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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어쩌다 주운 그와 함께 (105/105)


105. 어쩌다 주운 그와 함께
2023.04.01.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문에 기대서 있는 남자.

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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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부회장님. 안녕하십니까.”

그를 발견한 직원들은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 중 몇 명은 손에 들린 젓가락도 미처 내려놓지 못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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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직원들과 함께 일어난 수아는 인사도 잊은 채로 멍하니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사실 이 식당은 그녀가 오려고 온 곳이 아니었다.

원래 가기로 했던 고깃집에 앉을 자리가 없어 그 근처를 헤매다가 아주 우연히 들어온 곳이었다.

지훈도 외부 일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했기에 그에게 장소에 대한 정보를 넘겨줄 사람이 없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이후에 하준이 던질 폭탄 발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준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테이블 앞까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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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한 것 같은데.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겁니까?”

원하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그는 다시 한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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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요? 그게 뭐냐 하면요.”

하준에게 점수를 딸 기회다 싶었는지 민준이 성큼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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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아 씨한테 청첩장을 받았는데, 수아 씨 예비 남편분 성함이 부회장님과 똑같더라고요.”

여기 보세요. 민준은 청첩장 속 민하준 이름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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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말이 나와서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한 겁니다.”

아으. 평소에 회의할 때도 그렇게 간결하고 명확하게 말하면 얼마나 좋아.

조잘조잘 빠르게 움직이는 민준의 입술에 수아는 체념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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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말이 안 되는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한 명 한 명 직원들의 얼굴을 살피던 하준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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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같을 수밖에 없죠. 청첩장에 적혀 있는 사람이 바로 저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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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문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직원들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느른한 웃음과 함께 그가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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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아 씨 예비 남편 민하준이 바로 저라는 뜻입니다.”

헐.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기어이 쫓아와서는 폭탄을 터트려?

좀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이 뒷감당은 누가 할 건데? 민하준 당신이 할 거야? 아니잖아! 이 나쁜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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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에 적힌 날짜 잘 확인하시고, 참석 부탁합니다.”

입안에서 요동치는 수아의 분노를 아는지 모르는지 하준의 태도는 얄미울 정도로 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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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청첩장 줄 때는 한턱내면서 주는 거라면서요. 그런 의미에서 계산은 제가 합니다.”

얼어붙은 분위기 따윈 관심 없다는 듯 하준은 제 할 말만 마치고는 쿨하게 돌아섰다.

후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수아가 참고 있던 숨을 내쉬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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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그의 몸이 뱅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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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시면 2차, 3차 비용도 지불하죠. 대신 우리 예비 신부님은 1차만 참석하는 거로 배려 부탁합니다. 수아 씨. 앞에서 기다릴 테니까 맛있게 먹고 나와요.”

찡긋. 눈치 없는 눈웃음과 함께 그는 빠르게 식당을 빠져나갔고, 팀원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만 껌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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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 과장님?”

조심스러운 수아의 부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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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뭐야! 뭐야! 뭐야! 수아 씨 진짜로 부회장님이랑 결혼하는 거였어?”

겨우 정신을 차린 팀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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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말이죠.”

예정에도 없던 하준의 폭탄 발언 때문에 수아는 직원들에게 한참을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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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준의 집에 도착하고 한참이 지나도록 수아는 매서운 눈매를 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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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화났습니까?”

눈치를 살피며 묻는 질문에 그녀는 꺼져 있는 TV 화면만 바라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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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머뭇거리며 거리를 좁혀 다가온 하준은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시선을 맞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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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많이 났습니까?”

시무룩하게 눈썹을 떨어뜨린 채로 그는 애처롭게 물었다.

안 돼! 저 눈빛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수아는 금방이라도 그의 눈빛에 넘어가 모든 걸 용서해버릴 것만 같아 급히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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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수아 씨 저 갈비뼈가 아픈 것 같은데.”

하준이 갈비뼈를 감싸며 빠르게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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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는 이미 다 나았다는 거 알고 있거든요?”

매정한 그녀의 음성에 하준은 목덜미를 긁적이며 상체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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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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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잘못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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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말라고 했는데 찾아간 거요.”

하준은 빨리 변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곧장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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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어차피 다들 알게 될 테니까 실물로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찾아간 겁니다.”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군 하준의 모습에 수아의 화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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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웠잖아요. 저는 좀 더 천천히 말하려고 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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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언제요? 우리 결혼하고 나서요?”

하준이 고개를 빠르게 들어 올리며 미간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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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는 저랑 결혼하는 게 창피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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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하다니.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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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그러는 겁니까? 왜 자꾸 숨기려고만 하냐고요.”

그동안의 설움이 폭발했는지 경직된 그의 입가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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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장이라도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서 내가 결혼을 한다고,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자랑하고 싶은데 겨우 참고 있는 겁니다.”

내가 바보라서 말을 안 하는 게 아니야. 참고 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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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고 했으니까.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당신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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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아. 그의 입술 사이로 짙고 무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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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언제라도 다시 무르겠다는 생각으로 숨기는 건 아닐까.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요.”

결국 하준의 고개가 또다시 바닥을 향해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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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문이 막힌 수아는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하긴.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랬다.

그는 자신의 부탁이라면 그게 뭐든지 항상 들어주었다.

