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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가끔 말고, 자주 (14/105)


14. 가끔 말고, 자주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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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이거 먹어봐. 친구가 줬는데 엄청 맛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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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도 이거 인터넷에서 봤어. 이거 인기 많아서 구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좋은 친구네 이런 선물도 주고.”

하하 호호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는 건지.

수아와 호영을 바라보는 하준의 눈매가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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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만 먹어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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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당연하지. 누나 주려고 더 먹고 싶은 것도 참고 가져온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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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진짜? 고맙네.”

수아가 말과 동시에 초콜릿을 잡으려 손을 뻗으려는데.

탁!

손목이 붙잡혔다. 초콜릿은 아직 잡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날아든 손에 호영과 수아의 시선이 하준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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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퇴근 시간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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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초콜릿만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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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같은 퇴근 시간이 근무조건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벌써 2분 지났습니다.”

손가락을 버둥거리며 초콜릿을 집으려는데. 이 남자, 손목을 놔줄 생각이 없나 보다.

뭐지? 왜 그러는…… 어? 설마.

설마 이 남자 지금 질투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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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초콜릿이 엄청 인기 있는 거라 이럴 때가 아니면 먹을 수가 없어서요.”

또다시 버둥버둥.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손가락을 버둥댔다. 어느새 올라간 입꼬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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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가 사주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먹던 거 말고 새거로 사줄 테니 빨리 퇴근 준비하고 나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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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새거요? 진짜죠? 약속한 거예요. 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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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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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득템! 퇴근 준비하고 나올게요.”

하준이 손목을 놓자마자 수아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창고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수아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호영이 하준을 향해 몸을 획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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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아저씨는 뭔데 수아 누나랑 내 사이를 방해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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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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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저씨요!”

하준이 호영을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 호영의 얼굴을 스쳐 귓가에 다다른 순간 하준의 한쪽 입술 끝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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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수아 씨와 한 이불 덮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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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요?”

호영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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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줘? 같이 한 이불 덮은 사이라고. 그러니까 다시는 수아 씨한테 이런 거 가져오지 말라고. 알겠어?”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곧장 고막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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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어어.”

충격의 여파가 컸는지 호영은 제대로 된 말을 뱉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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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 이제 퇴근해요.”

때마침 퇴근 준비를 마친 수아가 하준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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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만 가죠.”

호영을 향하던 하준의 매서운 눈빛이 순식간에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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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영아. 누나 간다. 초콜릿은 너 많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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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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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일 만나.”

그렇게 멘붕 상태에 빠진 호영을 뒤로 한 채 수아와 하준은 편의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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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창밖으로 자신의 오피스텔이 보이자 수아가 안전벨트를 풀며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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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수아가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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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하준의 목소리가 그녀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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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끔 수아 씨한테 연락하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하준은 혹시 수아가 자신을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망설임이 담겨 있는 듯한 하준의 물음에 수아는 싱긋 웃으며 손을 내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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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주세요.”

얼결에 하준은 휴대폰을 내밀었고, 자신의 번호를 누른 수아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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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하준 씨한테 연락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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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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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말고, 자주 해도 환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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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더 환영입니다.”

하준의 말에 수아가 작은 웃음을 터트렸고, 그 웃음 하나에 하준의 심장은 요란히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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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만 들어가 볼게요. 운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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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들어가요.”

연락하라는 뜻인지 수아가 휴대폰을 흔들어대며 오피스텔 안으로 사라졌고, 그제야 하준은 마음껏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아. 심장은 제자리에 붙어 있는 건가.

너무 뛰다가 자리를 이탈하지는 않았을까.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며 피식 웃음을 짓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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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

액정에 찍힌 하준의 번호를 보며 기분 좋게 집으로 들어서는데, 소파에 앉아 있던 다은이 수아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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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언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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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너한테 해줄 말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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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줄 말? 뭔데?”

수아의 물음에 다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수아를 향해 후다닥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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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중에 나한테 엄청 고마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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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무슨 일이기에 그래?”

수아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가방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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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현성 그룹 공지사항 못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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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그룹 공지사항? 그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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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에 마케팅 공모전 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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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공모전?”

수아가 눈을 크게 키우며 서둘러 책상에 놓인 노트북을 확인했다.

[현성 그룹 마케팅 공모전 블라인드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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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기간이 다음 주까지라 좀 촉박하긴 한데. 여기 뽑히면 현성 그룹 마케팅팀으로 바로 입사할 수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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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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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에는 블라인드 공모전이라, 너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지. 출품작으로만 심사한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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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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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같이 도와줄 테니까. 당장 내일부터 시작하자.”

열정에 타오르는 다은과는 달리 수아의 표정은 굳어졌다.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번 공모전에서도 떨어진다면, 내세울 것 없는 배경 때문이라는 변명도 하지 못할 텐데.

수아의 표정에 망설임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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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겁먹지 마. 내가 도와줄게.”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응원의 말을 전하는 다은의 모습에 수아는 결심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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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번에도 떨어지면 더 이상은 핑계 대지 말고, 대기업 취업의 꿈은 깔끔하게 포기하자.’

주어진 시간은 단 2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했다.

공모전이라는 게 늘 그렇듯 순간순간 지금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싶기도 하고,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준비할 수 있었던 건 다은과 하준 덕분이었다.

다은은 기업에 대한 분석이나 시장 현황에 대한 조사들을 함께 조사해 줌으로써 시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하준은 회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수시로 문자를 보내주며 수아를 응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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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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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은데, 햇빛도 좀 보면서 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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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수아 씨는 할 수 있어요.]

