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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내 소원 (60/118)


60. 내 소원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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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

고요히 눈을 키우는 수희의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의사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제세동기를 승조의 가슴 위에 붙였다.

퉁, 하고 승조의 가슴 위를 짓누른 제세동기가 떨어지고 심전도 그래프가 또 한 번 출렁였다.

아래로 천천히 내려앉던 선이 미미하게 곡선을 그렸다.

병실 안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모두 심전도 모니터를 향해 있었다.

이대로 다시 빨간 선을 그리나 싶었던 그래프가 불규칙하게 들썩거렸다.

모두가 잠시 숨을 멈춘 그때, 초록색 선이 일정한 물결을 그리며 크기를 키워 나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의사가 승조의 위에서 내려오자 수희는 야트막한 숨이 트였다.

아래로 숙어진 수희의 등이 크게 들썩거렸다.

승조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의사와 간호사가 수희를 스쳐 지나갔다.

문이 닫히고, 수희가 주저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서 승조에게 걸어갔다.

단추가 꿰어지다 만 병원복을 정리해 주는 수희의 손끝은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가슴팍을 짓누른 탓에 가슴 곳곳에 벌건 멍 자국이 번져 있었다.

내게 죄책감만 남겨 둔 채, 이대로 영영 떠나 버리는 줄만 알았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그와의 이별을 예고도 없이 맞닥뜨린 것만 같았다.

부디 이 고비가 마지막이길, 늦지 않게 그가 다시 일어나 주길 기도했다.

불안감에 떨리는 손이 승조의 옷깃을 붙들었다.

***

그렇게 이틀이 더 흘렀다.

그리고 승조는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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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야, 드라마 촬영은 일주일 뒤로 일정 잡아 놨어.”

철용의 말은 수희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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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중으로 퇴원 수속 밟아도 될 것 같대.”

멍하니 침대에 앉아 창밖만 바라보고 있던 수희가 메마른 입술을 떼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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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조 씨는 저렇게 누워 있는데, 내가 어떻게 여길 나가지.”

처연한 독백에 철용은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밖을 보던 수희가 처음으로 철용에게 고개를 돌렸다.

철용은 마치 애란이 세상을 떠난 후에 무너져 내렸던 수희를 보는 것만 같았다.

울음으로 뻑뻑해진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툭툭 쳐 보며 수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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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한승조 씨가 나 살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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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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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 살아 있는데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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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야, 네가 힘을 내야지 한 대표님도 깨어났을 때 마음이 안 아프지.”

진심이 담긴 걱정에 수희는 뜨거운 이마를 손바닥으로 짚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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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너무 짧잖아. 한승조 씨는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시간만 자꾸 흘러가잖아.”

그가 병원에 누워 있은 지도 벌써 닷새째였다.

이대로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흐를까 봐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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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님 일어날 거야. 그러니까, 네 몸부터 챙기자. 응?”

철용의 위로가 이어졌지만, 수희는 대답하지 못했다.

***

불이 꺼진 승조의 병실에 수희가 걸어 들어왔다.

소리 없이 의자를 당겨 앉은 수희가 가만히 승조를 바라봤다.

승조의 머리맡으로 손을 뻗은 수희가 간접 조명을 켰다.

어두운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수희는 잊지 않고 기억해 두고 있었다.

매일 밤 병실을 찾아와 간접 조명을 켜 주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병호는 으름장을 놓더니 정작 그날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한참을 그를 바라보고 있던 수희가 승조의 손등에 제 손을 얹었다.

닷새 동안 승조의 몸에 들어가는 거라고는 항생제와 수액뿐이었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으니 뼈대가 점차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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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일 퇴원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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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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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 나았대. 한승조 씨는 이렇게 누워 있는데.”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를 보며 수희는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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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답답해요, 계속 누워 있는 거? 일어나고 싶지 않아요?”

