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숙소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싸움이라도 난 것인지 여관 내부는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요새 마신 숭배자 놈들이 아주 기승을 부린다더군.”
“왜 또 뭔 일 있었어?”
“아주 난리도 아니야. 요 근처 노점상 쪽에 골목 있지? 거기서 시체 한 무더기가 발견됐다더라고!”
“아 그 골목길? 깡패 놈들끼리 칼부림이라도 낫나 보지.”
“그런 거면 내가 애초에 말을 안 꺼냈지, 이 사람아. 거기에 있는 시체들이 죄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끔찍한 상태였다더라고.”
“또 어디서 헛소문 들은 거 아니여? 용병 놈들 구라치는 게 어디 한 두 번이어야지.”
“거 참 속고만 살았나. 이단심문관이 온 걸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니까? 흑마술을 사용한 흔적이 곳곳에 가득하다더라고.”
“…살벌하구만. 그 거시기 뭐냐, 악마 소환이라도 한 거 아니여?”
“나야 모르지. 어쨌든 자네도 조심해. 밤늦게 술 처먹고 돌아다니지 말고 그러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골로 가는 겨. 곱게 죽으면 망정이지, 흑마술사 놈들한테 걸리면 저기 저 플라스크에 들어가는 거여.”
“에이, 술 맛 떨어지게! 개그튼 소리만 하고 있어!”
“뭐, 이 양반아? 걱정을 해줘도 지랄이야, 지랄이!”
술에 취해 멱살잡이를 하는 아저씨들을 지나쳐 방으로 향했다.
벌써 소문이 퍼진 걸 보니 뒷정리를 하고 오지 못한 것이 뒤늦게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괜히 이목이 끌려 이단심문관들이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 여자 같은 괴물한테 찍히기라도 한다면 끝장이다.’
명심해야 한다. 나라고 이 세상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다.
나는 뼈대를 구성했을 뿐,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살점이 덕지덕지 붙고 있다.
내가 가진 정보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앞으로 다가올 변수에 대응해야 한다.
그것만이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방에 도착한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현대에 있던 침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한 침대지만 이제는 한 몸처럼 편안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생사의 갈림길을 몇 번이나 오간 것인지 셀 수조차 없었다. 대체 이게 뭔 일인지.
자기가 쓴 소설에 실제로 빙의하게 된 작가가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어차피 말해도 믿지 않겠지. 그마저도 흔한 망상이나 소설로 취급할 것이다.
‘내가 반드시 돌아가서 월억킥 한다.’
내가 쓴 소설에 들어가서 겪은 일을 다시 소설로 쓰는 무한동력의 완성.
어차피 믿지도 않을 거 억울해서라도 글로 남기고 말 것이다.
물론,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가능한 망상이지만.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새로 생긴 노예를 소환했다.
“야. 너 이름이 뭐냐.”
“9호입니다.”
“그런 거 말고 이름.”
“그게 제 이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살수로 길러진 저희들은 이름 대신 숫자로 불렸습니다.”
푸른달.
암살을 가업으로 삼는 하르만 백작 가문이 만들어낸 살수 집단.
철저하게 도구로 키워진 그들에게 본디 이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내가 지어줄게. 앞으로 계속 함께할 사이인데, 9호라고 부르는 건 너무 정 없잖아. 어디보자…. 로만, 로만 어때?”
“…로만. 멋진 이름이군요. 감사합니다.”
“야, 인상 펴. 네가 지금 이 상황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건 나도 충분히 이해해. 평생 하르만 가문의 도구로 살다가 죽어서까지 이 지경이니 물론 화가 나는 건 당연하겠지. 그렇다고 나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마냥 너를 부려먹을 생각은 없어. 노력을 하면 그에 마땅한 보상이 따라야한다. 그게 내 철칙이니까.”
“…….”
“너도 이대로 끝내는 건 억울할 거 아니야? 평생 도구처럼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지는 삶이 네가 원하는 거야?”
“아닙니다.”
“그래. 기브 앤 테이크 하자고. 네가 나를 도와준다면 나도 네가 원하는 걸 들어줄게. 감정이 거세당한 거지, 욕망이 없는 건 아니잖아? 아까 보니 감정이 없는 것 같지도 않긴 하다만.”
“원하는 거 말입니까….”
“응. 말 만해 뭐든. 나는 거짓말 안 해. 네가 원하는 게 영원한 안식이라면 안식을 선물해줄 거고. 아 물론,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철저하게 부려 먹을 거야. 복수를 원한다면 복수를, 기회를 원한다면 기회를 선사해줄게. 어때?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아직은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치만 썩 마음에 드는 제안이군요.”
“그치? 천천히 생각해보고 얘기해. 계약기간은 음…. 3년으로 하자. 이 정도면 아주 후하게 해주는 거야. 어디가도 이런 조건 없다?”
“…예.”
