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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혼란의 중심 (19/105)


19. 혼란의 중심
2022.06.04.


공모전 시상식이 있는 날.

여느 날과 다름없이 결재 서류들을 살피고 있는 하준의 휴대폰으로 현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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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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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준비 때문에 바쁠 텐데 전화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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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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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구나…….]

뭔가 할 말이 남은 것처럼 현성이 말끝을 흐리자 그 뜻을 알겠다는 듯 하준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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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을 조금 늦출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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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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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시간이 늦어지실 것 같아 연락 주신 거 아니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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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아닌가?

갑자기 흐르는 정적에 하준이 당황하던 찰나. 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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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상은 나 대신 네가 하는 거로 해라.]

느닷없이 들려온 말에 하준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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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갑자기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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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일 때문에 못 가는 거니까, 자세한 건 묻지 말고, 오늘은 네가 시상하는 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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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그래도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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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더 이상 말할 거 없고, 시상식이나 잘 마무리하도록 해. 그만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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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현성을 불러보지만, 이미 전화는 끊어진 뒤였다.

넋이 나간 채 검게 변한 액정만 바라보던 하준이 이내 눈을 번쩍 뜨고는 급히 박 비서를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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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부르셨습니까. 부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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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명단이랑 진행 순서 지금 바로 가져다주세요.”

시상식 동안 그저 현성의 옆에 앉아만 있을 생각으로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순식간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태블릿을 가져온 박 비서가 서둘러 브리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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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모전 수상자 이름은 이수아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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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누구요?”

익숙한 이름에 하준이 고개를 번쩍 들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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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아 씨요. 무슨 문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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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닙니다. 계속하시죠.”

설마……. 아니겠지.

이수아라는 이름이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그녀가 수상자라면 벌써 자랑을 하고도 남았을 터.

수아에게서 아무런 말도 듣지 못한 하준은 그녀의 이름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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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성의 통화가 끊긴 것을 확인한 혜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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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이가 얼마나 당황스럽겠어요. 이유라도 설명해 주지 그래요?”

사실 현성이 시상식 불참을 결정한 이유는 비서실장의 보고 내용 때문이었다.

몇몇 임원들이 나이 어린 하준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으며, 자신들의 세력 늘리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였다.

공모전 심사 방식이 갑작스럽게 변경된 것도 그 때문이라는 말과 함께.

나이가 곧 능력이라 믿는 어리석은 인간들.

현성의 이번 결정은 차기 현성 그룹 회장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헛된 꿈은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그들을 향한 일종의 경고였다.

하준이 회사 대표로 시상을 하는 모습을 보고도 이를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둔하지는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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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어제라도 얘기해 주지. 시상식이 1시간도 채 안 남았는데. 마음이 얼마나 급해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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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이 성격 몰라서 그래요? 어제 얘기했어 봐요. 아마 계획에도 없던 해외 출장을 잡아서라도 도망쳤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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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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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동안 내 옆에서 시상하는 거 많이 봐왔으니 문제없이 잘 해낼 거예요.”

현성은 여전히 걱정스러워 보이는 혜선을 안심시켰다.

*

현성 그룹 본사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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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긴장돼서 미쳐버릴 것 같아.”

밤새 뜬눈으로 밤을 새운 수아는 차라리 미리 가서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어 일찍부터 회사 앞에 도착해 있었다.

수아는 고개를 한껏 꺾어 올려 회사 건물을 살폈다.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높이의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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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런 어마어마한 회사에 내가 입사를 하게 되었다는 거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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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괜찮다.’

눈을 감고 중얼거리던 수아는 결심이 섰는지 이내 걸음을 옮겨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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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으리으리하네. 역시 대기업 클래스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눈을 반짝이며 로비의 모습을 살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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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수아 씨?”

사원증도 없이 로비 한가운데에서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수상자임을 알아챘는지 한 남자 사원이 다가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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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제가 이수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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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저는 마케팅팀 김민준 대리입니다. 수상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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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민준 대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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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상식장 안내해드릴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민준이 몸을 돌려 앞서 걷기 시작하자, 수아는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놀라움과 신기함. 그리고 설렘이 수아가 걷는 걸음걸음에 가득 실려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시상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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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시상식이 열릴 대강당의 스케일에 수아의 입이 다시 한번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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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는 지금 수아 씨랑 반응이 똑같았는데, 여기도 몇 번 들어오다 보면 또 금방 익숙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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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겠네요. 저도 빨리 익숙해지고 싶어요.”

수아는 민준의 이야기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커다랗게 뜬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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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상은 부회장님께서 해주실 거예요. 여기에 앉아계시다가 이름 불리면 앞으로 나와서 상장받으시고, 그 후에 여기 중앙에서 사진 촬영하시면 돼요.”

