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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해요, 끝까지 (78/118)


78. 해요, 끝까지
20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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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오수희.”

푸르른 물 위를 유영하는 것처럼 수희의 두 발이 바닥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고백을 들을 줄은 몰랐기에 수희는 얼떨떨한 감정이 먼저였다.

멈춰 있던 다리를 움직인 승조가 수희에게로 걸어갔다.

점차 그가 거리를 좁혀 오자 시선을 맞추려 수희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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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갑작스럽게 고백하기 있는 거예요?”

그가 건넨 고백이 너무나 따듯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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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발걸음을 떼어 낸 수희가 승조에게 다가가 그의 가슴에 이마를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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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아요. 한 번 더 말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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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으로 끝이야.”

치사해.

수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아랫입술을 볼록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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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 번이 끝이에요?”

지그시 수희를 내려다보고 있던 그의 입매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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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두 손을 뻗은 승조가 수희의 뺨을 감싸 잡으며 고개를 숙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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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말해 줄게,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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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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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예쁜 말들이 수희의 입술 위로 쏟아져 내렸다.

속삭거리는 숨결이 내려앉은 수희의 도톰한 입술을 승조가 천천히 머금었다.

뺨을 덮던 그의 손이 귓불을 스쳐 목선을 훑어 내려갔다.

가느다란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손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목 뒤를 부드럽게 받친 승조가 고개를 틀며 좀 더 깊게 입술을 겹쳐 왔다.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그의 키스는 애틋하고 다정하기만 했다.

좀 더, 좀 더 그에게 닿고 싶었다.

이대로는 모자라고, 목말랐다.

그 마음은 승조도 다르지 않은 건지, 허리에 닿은 그의 손에 점차 힘이 실렸다.

그가 발갛게 열이 오를 때까지 눅진하게 베어 물고 있던 수희의 입술을 놓아주었다.

나른하게 감겨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린 수희는 아쉬움을 숨길 수가 없었다.

원래라면 키스에도 만족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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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으로 갈까?”

오션 터널을 지나가면 멀지 않은 곳에 출구가 있었다.

승조가 수희의 손을 잡고 이끄는데, 수희가 제자리에 멈춰 서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별을 박아 놓은 것처럼 수희의 두 눈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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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결심했어요.”

이 참을 수 없는 갈증을 승조만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걸 안다.

왠지 오늘이라면, 지금이라면 그에게 안겨도 될 것만 같았다.

강조를 더하듯 수희가 제 고개를 살랑살랑 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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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에 안 갈래요.”

그가 도망갈 리도 없는데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허리를 감싸 안았다.

밀착하는 몸에 미간이 점차 좁아지나 싶더니, 승조가 고민 끝에 말을 꺼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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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나쁜 생각이 들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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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생각 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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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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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하고 있으니까.”

요망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말이 묘하게 야릇했다.

당황한 그의 표정을 보며 수희는 눈이 반달로 접힐 만큼 해맑게 웃어 보였다.

***

달칵.

벽에 설치된 키 홀더에 호텔 키를 꽂아 넣자 방 안에 불이 환히 들어왔다.

승조가 뒤를 돌아보자 문밖에 서 있던 수희가 쭈뼛거리며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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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참 좋네요.”

긴장감을 떨쳐내 보려 산에서 산책하는 아주머니처럼 두 손을 앞뒤로 쳐 댔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수희의 몸짓에 승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먼저 터졌다.

소리 내 웃는 그를 보고 수희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에 승조가 수희의 머리 위에 커다란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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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긴장한 것처럼 구니까, 내가 나쁜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가 없잖아.”

예정대로라면 방에 들어오자마자 그녀를 안고 침대에 눕혔어야 했다.

그러나 부끄러움이 잔뜩 낀 수희의 행동을 보자 그녀에게 꽤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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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실행에 옮겨도 되는데.”

마구마구 옮길 수 없도록 수희는 경직되어 있었다.