그의 문자는 수아에게 큰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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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도 하얗게 불태웠어. 이렇게 공부했으면 하버드에 들어가고도 남았지 싶다.”

널브러져 있는 종이들 위로 수아가 털썩 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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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너무 무리하면 마무리도 못 짓고 나가떨어지는 수도 있어. 나 먼저 갈 테니까 너도 그만 정리하고 쉬어.”

다은이 가방을 챙기며 현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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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자. 조심히 가고 내일 봐.”

수아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소파에 기대앉으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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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다은이 떠나고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종이들과 책들을 바라보던 수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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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블라인드 채용이라고는 하지만,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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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내가 부족한 게 뭐야? 나 정도면 완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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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에게도 그런 기회가 올까?’

절망했다가 열정에 타올랐다가.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롤러코스터에 몸을 실은 듯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이 감당이 안 될 지경에 이르려던 그때.

수아의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고, 액정을 확인한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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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

부르는 목소리에 설렘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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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데 전화한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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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이제 막 끝내고 쉬려던 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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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요. 저녁은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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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먹었죠. 시간이 몇 시인데. 하준 씨는 아직 못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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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저도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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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퇴근 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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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지금 퇴근하고 있어요.]

식사는 했는지 퇴근은 했는지 소소한 대화들이 오고 갔다.

그러다 문득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보고 싶다…….

혀끝에서 맴돈 말은 입술을 넘지 못했다.

이제야 퇴근한다는 그를 얼굴 한번 보자는 이유로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걸려 있던 말 한마디를 삼키려는데.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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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운전 그따위로 할래?”

창밖에서 요란한 자동차 경적과 함께 거친 음성들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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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근처에서 싸움 났나 봐요.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잘 들리…….”

그런데 왜 소리가 두 번 들리는 것 같지?

수아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한 번 더 들려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설마. 수아는 소파에 기대앉았던 몸을 빠르게 일으켜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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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그림자를 길게 늘이며 서 있는 하준을 발견한 수아의 입술이 멍하니 벌어졌다.

서로의 마음이 통했던 걸까.

두근.

아무래도 제정신은 아니지 싶다.

이렇게 그림자만 봐도 심장이 뛰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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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

수아가 손을 흔들며 하준의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들어 수아를 확인한 하준도 손을 흔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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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내려갈게요.”

아직 끊기지 않은 휴대폰 너머에서 한껏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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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와도 됩니다. 기다릴게요.”

탁탁 탁탁.

전화를 끊는 것도 잊었는지 휴대폰을 통해 수아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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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

세상 환한 얼굴로 달려오던 수아가 멈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소리 없이 입을 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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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중이에요?”

응? 통화라니. 그게 무슨.

하준은 무슨 소리인가 싶어 의아해하다가 여전히 자신의 휴대폰이 귓가를 떠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로등 불빛을 머금은 수아의 눈이 반짝이며 하준의 대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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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하준의 대답에 수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닫고는 시선을 밤하늘로 보냈다.

쳐다보지 않을 테니 부담 갖지 말고 통화하라는 의미.

그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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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분이랑 통화하고 있습니다.”

응? 여자?

수아의 시선이 빠르게 하준에게 닿았다.

하준이 웃음이 번진 입술을 벌리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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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쁜 여자분이랑.”

왜 갑자기 묻지도 않은 말을 하는 걸까.

의아함에 동그랗게 키운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는데, 그의 검지가 자신의 손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확히는 손에 들린 휴대폰을.

수아가 손을 올리자 까맣던 휴대폰에 빛이 들어오더니, 하준과의 통화가 아직도 연결 중임이 드러났다.

수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오. 진짜. 또 당했어.

툭툭툭.

분노의 손가락질로 액정이 깨질 듯 툭툭 쳐대며 종료 버튼을 눌렀다.

하준도 그제야 귓가에서 휴대폰을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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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예요오. 진짜 통화하는 줄 알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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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통화 중이었습니다. 아주 예쁜 여자분이랑.”

한껏 미간을 구기며 화를 내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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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쁜 여자분이랑.’

그의 말 한마디에 귀 끝이 붉어지며 구겨졌던 미간이 곧게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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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내려오는 소리는 생중계로 잘 들었습니다. 천천히 와도 된다니까 왜 뛰어옵니까? 넘어지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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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고 싶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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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쩐 일이에요? 올 거면 온다고 말을 해주죠.”

수아가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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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전해주려고요.”

하준이 손에 들려 있던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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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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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거요. 열어봐요.”

수아가 서둘러 상자를 묶고 있는 리본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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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상자 속을 바라보던 수아가 눈을 동그랗게 키웠다.

지난번 편의점에서 호영이 가지고 왔던 초콜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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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했잖습니까. 새거로 사주겠다고. 그때 이름을 알아뒀어야 하는 건데. 찾는 데 한참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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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물어보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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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서프라이즈가 아니지 않습니까.”

아. 정말. 심장에 해로운 사람.

하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수아가 어색한 움직임으로 그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고는 두 팔을 벌려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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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수아의 행동에 두 눈을 키운 하준이 움직임을 잃었다.

공모전 때문에 심신이 지쳐 있어서였을까.

나와의 사소한 약속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어서일까.

갑자기 그를 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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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지켜줘서 고마워요. 맛있게 잘 먹을게요.”

허공에 어색하게 멈춰 있던 하준의 손이 천천히 수아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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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고맙습니다.”

먼저 다가와 주어서. 먼저 표현해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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