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 취중고백 (15/105)


15. 취중고백
20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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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여기 소주 한 병 더 가져가요.”

수아는 자연스럽게 냉장고로 다가가 소주를 꺼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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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수아. 그만 마셔. 벌써 3병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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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동안 공모전 준비하느라 못 먹은 술 오늘 다 마셔버릴 거야. 나 말리지 마!”

드디어 공모전 서류를 접수한 수아는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으려는 듯 쉴 틈도 주지 않고 술을 들이붓고 있었다.

수아는 다시 잔에 한가득 술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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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얼마나 취한 건지 수아는 손에 든 소주잔을 한 번에 입술에 가져다 대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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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아. 이제 집에 가자. 질질 끌려가고 싶지 않으면 그만 마시고 일어나라.”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다은이 수아의 목 뒷덜미를 잡으려는 찰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수아의 휴대폰이 요란한 소리를 울려대며 울려댔다.

[하준 씨]

휴대폰 액정에 표시된 이름을 확인한 다은이 수아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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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수아 씨 핸드폰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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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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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저는 수아 씨가 아니고요. 친구 정다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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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안녕하십니까. 수아 씨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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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지금 수아가 술에 잔뜩 취해서 전화를 받을 수가…….”

다은의 손에 들려 있던 휴대폰이 순식간에 수아의 손으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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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씨이이이이이!”

한껏 애교가 장착된 수아의 말투를 들으며 다은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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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내일 후회할 짓을 만드네. 난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라.’

수아의 모습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소주잔에 소주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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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술 많이 마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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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초큼. 아주 초큼 마셨습니다.”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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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데리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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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요? 왜요? 혹시 나 보고 싶어요? 나 보고 싶어서 온다고 하는 거예요?”

느닷없는 애교 폭격에 하준이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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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디인지 알려주시면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데리러 온다는 하준의 말에 수아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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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여기가요. 소고깃집인데. 다은아! 여기가 어디지? 우리 하준 씨가 나 보고 싶어서 데리러 온다는데.”

거칠게 소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다은이 수아의 휴대폰을 뺏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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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러 오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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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옮기시기 힘든 상황인 것 같은데, 제가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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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러시던지요. 여기 주소 가요…….”

다은이 가게의 주소를 불러주었고, 하준은 근처에 있던 메모지에 급히 받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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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하준은 메모를 챙겨 들고는 급하게 집을 나섰다.

*

잠시 후. 적당한 곳에 주차를 마친 하준이 가게로 들어서자마자 바쁘게 시선을 옮기며 수아를 찾았다.

눈도 채 뜨지 못한 상태로 싱글싱글 웃고 있는 수아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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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테이블로 다가온 하준이 수아를 부르자 다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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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준 씨. 얘기 많이 들었어요. 이런 자리라서 좀 그렇지만,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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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반갑습니다.”

다은이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밀었고, 하준이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악수를 하는 짧은 순간 다은은 재빠르게 하준의 모습을 살폈다.

분명 이 시간이라면 집에 있다가 나온 것일 텐데, 그의 모습은 어디 한군데 흐트러짐이 없었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옷인 것 같은데, 그가 입는 순간 그것들은 더 이상 평범한 옷이 아닌 느낌.

하준이 가게에 들어선 순간부터 쏟아지고 있는 주변 여자들의 시선이 그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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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아. 네가 그동안 연애를 못 한 건 다른 게 아니라 눈이 높아서였구나.’

다은마저 하준의 외모에 감탄을 하고 있던 그때.

맞잡은 하준과 다은의 손을 바라보던 수아가 미간에 잔뜩 힘을 주더니 거칠게 두 사람의 손을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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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둘이 왜 손잡았어? 왜? 둘이 왜?”

수아의 모습에 하준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까의 통화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알코올은 수아의 잠재되어 있던 애교를 최대치로 끄집어내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하준의 웃음에 다은이 서둘러 변명을 둘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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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오늘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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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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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이러다 수아가 실수를 하는 건 아닌가 싶어 다은은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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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수아 정신 안 차릴래?”

다은의 손이 다시 수아의 뒷덜미를 움켜쥐려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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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가 부축하겠습니다.”

다은의 거친 손길이 예상되었는지 하준이 서둘러 수아의 어깨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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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 그러시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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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앞에 주차해놨습니다. 함께 타고 가시죠.”

비틀거리는 수아를 부축하며 세 사람은 가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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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아의 오피스텔 앞.

하준이 운전석에서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여는데, 순간 다은의 눈이 번뜩 떠졌다.

빠르게 머릿속을 스치는 수아의 방 상태.

공모전 준비로 온 집안에 서류를 깔아놓고, 먹던 음식도 그릇들도 모두 그대로 두고 나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대로 하준이 수아의 집에 들어간다면 썸이고 나발이고 있던 정도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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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은 씨? 왜 그러세요?”

요란하게 흔들리고 있는 다은의 동공을 눈치챈 하준이 물었다.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핑계를 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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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어요.”