도와달라면 도와주었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았으며 기다리라면 기다려주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구나. 수아가 과거를 되돌아보며 그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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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너무 컸죠?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사과를 받아야 할 그가 오히려 사과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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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내가 미안해요. 내 생각만 하느라 하준 씨 마음이 어떨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수아는 두 팔을 벌려 그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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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럽게 그녀의 품에 안긴 하준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운하다고 그리고 불안하다고.

그렇게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제멋대로 꺼내놓았는데, 그녀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10년은 아버지에게 맞을까 두려워서, 20년은 또다시 버림받을까 두려워서.

그렇게 30년이란 시간을 제 생각 한번 꺼내놓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그녀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명치끝이 뜨겁고 아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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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이 아직도 불안하구나. 당신은.”

수아의 깊은 한숨이 하준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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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하준이 다급하게 몸을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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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사랑이 불안하다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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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말해도 돼요. 적어도 나한테만큼은 그래도 돼.”

하준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수아는 그의 말을 빠르게 가로채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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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귓가에 맺힌 그녀의 목소리가 봄 햇살처럼 따스했다.

수아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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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 씨가 원하는 거 말해 봐요. 내가 다 들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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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 들어줄 겁니까? 후회할 텐데.”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럴까. 어느새 비스듬히 말려 올라가 있는 그의 입꼬리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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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청첩장이랑 웨딩사진을 회사 공지 게시판에 올리고 싶은데.”

그럼 그렇지. 내가 이럴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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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안 돼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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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거 다 들어준다면서요. 왜 안 된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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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다 돼도 그건 안 돼요. 놀라게 하는 건 저희 팀원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요. 제발 참아주세요. 부회장님.”

수아는 다른 부탁은 뭐든지 들어주겠다며 어린아이 달래듯 부드럽게 하준을 타일렀다.

*

따스한 봄바람에 벚꽃 잎이 흩날리는 어느 봄날.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수아가 신부대기실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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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수아가 진짜 결혼을 하긴 하는구나.”

신부대기실로 들어서던 다은은 그제야 실감이 났는지 감탄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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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은아. 어떡하지? 나 너무 떨려.”

이것 보라며 살짝 드레스를 들어 올려 달달 떨리고 있는 제 다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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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뭘 그렇게까지 긴장을 해. 그냥 평소보다 조금 더 화려한 옷 입고 걷는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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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결혼식 할 때 보자. 그런 말이 나오나. 여기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긴장되고 떨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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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걸 어쩌나. 나는 비혼주의자라 신부대기실에 앉을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다은은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말을 내뱉고는 곧장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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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 볼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준 씨 손 붙잡고 앞만 보고 걸어. 그러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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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럴게.”

후우. 수아는 날뛰는 심장박동을 가라앉히려 어깨를 위아래로 움직여가며 심호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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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저 들어가요.”

홀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던 하준이 신부대기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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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웨딩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앉아 있는 수아의 모습에 하준의 입이 떡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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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눈이 부셔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겠습니다.”

드레스를 고를 때도, 중간에 사이즈를 맞출 때도 항상 함께했지만 이렇게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하고 나니 그날의 아름다움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냥 여기에 계속 있을까 하준이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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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하준.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지훈이 유나와 함께 신부대기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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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씨. 결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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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팀장님도 얼마 안 남으셨죠? 미리 축하드려요.”

하준에게 두 사람도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터라 수아는 환하게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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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서 하준 오빠한테 합동결혼식 하자고 했던 건데, 까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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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결혼식이요?”

수아가 눈을 동그랗게 키우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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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뭐야? 수아 씨한테는 물어보지도 않았던 거였어?”

유나가 눈을 흘기며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

하준은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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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웨딩사진도 아직 안 찍었다며. 결혼식까지는 한참 남았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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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니까 그새를 못 참고 먼저 해버리는 거다?”

이제야 그가 합동결혼식 제안을 왜 거절했는지 알게 된 지훈이 미간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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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아 너는 좋겠다. 천하의 민하준이 너라면 이렇게 꼼짝을 못 하니까 말이야.”

지훈의 말투에 비아냥거림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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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뭘 또 꼼짝을 못 한다고 그러세요.”

그렇게 네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예식을 알리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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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식이 시작됩니다. 신랑 신부님 동시 입장이니 문 앞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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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하준과 수아는 천천히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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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지 말고 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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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고맙다.”

지훈과 유나가 신부대기실을 나가고, 이내 예식을 알리는 음악 소리가 문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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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 하나만 지나면 우리는 부부의 길을 걷게 되는구나.’

수아의 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우연히 찾아간 산에서 어쩌다 주운 부회장님과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렇게 우연과 운명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울퉁불퉁 험한 길일까. 작은 돌멩이조차 없는 매끄러운 길일까.

설령 우리 앞에 놓인 길이 험난할지라도 나는 기쁘게 걸어 나갈 자신이 있다. 당신과 함께라면.

수아는 고개를 들어 하준을 바라보았다.

지난 사랑의 실패로 굳게 닫아버린 마음의 문을 조용히 두드리며 기다려준 사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두려움을 거둬가 준 사람.

함께하는 삶이 얼마나 기쁨이고 행복인지를 알려준 사람.

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되어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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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그녀의 고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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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많이 사랑합니다.”

그가 답했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시선 속에 달콤한 고백이 담겼다.

[신랑 신부 입장!]

입장 음악과 함께 문이 열렸고, 사람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은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흩날리는 벚꽃잎 속에서 하준과 수아의 행복한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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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주운 부회장님)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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