“그래. 이제 정식으로 계약도 했겠다. 속 시원하게 말해봐. 나 죽이라고 한 새끼 누구야?”
“…죄송합니다. 저희는 명령만 수행하는 입장이라 의뢰자가 누구인지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역시 그런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범위 내였다.
“다만 이번 의뢰는 정말 중요하니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암살명가 하르만 가문은 오로지 귀족들에 의뢰만 수행한다. 그 말은 내 모가지를 가져오라고 청부한 이도 귀족이라는 얘기였다.
‘뻔하지.’
주머니에서 맨드레이크를 꺼내며 로만을 바라봤다.
“로만, 나는 지금부터 이걸 먹을 거야.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호위를 부탁해.”
“…알겠습니다.”
드디어 보상의 시간이다.
늠름한 자태를 자랑하는 맨드레이크를 바라보니 침샘이 폭발했다.
‘이 정도 사이즈면 100년, 아니 150년은 되겠군.’
침을 꿀꺽 삼킨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나를 순환시켰다.
자. 드가자.
입을 크게 벌린 뒤, 맨드레이크를 쑤셔 넣었다.
아그작. 아그작.
조금 씁쓸한 맛과 달달한 맛이 동시에 퍼졌다. 뿌리 끝까지 잘근잘근 씹어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응? 설마 이게 끝인가? 아무렇지도 않….’
두근!
심장에서 퍼지는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았다.
허나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심장에서 시작된 통증이 전신에 혈관을 타고 퍼졌다.
호흡이 불규칙해지며 식은땀이 흘렀다.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눈앞이 새하얘졌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았다.
처음에는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던 통증이 시간이 지날수록 끔찍하게 변해갔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수 백 개의 칼날이 몸 안의 장기들을 난도질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끄윽!”
비명이 새어나올 것 같아 소매의 천을 찢어 입에 물었다.
무엇인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버텨야 한다. 버텨야 해.’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나는 몸을 비틀었다. 어린 시절부터 고통을 참는 데에는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범주의 얘기였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30분? 1시간? 반나절? 체감상 10시간은 넘게 지난 것 같았지만….
“아직 10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들려오는 로만의 목소리가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었다.
‘이 개자식. 일부러 알려준 거지?’
뇌가 터질 것만 같다. 너무 큰 욕심은 화를 부른다고 했던가.
이대로 있다가는 마력이 늘기는커녕 서클이 부서져 폐인이 돼버릴지도 몰랐다.
최악으로는 폭주하여 레이첼과 같은 꼴이 될 가능성 또한 존재했다.
‘포기해야 하나?’
막대한 양의 마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몸 안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마력들을 포기하는 것이다.
세밀한 마력 운용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내부를 헤집고 다니는 마력을 한 데 모아 외부로 배출하면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안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그치만….
‘이걸 어떻게 포기해! 언제 또 이런 기연을 만날 줄 알고! 씨x 못해! 죽어도 포기 못해!’
아까워서 뒤질 것만 같았다. 흑마술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특정 조건이 맞춰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상황들은 오로지 마법에만 의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선천적으로 부족한 마력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또 다시 찾아올까?
흔히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고 말한다.
그럼 준비가 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온 기회는? 그냥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극복해나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기회가 아닐까.
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았지만 더 이상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정신이 아니었다.
지금 내게 남은 것은 그저 결단을 내리는 것 뿐.
‘씨부랄. 이거 하나 못 견디고 죽으면 뭘 해도 죽을 운명이지. 남자는 직진이다.’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었다.
* * *
창틈 사이로 햇빛이 들어왔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천국인가.”
눈을 뜨고 주변을 돌아보니 다행히 방 안이었다.
“어디서 썩은 내가….”
방안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다. 냄새의 근원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불현듯 바닥에 있는 검은 액체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이게 원인인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어…?”
놀라울 정도로 몸이 가벼웠다. 힘이 마구 샘솟는 것이 마치 강화마법을 걸었을 때와 동일한 감각이다.
“성공한 건가…?”
문득 이질감을 느낀 나는 거울 앞에 선 채 권능을 해제했다.
“오랜만에 봐도 참 엿 같은 얼굴이구만,”
본래의 추악한 얼굴을 보니 새삼 안드로말리우스의 권능을 얻게 되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분명 본래의 아벨 크로이는 태어나서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한 적 없어 보이는 왜소한 체형이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10년간 쇠질만 해댄 헬창처럼 탄탄한 골격과 근육을 지니고 있었다.
아까 전 바닥에 있던 검은 액체가 떠올랐다.
“환골탈태(換骨奪胎)…?”
나는 다급하게 몸 안의 마력을 살펴보았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서클 쪽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할 마나가 전신을 순환하고 있었다.
마치 상시 강화마법을 발동하고 있는 듯한….
뼈와 근육, 혈관에 자리 잡은 익숙한 형태의 술식.
나도 익히 아는 것이었다.
