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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불청객 (10/105)


10. 불청객
2022.05.03.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어느덧 시계는 퇴근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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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누나!”

업무의 마무리를 하려는데 웬 젊은 남자가 수아의 이름을 부르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수아 누나? 하준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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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호영. 빨리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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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랑 좀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빨리 왔죠.”

호영은 창문을 닦던 수아의 어깨 위로 손을 올리고는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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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또 장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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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장난 아닌데. 대체 몇 번을 말해요. 진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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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그렇다고 치자.”

수아와 호영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을 바라보던 하준의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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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오래 같이 있으려고?’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수아의 어깨에 올라가 있던 호영의 손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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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짝이야!”

창문에 비친 그의 모습을 발견한 호영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흠칫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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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깜짝 놀랐네. 손님 있는 줄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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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아니야. 점장님 친구분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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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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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오늘이랑 내일 점장님 교육받으실 동안만 잠깐 도와주러 오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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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그런데 나만 느끼는 건가? 저 사람 눈에 살기가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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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 여기는 야간 알바생 김호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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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당연히 인사말이라든지 그 외 다른 말들이 더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리는데 하준은 입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설마 그게 끝?

수아는 그의 반응에 민망해하며 호영에게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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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을 많이 가리시는 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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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사람이 무슨 일을 도와준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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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암튼 그런 줄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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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같이 있어야 하는 누나가 힘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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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나는 괜찮아.”

서로 가까이 붙어 속삭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하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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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갑작스러운 헛기침에 수아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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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이제 퇴근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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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잠깐만요.”

어느새 퇴근시간이 되었음을 확인한 수아는 급히 사무실로 들어가 가방을 챙겨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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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영아. 누나 먼저 간다. 새벽에 들어오는 물품 검수 잘하고. 수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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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벌써 가요? 좀 더 있다 가지. 좀만 더 있다가요.”

호영이 칼 같은 퇴근을 아쉬워하며 사탕 사 달라 졸라대는 어린아이처럼 수아의 가방을 붙잡고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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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같은 퇴근 시간이 내 근무 조건이라. 이거 놓으시지?”

놓으라는 말에도 절대 놓을 생각이 없다는 듯 호영의 손에 좀 더 힘이 들어갔다.

빠직. 결국 하준의 인내심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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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 으. 라. 고. 하. 지. 않. 습. 니. 까.”

분명 입꼬리는 올라가 있는데, 흘러나온 그의 음성에는 웃음기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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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로 할 때 이 손 놓으시지?’

하준은 반대편 가방끈을 붙잡으며 눈빛으로 말했다.

팽팽해진 가방끈처럼 둘 사이의 긴장감도 팽팽해지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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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거 제 가방입니다. 둘 다 이 손 놓으시죠?”

싸늘한 수아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동시에 손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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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 너 자꾸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 자꾸 그러면 진짜 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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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시무룩한 호영의 어깨를 바라보던 하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칼 같은 퇴근 시간과 칼 같은 선 긋기.

그녀의 모습은 바람직했고,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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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 우리 이제 퇴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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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수아와는 달리 별다른 퇴근 준비가 필요 없었던 하준은 휴대폰만 급히 챙겨 들고는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두 사람은 내일 일어날 엄청난 사건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즐겁게 웃으며 퇴근을 맞이했다.

다사다난했던 첫째 날이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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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담배 진열대에 담배를 채워 넣는 수아의 시선이 한곳을 향하고 있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라면을 정리하고 있는 하준의 모습.

뭐야. 뭐야. 왜 무릎을 한쪽만 꿇는 건데? 라면한테 프러포즈라도 할 참인 거야?

옆태까지 저렇게 완벽하면 어쩌자는 거야.

수아는 나름의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온갖 호들갑을 떨며 하준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

앗! 그러던 수아가 서둘러 시선을 거뒀다.

정리를 마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매장을 이리저리 살피던 하준은 냉장고 음료를 채우려는지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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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틀간의 힐링 타임이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아쉬움에 수아의 눈썹 끝이 축 내려갔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인 그의 모습이 오늘로 마지막이라니. 아직 오늘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아쉬웠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담배 진열대로 시선을 옮기려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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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문 밖에서 갑작스러운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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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무슨 소리지?”

문으로 다가간 수아는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바닥에 주저앉은 여자와 그 여자의 머리카락을 붙잡은 채 욕설을 내뱉고 있는 남자.

거리에 사람이 없어 여자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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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경찰.”

수아는 서둘러 경찰에 신고를 했고,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혹여 누가 볼까 봐 신경이 쓰였는지 남자는 자리를 옮기려는 듯 여자의 옷자락을 거세게 당기기 시작했다.

어쩌지? 이러다가는 놓칠 것 같은데.

경찰서가 코앞이니 5분 안에 오겠지. 5분만 시간을 끌자.

수아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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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수아의 외침이 남자의 시선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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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당장 그 손 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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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꺼져!”

험악한 모습의 남자는 욕설과 함께 소리를 버럭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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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

눈물과 상처로 가득한 여자는 도와 달라 애원했다.

언제나처럼 수아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수아는 여자가 더는 끌려가지 않도록 서둘러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자기편이 생겼다는 생각에 용기라도 생긴 걸까?

