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 네 편 (31/118)


31. 네 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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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려 주면 돼요?”

순진한 수희의 물음에 승조는 한시름 던 듯 뒤로 몸이 풀썩 꺾였다.

수희는 창고 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승조의 곁으로 갔다.

쪼그려 앉은 수희가 승조의 볼을 검지로 쿡쿡 찍어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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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오빠, 괜찮아요?”

나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전이었다.

갑자기 훅 불어닥치는 바람에 창고 문이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닫혔다.

눈 깜짝할 사이 창고가 다시 어두워지자 승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수희가 문이야 다시 열면 될 줄 알고 무거운 쇠문을 밀어 보는데, 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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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안 열리지?”

계속해서 수희가 어정쩡하게 몸으로 문을 밀어내고 있는데, 승조가 뒤로 몇 걸음 걷더니 문 쪽으로 멈추지 않고 뛰었다.

그리고 쿵, 하고 몸을 문에 부딪쳤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언뜻 들은 기억이 있다. 체육 시간에 창고에 갔던 여학생이 그 안에 갇혔었다고.

다행히 창고에 간다더니 오지 않는 여학생을 친구들이 찾았고, 30분 정도 후에 여학생은 창고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게 제 일이 될 거라고는 그때는 알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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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갇혔네?”

낙담이라는 말은 먼 나라 이야기인 듯 수희는 낙천적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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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구해 주겠지, 뭐.”

주춤대며 뒷걸음질 친 승조가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뭔가 떠오른 듯 승조가 퍼뜩 고개를 들어 올리며 수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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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휴대폰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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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없는데요.”

해맑은 수희의 대답에 조금의 희망마저 사라져 버린 승조가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이대로 이 아이와 월요일까지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

빨라도 경비원 아저씨가 순찰하는 늦은 저녁쯤에야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좁은 공간 안에 다시 갇히게 됐다는 현실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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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 다리야.”

할머니처럼 허벅지를 툭툭 두드린 수희가 승조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축구공을 끌어안은 수희가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승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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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오빠, 설마 무서워요?”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도 승조는 수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승조는 지금 누군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손발은 차가워지고, 안정됐던 호흡이 다시 불규칙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신보다 어린 꼬맹이에게 놀림을 당하고 싶지는 않아 입을 다물었다.

수희는 하얗게 변한 승조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손을 들어 올렸다.

어깨를 웅크리고 앉아 있던 승조의 오른손 위에 수희의 통통한 손이 얹어졌다.

실수로 닿은 줄 알고 승조가 손을 치우려는데, 수희가 오히려 승조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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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손잡고 있으면 덜 무서워요. 중학생 오빠가 무서워하니까 내가 잡아 줄게요.”

아무리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자신과 몇 살 차이 나지 않아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내심 쑥스러웠던 승조가 수희의 손을 쳐 내며 팽 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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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무서우니까 손잡아 줄 필요 없어.”

하지만 수희는 굴하지 않고 뒤로 뺀 승조의 손을 다시금 덥석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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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좀 무서워서. 헤헤.”

빙그레 미소 지은 수희의 얼굴에서는 두려움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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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빠가 부끄러워하는 것 같으니까 거짓말 좀 해야지. 엄마가 착한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라고 했으니까.’

승조가 자존심을 부리는 것 같아 수희는 착한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군말 없이 수희의 손을 붙잡고 있던 승조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마디가 짧은 수희의 손가락처럼 끝에 붙어 있는 손톱도 자그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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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어쩌다 여기 갇힌 거야? 문에 대걸레 걸려 있던데. 오빠 왕따야?”

승조는 왕따라는 단어보다 수희의 짧아진 말이 더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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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 왜 나한테 반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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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도 나한테 반말하길래 친구 하자는 뜻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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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하는 게 어떻게 친구가 되자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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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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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 그래.”

단호한 승조의 반응에 수희는 큰 눈을 깜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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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안 그렇구나? 난 그런데.”