이 겁먹은 토끼의 긴장을 어떻게 풀어 줘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더하던 승조의 눈길이 현관에서 멀지 않은 욕실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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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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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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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지만, 그 전에 네 얼굴이 터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

승조의 검지가 홍조 띤 수희의 볼에 톡 닿자, 그녀의 어깨가 깜짝 놀라 한껏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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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제 얼굴이 터질 수도 있으니까, 제가 먼저 씻을게요.”

이해가 간다는 얼굴로 수희가 목이 떨어져라 고개를 끄덕여 댔다.

욕실 안으로 후다닥 들어간 수희는 쿵쾅거리는 제 가슴을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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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마음의 준비까지 다 했는데 왜 이래.”

오늘이면 다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고 싶은 날이었다.

그런데 호텔로 들어오자 현실이 가슴에 팍 꽂혔다.

그와 함께 밤을 보낸다.

하얀 호텔 침대 위에서.

첫날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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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

이상한 소리가 틀어막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밖에는 승조가 있으니 안에서 큰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끓어오르는 주전자처럼 머리 위에서 김이 폴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진지하게 심호흡을 몇 번 한 수희가 입고 있던 옷을 한 꺼풀씩 벗어 냈다.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들을 뒤로하고 수희가 투명한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차가웠지만, 굳이 따뜻한 쪽으로 돌려놓지 않았다.

지금 수희의 몸은 핑크빛으로 익어 있었기에 찬물로 식혀 줄 필요가 있었다.

오랫동안 물을 맞은 수희가 부스 밖으로 나오며 바닥에 놓은 옷가지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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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입은 옷을 다시 입기는 찝찝한데.”

망설이던 수희의 눈이 벽에 걸려 있는 샤워 가운으로 향했다.

그의 앞에 가운을 입고 간다고 상상하니 식었던 몸이 다시 붉게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촉촉한 입술을 안으로 말아 문 수희가 샤워 가운을 가져와 몸을 덮었다.

풀리지 않도록 매듭까지 꽉 묶은 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가자, 테이블 앞에 서서 잔에 와인을 따르고 있는 승조가 보였다.

이미 와인 한 잔을 비운 건지 다른 잔에는 와인의 잔흔이 보였다.

승조는 씻고 나온 수희를 발견하고는 입고 있던 검은색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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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마시고 있을래? 금방 씻고 나올게.”

단추를 풀어내는 단순한 손짓에 진정됐던 가슴이 다시금 떨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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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씻고…… 나와요.”

수희를 지나친 승조가 습기를 가득 머금은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멀뚱하게 욕실 앞에 서 있던 수희는 안에서 들리는 샤워 소리에 발걸음을 옮겼다.

테이블 앞에 앉은 수희가 자꾸만 쪼그라드는 어깨를 활짝 펴며 와인 잔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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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려 죽을 것 같아.”

조금만 마신다는 게 목이 타자 한 잔을 금방 비워 냈다.

고작 와인 한 잔에 머리가 멍해지고, 동작이 한 박자 느려지는 것 같았다.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그가 자신과 같은 샤워 가운을 입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느슨하게 매듭을 묶은 탓에 앞섶이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고개를 획 돌린 수희가 입술을 꽃봉오리처럼 오므린 채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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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어디에다가 둬야 하는 거야.’

점차 다가오는 그의 발소리에 수희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느새 제 옆으로 다가온 승조가 수희가 마신 빈 잔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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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도수 높은데, 잠깐 사이에 다 마신 거야?”

어쩐지 살갗에 뜨끈하게 열이 몰려온다 싶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수희는 괜스레 아무렇지 않은 척 굴고 싶어졌다.

붉어진 목 언저리를 손으로 문지르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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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수가 높은지도 모르겠던데요?”

갸우뚱 기우는 수희의 머리꼭지를 보고 승조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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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취했지?”

수희가 와인 한 잔에 알딸딸하게 취했다는 걸.

감추려던 마음을 홀라당 들켜 버린 수희가 처지려는 눈꺼풀을 부릅떠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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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짠데. 진짜 안 취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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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수희의 턱 끝을 부드럽게 감싸 쥔 승조가 상체를 숙여 입술을 맞물렸다.