쏟아 내는 질문에도 승조는 묵묵부답이었다.

곧 일어날 거라는 주변의 위로는 어느새 희망 고문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견고한 모래성일지라도 거친 파도 앞에서는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될수록 붙잡고 있는 희망의 끈이 점차 끊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만 같은 그 끈의 끝을 수희는 간절히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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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덕분에 내 생에 소원 같은 게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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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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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조, 당신이 일어나는 거. 그게 내 소원이에요.”

끝끝내 승조의 대답은 이어지지 않았다.

오늘도 수희의 혼잣말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

별들도 잠든 밤.

승조의 손을 쥔 수희가 침대에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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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머리카락이 뺨에 닿은 건지 간지러워 눈살이 찌푸려졌다.

사락.

여린 살결에 무언가 닿는 듯하더니 얼굴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이 귓바퀴 뒤로 넘어갔다.

그 손길은 멈추지 않고 수희의 눈가로 이어졌다.

눈꼬리에 맺혀 있던 눈물을 닦아 내는 손에 선잠이 들어 있던 수희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눈물로 푹 젖어 있던 속눈썹을 들어 올린 수희가 느리게 상체를 세웠다.

점차 들어 올려지는 시야 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가 꽉 들어찼다.

침대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수희는 작게 입술이 벌어졌다.

너무 놀라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꿈이라기에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생생하고 선명했다.

꿈이라면 절대 깨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나 행복했다.

수희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온전히 눈에 담고 싶어 눈물마저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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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소원이 이루어졌네요.”

오랫동안 잠겨 있던 그의 음성은 탁하고 깊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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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 듣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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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걸 못 들어. 그렇게 간절하게 비는데.”

정말 다 듣고 있었구나.

벅차오르는 가슴에 수희가 울음이 나올 것 같은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차오르는 눈물까지는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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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꿈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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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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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면 안 되는데…….”

쉼 없이 흘러나오고 차오르기를 반복하는 눈물을 그가 두 손으로 부드럽게 닦아 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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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요, 꿈 아니니까.”

눈물을 감추고만 싶어 고개를 수그리는데, 승조가 그녀의 얼굴을 붙잡아 끌어 올렸다.

하늘에 떠 있던 손톱달처럼 그의 입매가 부드럽게 휘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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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어, 오수희.”

자신의 이름이 저리도 그리운 말이 될 줄은 몰랐다.

안도가 밀려오자마자 잠잠했던 가슴에 파도가 몰아치듯 점차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눈썹을 한껏 일그러트린 채 수희가 울음 섞인 물음을 토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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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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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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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 불길에 뛰어들어요.”

자신을 좋아한다는 감정 하나만으로 불구덩이 안으로 몸을 던진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혼수상태에 빠진 그가 깨어난다면 이 말을 꼭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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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날 구하러 들어와요, 들어오길.”

걱정을 담은 목소리가 한없이 흐트러져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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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못됐으면 어쩌려고.”

나는 또 어떻게 하라고.

이불을 움켜쥐고 있는 손등 위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잘게 흔들리는 동그란 어깨를 움켜잡은 승조가 입술을 떼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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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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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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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좋아해 볼 거라고.”

하.

머금고 있던 숨을 터트린 수희가 젖은 눈으로 승조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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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당신, 막무가내인 거 알죠?”

격하게 일렁였던 평정심이 이제야 조금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치솟기만 하던 수희의 감정이 한풀 꺾이자, 승조가 장난기 섞인 미소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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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웃어요. 뭘 잘했다고.”

작게 주먹 쥔 손이 승조의 가슴팍으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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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다지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승조가 맞은 가슴을 붙잡으며 허리를 숙였다.

토끼처럼 커다래진 눈을 하고 수희가 승조의 가슴팍 여기저기를 마구 짚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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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많이 아파요?”

허리를 수그리고 있던 승조가 자신의 가슴 위에 머문 수희의 손을 붙잡았다.