에잇 몰라. 그냥 밀어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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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나올 때 비밀번호를 바꿨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시간도 많이 늦어서 열쇠 집도 못 부를 테고, 오늘은 그냥 호텔에서 재우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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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희 집으로 가는 건 어떨까요?”

다은의 말을 가로챈 하준이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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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는 게스트 룸이 따로 있어서 거기서 하룻밤 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래도 호텔은 보는 눈들이 많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현성 그룹의 부회장이 술에 취한 여자와 호텔에 갔다는 소문이 돌 테고, 그렇게 되면 수아에게도 자신에게도 득이 될 건 없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자신이 집이 더 안전할 거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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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것도 괜찮겠네요.”

대답과 동시에 다은이 차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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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안 가십니까?”

하준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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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제가 왜요? 저는 저희 집 가서 자야죠. 그리고 또 제가 그렇게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눈치라니. 하준은 무슨 말인가 싶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다은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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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껏 제가 빠져는 드리지만, 술 취한 사람을 상대로 음흉한 생각을 하실 분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다은이 가늘게 뜬 눈으로 하준과 시선을 맞췄다.

그제야 다은의 말뜻을 이해한 하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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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러려고 수아 씨를 데려가는 게 아닙니다.”

이분도 수아 못지않게 순진하시네.

하준의 반응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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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저는 이만 갑니다. 진상 친구 잘 부탁드립니다.”

너무도 쿨하게 뒤돌아선 다은에게 하준은 인사조차 건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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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그런.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였나?”

하준은 한껏 열이 오른 얼굴에 손부채질을 해대며 운전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리 멀지 않은 길인데도 벌써 몇 번이나 룸미러를 확인하고 있는 건지.

하준은 수아가 잘 누워 있는지, 불편해하지는 않는지 수시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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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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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수아 씨. 뭐 불편합니까?”

수아의 중얼거림에 하준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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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

깊은숨에 담겨 하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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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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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고 싶은 거 맞죠? 그래서 온 거 맞죠? 네?”

주정이라 하기엔 너무 귀엽다.

지금껏 술 마신 걸 본 적이 없으니, 그녀에게 이런 주사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이렇게 애교가 많아지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주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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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다른 놈이랑 술 마시게 하면 안 되겠네.’

미소가 걸리던 하준의 입술이 순간 굳어졌다.

하준의 차는 빠르게 달려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

삐삐삐삐.

현관문이 열리고, 하준과 수아가 집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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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 헤헤 하준 씨.”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연신 하준의 이름을 부르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워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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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정신 좀 차려 봐요.”

그의 말이 수아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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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이해해 줘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준은 오른손으로 수아의 등을 받치고, 왼손으로는 수아의 허벅지 아래쪽을 받치고서 번쩍 안아 들었다.

수아를 안고 게스트 룸으로 들어간 하준은 천천히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주려는데.

……!

순식간에 수아에게 붙잡힌 하준의 손목이 잡아 당겨졌고, 그 바람에 하준은 수아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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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하준 씨네?”

수아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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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정신이 좀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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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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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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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접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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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기분 좋아서 마신 겁니까? 축하해요.”

하준의 말에 수아의 눈썹이 팔자 모양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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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슬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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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접수했는데 왜 슬픕니까? 좋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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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 분명히 떨어질 거예요. 그럼 나는 스님이 될 거예요. 절로 들어가 버릴 거야.”

절이라고? 갑자기 웬 절?

하준이 눈을 껌뻑이며 수아를 바라보는데 느릿하게 수아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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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는 소고기도 없고, 술도 없고…….”

하. 진짜 이렇게 귀여우면 어쩌라는 거야.

한껏 내려간 눈썹과 입꼬리. 불만으로 가득 찬 볼.

이 주사마저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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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준 씨도 없고…….”

그녀의 마지막 말에 하준의 동공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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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준 씨 맨날 맨날 보고 싶은데. 못 만나면 너무 슬픈데.”

수아는 중얼거리며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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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준 씨 좋아하니까. 옆에 있어야 되는데. 흐잉.”

하준은 술에 취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수아의 모습을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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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을 때마다 매일 보면 되지. 뭣하면 절까지 쫓아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푹 자요.”

하준은 수아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방을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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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창문으로 새어 들어온 아침 햇살에 수아가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동시에 어제의 내가 저지른 과음에 대한 책임을 오늘의 내가 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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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목, 목말라.”

타는 듯한 갈증이 몰려와 수아는 눈도 채 뜨지 못한 채로 방을 나섰다.

그러고는 별다른 의심 없이 냉장고를 향해 걸었다.

벌컥벌컥. 빠직.

생수병 하나를 금세 클리어하고 손에 힘을 주어 생수병을 찌그러뜨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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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제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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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에?”

들으면 안 될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수아의 눈이 번쩍 뜨였다.

뭐지? 나 지금 헛것이 보여. 아직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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