강화 마법.
몸 전체가 강화된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평상시 내가 사용하는 강화 마법은 일시적으로 시전자의 신체를 강화하는 것이었지만 이건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혈액에 깃든 마나. 그 마나를 동력삼아 무한히 순환하는 영구적인 술식이었다.
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마력은…?’
마나를 끓어 올렸다. 그러자 머리 위에 일곱 개의 고리가 생겼다.
“7서클(circle)!”
기대 이상의 수확이었다. 어느 정도의 재능만 있다면 4서클까지 도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허나 5서클 이상부터는 다음 단계로 오를수록 인고의 노력과 천재적인 재능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당연히 6서클 정도만 되어도 감지덕지라 생각했건만….
“흐흐. 7서클이라니. 내가 7서클이라니!”
너무 기쁜 나머지 웃음이 새어나왔다.
잠깐.
근데 뭔가 이상했다.
일곱 개의 고리 중 끝부분에 있는 두 개의 고리의 색깔이 흰색이 아닌 검은색이었다.
“뭐야, 이게?”
나는 다급히 로만을 소환했다.
“깨어나셨군요.”
“로만. 내가 정신을 잃고 난 뒤 얼마나 지났지?”
“나흘입니다.”
맙소사. 4일 동안 기절해있었다고?
“그동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봐.”
“맨드레이크의 마력을 흡수하시던 도중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시더니 한동안 움직이지 않으셨습니다. 아마 주인님의 몸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마력을 흡수했기에 벌어진 일이겠지요. 귀한 영약을 복용한다고 하여 누구나 방대한 마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제각기 다른 크기의 그릇을 지니고 태어나죠. 그 그릇은 노력이나 수련 따위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릇이란, 마력의 총량을 의미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아주 작은 크기의 그릇을 지니고 태어난 것이다.
“그 그릇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물을 부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깨지겠지.”
“그렇습니다. 주인님이 한 행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추구한 탓에 주인님의 그릇은 깨지고 말았습니다. 제 두 눈으로 그 광경을 목격했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서클이 부서져 폐인이 되거나 마나가 폭주하여 사망했을 겁니다. 저 또한 그렇게 되리라 예상했죠. 포기하기에는 이미 늦은 이후였습니다. 온몸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며,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부서지는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지켜보는 것 뿐 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고?”
“예,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게 끝이 났다고 생각한 순간, 주인님의 전신에서 검은색 기운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주인님과 싸울 때 느꼈던 그 기운, 아마 마기(魔氣)였던 거 같습니다.”
“…마기라.”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지만 이렇게 제 눈앞에 주인님이 버젓이 계시니 헛것을 본 건 아닐 테지요.”
그의 말대로라면 맨드레이크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내 서클이 부서진 것은 확실하다.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온몸이 망가진 것이겠지.
사실상 죽음을 맞이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나는 죽지 않았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두 개의 고리가 검게 물든 이유를.
내 몸 속에 존재하는 마기가 부서진 그릇들을 새롭게 이어 붙인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서클을 만들어내고, 망가진 신체의 술식을 새겨 마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몸으로 재건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이것 말고는 마땅히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마기로 만든 서클이라니……. 이래도 되는 건가?’
과정이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으니 대만족이었다.
“주인님.”
“왜.”
“…한 가지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해.”
“…대체 정체가 무엇입니까?”
“네가 보기에는 뭐 같은데?”
“……악마?”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몰랐다. 나는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뭐, 비슷해.”
욕실로 들어가 전신을 깨끗이 씻어낸 뒤, 거울 앞에 선 나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셔츠에 단추를 채우고, 블레이저를 걸친 뒤 마무리로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살로몬 아카데미의 1학년을 상징하는 색깔이었다. 권능을 사용하여 자일 지그하르트의 모습으로 변했다.
준비는 끝마쳤다.
드디어 아카데미로 향할 시간이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비록 예상과는 달리 S 클래스에 배정받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잘…….
쾅! 쾅! 쾅!
누군가 힘차게 문을 두드렸다.
“청년! 안에 있어?”
문을 열고 나가자 여관 아주머니가 코를 잡으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오메, 이게 무슨 냄새야. 방에서 똥이라도 싼 겨?”
뭐라 변명할 거리가 없었다.
“아…. 죄송합니다. 깔끔하게 치울게요.”
“아무리 급해도 용무는 화장실에서 봐야지. 젊은 청년이….”
“사정이 좀 있었습니다…. 혹시 이거 때문에 저를 찾아오신 건가요?”
“아, 그건 아니고 누가 청년을 찾더라고.”
“저를요?”
“응. 예의도 바르고, 예쁘장하게 생긴 청년이던데?”
아주머니의 안내를 따라 여관 아래로 내려가니 익숙한 얼굴의 여인이 서 있었다.
“프레이? 여긴 어떻게….”
나를 발견한 그녀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