덥석 붙잡힌 손에 승조의 가슴에 꽂혀 있던 시선을 위로 끌어 올렸다.

허공에서 그와 시선이 맞부딪쳤다.

침묵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수희는 잘 알고 있었다.

흔들리는 마음처럼 수희의 초점이 요동쳤다.

고요하기만 한 병실 안에 그의 나지막한 음성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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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키스하면, 뺨이라도 때릴 겁니까?”

의사를 묻는 말이 분명한데, 피할 수 없게 그가 고개를 숙여 왔다.

거침없이 고개를 아래로 내린 승조의 입술이 수희의 입술 앞에서 극적으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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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더라도 지금은 참아 줘요.”

활짝 뜨였던 수희의 눈꺼풀이 허락을 내리듯 아래로 감겼다.

입술을 간질이던 숨결조차 사그라들고, 그와의 거리 역시 사라졌다.

입술 위에 머무는 그의 입술에 수희의 미간이 점차 좁아졌다.

잔잔하게 맺혀 있는 눈물들이 달빛에 비쳐 진주알처럼 반짝거렸다.

뒷머리를 쓸어내리는 그의 손에 다물려 있던 촉촉한 입술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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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숨이 참다못해 터져 나오자, 이윽고 말캉한 살덩이가 밀려들어 왔다.

열이 오른 귀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욱신거렸다.

이러다가 심장이 멈추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떨려 왔다.

공중에서 방황하던 두 손이 승조의 가슴 위에 머물렀다.

떨고 있는 건 자신뿐인 줄 알았건만, 그의 심장 박동이 손바닥을 둥둥 때렸다.

그 역시 떨고 있다 생각하니 오히려 머리가 더욱 어지러워졌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그의 고개에 좀 더 깊이 서로의 입술이 포개졌다.

깊숙이 맞물리는 입술에 수희는 온몸이 저릿한 생경한 감각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맞물렸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입술 사이에서 눅진한 마찰음이 퍼져 나왔다.

여린 살 곳곳을 누비는 달뜬 숨에 수희는 그의 옷깃을 좀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 정도에서 끝을 낼 줄 알았건만, 승조는 수희를 전부 먹어 치울 작정인지 놓아주질 않았다.

머금었다가 풀어 주던 입술이 잠깐의 빈틈을 보였을 때, 수희가 고개를 뒤로 물렸다.

그런데도 도망가지 말라고 말하듯 승조가 수희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반쯤 눈꺼풀을 들어 올린 수희가 승조의 입술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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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 때릴 거라는 거 알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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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내가 아는 오수희라면 때리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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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어떻게 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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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지 않으면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 텐데.”

능글맞은 그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주인에게 달려들 것 같은 커다란 강아지와 닮아 있었다.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서자 승조의 고개가 따라서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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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요.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단단한 그의 팔이 허리에 감기자 자연스레 승조에게 몸이 딸려 갔다.

단숨에 좁혀진 거리에 다시금 주변의 공기가 팽팽해졌다.

단지 그의 손이 허리춤에 닿았을 뿐이지만, 단정했던 숨을 헤집어 놓기엔 충분했다.

승조에게 허리를 숙이던 수희가 우뚝 움직임을 멈추고는, 그의 뒤편에 세워진 심전도 모니터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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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심장 좀 어떻게 해 봐요.”

급격히 증가한 심박수가 120을 줄곧 웃돌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121, 122, 차곡차곡 숫자를 늘려 가기만 했다.

침대를 벗어나 맨바닥을 밟고 선 승조가 수희의 얼굴을 감싸 잡았다.

상체를 숙인 승조가 반짝이는 수희의 탐스러운 입술을 끈질기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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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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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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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입가에 희미하게 번지는 그의 미소에 수희가 따라서 입술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졌다.

달빛을 등진 두 사람의 뒤로 긴 그림자가 하나처럼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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