 있지만 마를 땐 물은 모두 감로다.달콤할 리가 없는데 달콤하게 느껴져.단맛이란 이상한 것이다.그 때 필요한 건 뭐든지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 아냐?한숨 돌리고, 내용물을 비우다.남은 물로 입맞춤한 부분을 씻어둔다.뻔뻔하냐?
세척바구니에 컵을 거꾸로 놓아두고 돌아본다. 번쩍 무언가의 반사가 눈에 들어왔다.물끄러미 바라보니 식탁의자가 있는 자리가 어둡다.아무것도 없는 어두움이 아니라, 누군가가 있는 어두움이다.같은 검은색에도 농담이 있고 거기만 짙다.
공포 얼룩이 져 있다.오싹했다. 한밤중에 시커먼 무언가와 마주치면 누구라도 무서울 것이다.강한 척 할 생각도 없고 부끄러울 것도 없다.다만 어수선할 수도 없다.여기 있는 사람은 나뿐만 아니라 여자친구가 있어.그 아이에게까지 누를 끼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몇 순간이었지만 문득 정신이 든다.그래, 우리집에 살고 있는건 나와 그녀 둘이야.내가 여기 있다면 거기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냐?어둠을 응시하고 있으면, 그 무언가가 주춤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다가가서 손을 내밀다.
대충, 이 근처인가, 라고 생각한 곳에 닿은 감촉이 있다.이렇게 늦게 뭐하고 있는 거야.덤으로 불도 안 켜고 슬금슬금.도망가지 말라고 해서 불을 켠다.그녀는 부자연스럽게 두 손을 감추고 앉아 있었다.
내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우긴다.책상 밑에 숨기는 것은 명백하다.구부려주면이번에는두손을든다.고리 안에서 서로 쫓아가고 있는 게 아니니까, 사귈 수 없어.팔을 잡고 당겨 올렸다.
오른손에는 숟가락, 왼손에는 하겐다츠의 아이스크림이 쥐어져 있다.쿠키&크림, 우리 집에서도 인기 있는 상품이긴 하다.무엇을 먹었는지는 차제에 좋다.문제는 밤중에 몰래, 게다가 물건을 먹었다는 것이다.
한 쪽만 하면 된다.한밤중에 소곤거리는 것뿐이라면 나를 깨우지 말라거나 이웃에게 폐가 되지 말라는 이유도 있다.음식을 먹는 것도 한창 클 나이니까 좋다.밤중에 몰래 먹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녀의 주장은 이렇다.집중해서 공부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2시가 되어 있었다.이제 자려고 했는데 배가 고파서 도저히 잘 수가 없어.뭐든 좋았지만, 아이스크림이라면 녹을 수 있고, 입을 헹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불을 켜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아도 대충 알 수 있고, 퍼뜩 먹고, 퍼뜩 잘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대체로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얼마나 짧은 기간이라도 불을 켤 수 있을까.소곤소곤 했던 것은 꺼림칙했기 때문이며, 나에게 들키기 싫었기 때문이다.실제로 지금도 나에게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만약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냥 넘어갈 생각이었을 것이다.
배가 고파서 밤샘을 할 바에야 밤샘까지 공부하는 것은 그만두는 것이 좋다.몸에도 나쁘고, 공부가 되고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는다.그녀가 살찌는 것 자체는 별로 상관없지만 건강은 보배다.제대로 된 생활을 해야 한다.
잘난 체하는 어른은 되지 않겠다고 생각해 왔지만.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든, 해야 할 때는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움츠러든 그녀를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여기는 마음을 모질게 한다.그만 자라고 재촉해서 이를 닦인다.녹을 테니 헹굴 뿐이라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
어깨를 떨구고 제 방으로 돌아가려기에 어깨를 감싸고 내 방까지 데려갔다.이제 자는 것뿐이라면, 아무것도 혼자 자지않아도 상관없다.이불 속까지 끌어안으면, 왠지 치사하다는 말을 들어 버렸다.치사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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