겹쳐진 그의 입술이 열이 오른 수희의 입술을 지분거리며 물었다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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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에 힘이 없잖아.”

방금까지 긴장이 돼서 쓰러질 것만 같았는데, 그의 키스 한 번에 온몸에서 힘이 탁 풀렸다.

두 팔을 들어 올린 수희가 그의 목을 감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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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해도 할 건 할 수 있어요.”

가끔 툭툭 던지는 말이 승조를 굉장히 자극하고 있다는 걸 수희는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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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길게 말을 늘인 수희가 승조의 입술에 머물러 있던 눈길을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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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요, 끝까지.”

잘도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의 눈을 피하지 않은 채 또박또박 말했다.

수희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하니 이게 전부 술기운 때문인지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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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괜히 애한테 술을 먹인 건가.”

고개를 아래로 내린 승조가 수희의 아랫입술을 물었다.

느리고 부드러운 키스에 수희의 눈꺼풀이 점차 아래로 감겼다.

그의 목을 좀 더 강하게 끌어당긴 수희가 자그맣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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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애 아니에요.”

수희가 입술을 달싹일 때마다 와인의 단내가 은은하게 풍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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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애 아니지. 여자지.”

승조가 수희의 허리를 받쳐 일으켜 세웠고, 발을 바닥에서 밀어낸 수희가 무릎을 세웠다.

반쯤 승조에게 안긴 채 수희가 침대로 걸어갔고, 뒤로 기우는 몸이 이내 침대에 눕혀졌다.

틱, 하고 짧은 소음과 함께 침대맡의 간접 조명을 제외한 불들이 전부 꺼졌다.

지체 없이 승조가 허리에 두르고 있던 샤워 가운의 매듭을 당겨 풀어냈다.

벌어지는 앞섶 사이로 빚어낸 듯한 탄탄한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느릿하게 내려가는 시선에 조각난 복근이 담기고, 수희는 깊이 멎은 숨으로 가득 찼다.

아래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끌어 올리는데 그가 입술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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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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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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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조금 서툴 거야.”

처음이라는 말에 수희는 정신이 빠진 듯 승조를 빤히 바라봤다.

처음인 건 수희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까지 자신과 같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혀 처음이라고 판단할 수 없을 만큼 그의 손길이 너무나 유연했기 때문이다.

다른 생각을 더 할 수 없게끔 승조가 다시금 수희를 덮쳤다.

어색하게 공중에 들어 올렸던 수희의 손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겹쳐진 입술 사이로 숨결이 얽히고설켜 엉망으로 흩어졌다.

퍼붓다시피 그가 입을 맞춰 오자 수희는 온몸에 솜털이 바짝 솟아나는 것 같았다.

붙어 있던 입술을 떨어트린 승조가 걸치고 있던 샤워 가운을 벗어 냈다.

이리저리 흔들리던 수희의 초점이 승조의 팔로 옮겨 갔다.

승조의 왼팔 위에는 상처를 덮은 거즈가 있었다.

수희는 하얀 거즈 아래의 어떤 상처가 자신 때문에 생긴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입원 당시, 그가 병원복을 입고 있어 상처가 어떤지 직접 볼 수가 없었다.

수희가 손끝으로 그의 거즈 위를 조심스레 짚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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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프지 않았어요?”

화상 자국을 소독할 때면 매번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아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픔은 잠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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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가 대수라고.”

승조가 수희의 손을 떼어 내 자신의 입가로 가져다 댔다.

수희의 손끝에 입을 맞춘 그가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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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살아 있잖아.”

네가 상처 하나 남지 않고 내 앞에 있으니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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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난 아무렇지도 않아.”

다시 그날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또다시 뛰어들 것이다.

내 목숨보다 네가 더 소중하다는 걸 알아차렸으니까.

고개를 숙인 승조의 입술이 체리처럼 빨갛게 익은 수희의 입술에 닿았다.

앙다물려 있던 수희의 입술이 벌어지자 미끈한 것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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