존댓말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수희를 보자 헛웃음이 터졌다.

수희는 굳어 있던 승조의 표정이 풀어지자 다행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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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운동장은 우리 학교보다 넓어서 친구들이랑 여기서 가끔 축구하거든? 근데 오늘은 중학생 오빠들이 우리보고 나가라고 하는 거 있지. 자기들은 운동장 쓰지도 않으면서. 우리가 쓰면 닳나?”

참새처럼 조잘대는 목소리가 시끄럽게 여겨질 만도 하건만, 오히려 옹골차고 단정한 어투가 듣기 좋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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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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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하고 그냥 공 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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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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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구해 주려다가 여기 갇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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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미안하게 됐네.”

수희와 대화를 하다 보니 무섭게만 느껴졌던 공간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부산으로 내려온 뒤로 차갑기만 했던 마음속에 따스한 공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수희는 그런 존재였다. 너무나 순수하고 맑아서 같이 있으면 덩달아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 곁에 있으니 승조도 수희와 같은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30분이 지난 후에 수희를 찾으러 다닌 친구들에 의해 창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승조는 매일 운동장에서 수희를 기다렸다.

그네에 앉아 있던 승조의 눈에 헐레벌떡 뛰어오는 수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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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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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또 왔어?”

톡톡 쏘는 말투와 달리 승조는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수희는 축구공을 들어 올리며 승조에게 달려갔다.

승조가 하루 중 유일하게 웃었던 때는, 수희와 만나는 방과 후 그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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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축구하자!”

친가에 저만 홀로 남겨 둔 아빠에게 방치당했을 때도, 시기 어린 질투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도, 곁에는 언제나 수희가 있었다.

장난스럽게 건네는 수희의 말들이 승조에게는 위로가 됐고, 내일을 기다리는 이유가 됐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고, 엄마가 양육권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충섭과 영순을 통해 듣게 됐던 날. 승조는 가방 하나 덜렁 들고 자신을 찾지 못하게 훌쩍 떠나 버렸다.

모든 걸 집어삼킬 것 같은 바닷가에서 승조는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떠올렸다.

정작 낳아 준 사람들이 그를 버렸고, 원치도 않게 세상에 나온 그는 목적 없이 살아야 했다.

나쁜 생각들로 잠식되던 순간, 어둠을 앗아 갈 정도로 환한 수희가 나타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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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모래사장에 앉아 있는 승조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온 수희가 승조를 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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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달려온 충섭과 영순이 승조와 수희를 함께 품었다.

코끝이 찡할 정도로 따뜻한 품에 승조는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너는 그때 아무런 말 없이 그 작은 몸으로 날 가득 품으려 애썼다.

더는 살고 싶지 않았을 때, 네가 내게 살아야 한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그날 나는 결심했다. 너에게 이 따스한 품을 돌려줘야겠다고.

누가 뭐라고 해도 네 편이 되어 줘야겠다고.

수희가 서울로 이사를 떠나게 된 그해 겨울.

유난히도 추웠던 날에 수희는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큰 트럭 두 대에 수희 가족들의 짐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

수희는 곧 떠날 채비를 하는 트럭을 바라보다 승조에게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세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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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 잊으면 안 돼. 약속해.”

씩씩하게 건네는 말에 승조는 피식 웃으며 새끼손가락에 고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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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잊을게. 안 잊고 꼭 기억하고 있을게.”

엄지를 맞댄 승조가 수희의 말간 눈을 보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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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근데, 안 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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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울어? 어차피 나중에 오빠 보러 올 건데.”

당연하다는 듯 구는 수희를 보니 서운했던 감정마저 사라져 버렸다.

수희의 말대로 다시 만날 테니 아쉬운 마음은 잠시 밀어내 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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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야, 가야지.”

수희의 어머니 고애란의 부름에 수희가 아쉽게 걸음을 떼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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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내가 편지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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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조심히 가.”