민준은 간단하고 깔끔하게 오늘 진행될 시상식에 대해 설명했다.

이렇게 들으면 참 간단한 일인데, 그의 설명을 듣는 내내 심장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널을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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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앉아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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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

민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수아는 그가 알려준 의자로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북적이는 소리와 함께 행사에 참여하려는 직원들이 대강당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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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수상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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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앉아 있는 저 사람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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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네. 공모전 1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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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상은 부회장님께서 직접 하신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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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모전 1위보다 그게 더 부럽네. 부회장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잖아.”

여자 사원들이 웅성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멀리 떨어져 있어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수아는 왠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부끄러움에 고개도 들지 못한 채로 손만 연신 만지작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사회자는 시상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진행순서에 대해 안내했고, 이어 형식적인 의례에 맞춰 행사가 진행되었다.

드디어 다가온 시상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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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상은 부회장님께서 해주시겠습니다. 부회장님.”

사회자의 목소리에 대강당은 순식간에 여사원들의 환호 소리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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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대체 부회장이 누구길래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무슨 연예인이라도 되나?’

수아는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려 했지만, 긴장감에 굳어버린 몸을 움직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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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케팅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자 이수아 님은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부르는 사회자의 목소리에 그제야 고개를 든 수아가 삐걱대는 걸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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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아.’

듣기만 해도 설레는 그녀의 이름을 남몰래 중얼거리던 하준이 수상자를 향해 고개를 들었고, 이내 수아의 얼굴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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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수아 씨가 왜 여기에…….’

순식간에 입술을 채우던 미소가 사라졌고, 하준의 몸은 얼어붙은 듯 움직임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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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가 공모전 수상자라니.’

믿을 수가 없어 몇 번이나 수아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분명 눈앞의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아가 확실했다.

놀란 것은 하준만이 아니었다.

수아 또한 마주 선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는 하준이라는 것에 놀라 넋을 잃고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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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가 현성 그룹 부회장이라고?’

순간 무언가가 목구멍을 막고 있는 듯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이내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격하게 흔들리는 눈빛이 서로를 오고 가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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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님?”

하준을 부르는 직원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며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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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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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을 해주셔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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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그렇죠. 시상…….”

번뜩 정신을 차린 하준이 경련하듯 떨리는 손으로 상장을 내밀었다.

함께 맞잡은 상장이 이렇게 떨리는 걸 보면 수아의 손도 요란스레 떨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상장 하나를 마주 잡은 그대로 두 사람의 시간은 멈춘 듯했지만, 의식하지 못한 사이 시상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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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진 촬영이 있겠습니다. 수상자분이 가운데 서주시고, 부회장님께서는 그 옆쪽에 서주시면 됩니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수아가 먼저 무대 중앙에 섰고, 어느새 다가온 하준이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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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붙은 탓에 하준과 수아의 옷깃이 맞닿았고, 그의 존재를 의식한 순간 수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하준을 향하던 기대와 설렘도 함께.

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시상식은 끝이 났고, 무대 아래에 있던 민준이 기다렸다는 듯 수아를 향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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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다시 한번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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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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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긴장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고, 출근은 내일부터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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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수아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전한 뒤 도망치듯 시상식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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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그룹 부회장이라니…….”

다리에 힘이 풀려 더 이상은 서 있을 수가 없던 수아는 서둘러 택시를 잡았다.

금세 택시 한 대가 다가와 멈췄고, 뒷좌석 문을 여는데.

탁.

문을 잡고 있던 수아의 손목이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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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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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하준은 수아의 손목을 붙잡은 채로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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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내가 다 설명할게요. 내 말 좀 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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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지금은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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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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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수아는 시선 한 번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하준의 손에 잡혀 있던 손목을 빼내고는 서둘러 택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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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애절하게 수아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수아를 태운 택시는 망설임 없이 하준을 뒤로한 채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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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차마 쫓아갈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택시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준의 몸이 순간 휘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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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아!”

어느새 다가온 지훈이 서둘러 하준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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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현성의 연락에 첫 시상을 축하해 줄 요량으로 들렀던 지훈 또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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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괜찮은 거야?”

서둘러 하준의 상태를 살피는데.

하준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두 눈만 깜빡이고 앉아서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런 젠장.

순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지훈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20년 전 그의 아버지가 그를 버리고 떠났던 그날.

아버지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10살 하준의 표정이 딱 지금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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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아. 일단 집으로 가자.”

지훈은 하준을 부축해 자신의 차에 태우고는 서둘러 하준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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