여자는 남자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며 수아의 뒤로 숨었다.

예상치 못한 여자의 행동. 남자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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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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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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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로 할 때 이리 와.”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의 입술에 담긴 미소는 섬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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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다가오지 마! 당신은 악마야! 악마!”

여자는 수아의 뒤에 숨은 채로 몸을 벌벌 떨며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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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씨…….”

낮은 욕설과 함께 남자는 바지 주머니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햇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물건의 정체를 파악한 순간 수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말도 안 돼. 설마 저거 진짜 칼이야?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가 들고 있는 것은 분명 칼이었다.

칼을 들고 있는 남자와 무방비 상태인 자신.

수아는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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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 이수아! 빨리 도망가야 해!’

알아! 안다고! 그걸 누가 몰라? 머리로는 알겠는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걸 어떻게 하냐고!

땅에 박힌 듯한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여보려 애쓰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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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가라고 할 때 그냥 갔어야지. 분수도 모르고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게 아니지.”

남자의 눈이 살기를 띠며 번뜩였다.

순식간이었다. 이성을 잃은 남자가 칼을 고쳐 잡으며 수아와 여자를 향해 달려든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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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몸을 움츠리는데.

순식간에 나타난 누군가가 몸싸움 끝에 남자의 팔을 뒤로 꺾으며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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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괜찮습니까?”

……이 목소리는.

바닥에 닿았던 수아의 시선이 빠르게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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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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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겁니까?”

하준은 남자의 팔을 단단하게 붙잡은 채로 수아를 향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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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괘, 괜찮아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대답하는 사이.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경찰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린 경찰은 서둘러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경찰차에, 여자는 함께 출동한 구급차에 태워지며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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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은 괜찮으십니까? 혹시 다치신 곳이 있으시면 지금 구급차로 함께 이동하시죠.”

경찰관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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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다친 데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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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아니요. 저는 다친 데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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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곳은 없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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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행입니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를 건넨 경찰관이 조수석에 오르자 경찰차는 곧장 출발했다.

점점 멀어지는 경찰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수아가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안도의 숨을 내쉬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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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

하준이 갑자기 몸을 획 돌리더니 따지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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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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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위험한 상황이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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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그러니까.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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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신고를 했으면 기다리던지. 아니면 저를 부르든지 했어야지. 거기가 어디라고 뛰쳐나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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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 말은 해야겠는데 갑자기 목구멍이 막혀 말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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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와 보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칼까지 들고 있는 남자를 상대로 어쩔 생각이었던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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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화를 내요?”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짜내어 겨우 말했다.

아니.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려고 그런 건데. 이게 이렇게 욕을 먹을 일인가?

아직 놀란 가슴이 채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미간을 좁히며 따져 물으니 순간 서러움이 밀려왔다.

노려보는 수아의 눈에 눈물이 그렁하게 맺혔다.

아……!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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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저는 걱정이 돼서…….”

금세라도 떨어질 듯 고여 있는 수아의 눈물에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 하준이 급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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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자분이 너무 위험해 보이고, 경찰에 신고도 했으니까…… 그러니까 흐윽.”

결국 고였던 눈물이 넘쳐흐르는데, 많이 서운했던지 매서운 눈길은 거두지 않은 채였다.

‘이 씨!’라는 소리가 얼핏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하준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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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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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미안한 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사과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게 아닌가?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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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잘한 거예요. 아주 잘한 일입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건데 당연히 잘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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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방금까지 화냈으면서.”

잘했다는 하준의 말에 그제야 수아의 입술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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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햅니다. 저는 절대로 화내지 않았어요. 그저 수아 씨가 다쳤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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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했던 건 맞지만 그래도 잘한 거 아니에요? 이건 용감한 시민상을 받을 정도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요!”

생각할수록 억울했는지 손으로 눈물을 툭 털어내고는 뾰족한 표정으로 따져 물었다.

아이고. 찔리겠네. 찔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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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한 일입니다.”

대답 끝에 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빵빵해진 볼이. 잔뜩 좁혀져 있는 미간이. 매섭게 빛나는 눈빛까지도 너무 귀여워서.

하준은 저도 모르게 손을 올려 수아의 머리를 흩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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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머리칼 사이로 하준의 입술이 보였다.

살며시 올라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그의 입술이.

이 남자는 입술에도 눈이 있는 건가. 시선이라도 마주친 것처럼 수아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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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제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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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빨리 들어가자며 하준의 손을 살짝 밀어냈는데 그의 입에서 외마디 소리가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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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요?”

수아가 눈을 동그랗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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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만 들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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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긴요! 혹시 어디 다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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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

하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아는 그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얼굴부터 목, 어깨를 지나 팔까지. 손끝으로 더듬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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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그녀의 왼손이 하준의 오른쪽 팔을 지나는 순간 그는 다시 옅은 신음을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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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거예요? 어디 봐요.”

수아가 급히 하준의 오른쪽 팔을 살폈다.

제압하는 과정에서 칼에 베였는지 오른쪽 팔뚝의 옷이 깔끔하게 잘려 있었고, 그 사이로 상처가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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