의미 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던 수희가 몸을 틀어 트럭에 올라탔다.

수희를 태운 트럭은 뭐가 그리 급한지 회색빛 매연을 뿜어내며 곧장 떠나갔다.

수희가 서울로 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에 첫눈이 내렸다.

승조는 뺨에 떨어지던 그 시린 눈의 감촉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

내게 그 시절은 그렇게 멈춰 있었지만, 시간은 흘러만 갔다. 나는 1년을, 2년을, 지금까지도 네게서 올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로 떠나 버린 너는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나를 찾지 않았다.

혹시 내가 알려 준 주소가 잘못된 건 아닐까. 아니, 그러기에는 넌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은 적도, 잠을 자고 간 적도 더러 있었다.

그다음 해 나는 중국에서 돌아온 아버지와 함께 서울로 올라갔다.

내가 서울로 간 사이에 네가 부산으로 날 찾아올까 봐 걱정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너는 한 번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손가락까지 걸고 잊지 않기로 약속했던 네가 왜 날 잊은 건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물을 수가 없었다. 네가 끝끝내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이 추억도 별것 아닌 게 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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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는 그때랑 똑같네.”

두려워하며 창고 안에 갇혀 있던 그때와 지금이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침대에 누워 오래된 과거를 추억하던 승조가 이마에 얹어 놓았던 손을 내렸다.

자신의 손을 잡았던 수희의 온기를 되살리듯 가볍게 손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꽃 한 떨기가 가슴 위에 떨어진 듯 심장 주변이 간지러웠다.

네게 느끼는 감정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이게 오랫동안 추억하던 너에게 느끼는 반가움일지, 널 이성으로 느끼는 설렘일지.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뭐가 됐든, 지금은 널 다시 만났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다른 것을 떠올릴 여유는 없었다.

그것보다 나는 네가 잊고 있던 과거가 되살아난다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넌 지금처럼 잊은 듯 지낼까.

그게 아니라면 어렸을 적 네가 한 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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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후자일 리는 없겠지.”

자그맣게 혼잣말을 중얼거린 승조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

이틀 뒤, 연예계는 수희의 열애설로 발칵 뒤집혔다.

[오수희 공식 입장,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나는 중…… 조금씩 알아 가는 단계.”]

[오수희 ‘♥비연예인’과의 열애 인정.]

[오수희, 사업가와 열애. 최근 연인 사이로 발전.]

숍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수희는 오늘 뜬 기사들을 전부 확인했다.

스크롤을 끝까지 아래로 내려 보아도 얼마 전까지 연예란을 장악했던 임신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새 수희의 연관 검색어에는 임신 대신 ‘FL그룹 한승조’가 자리 잡았다.

예상대로 열애설을 인정하자 임신설은 잠시 뒤편으로 밀려났다.

물론 이건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이다. 좀 더 확실한 방법으로 임신설을 잠재워야 했다.

승조에게 임신설을 덮는 방안이 있다고 했으니, 그를 믿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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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 씨, 저 오늘 기사 봤어요.”

수희가 휴대폰으로 한참 들여다보고 있던 걸 눈짓하며 숍 직원이 싱긋 웃었다.

메이크업을 해 주던 다른 직원도 잔뜩 설레는 표정으로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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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분 잘생기셨던데요? 예전에 잡지 인터뷰 한 기사에 얼굴 나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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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수희 씨랑 잘 어울려요.”

혹시나 실례가 될까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수희에게 다른 기대 같은 것도 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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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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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만나자고 한 거예요?”

이를테면 자신들만 아는 수희와 승조의 연애 스토리 같은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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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입술은 벌어졌지만 말이 입 안에서만 굴러다닐 뿐, 나오지 않았다.

똑똑.

말문이 막힌 수희를 구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단독 룸 문을 두드리자, 수희가 자신의 앞에 있는 거울을 바라봤다.

이윽고 닫혀 있던 문이 열리자 수희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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