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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흑마술사로 살아남기-28화 (28/180)

28화

나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떠보는 건가? 왜 이 타이밍에? 사실 처음부터 나를 의심하고 있던 것인가? 입학시험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그게 아니라면 금제의 숲에서 벌어진 일들 때문에 의심하게 된 건가?

여러 가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요.”

다 알고 있다.

내 정체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는 말인가. 혹, 정신 계열 마법을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런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마법을 사용하면, 어떤 식이든 흔적이 남는 것이 법칙이었다.

물론, 상대는 초월자에 반열에 든 대마도사.

내가 눈치 재치 못한 사이에 마법을 사용했을 가능성 또한 존재했지만, 나에게는 아스모데우스의 성흔이 새겨져 있다.

그녀의 비호를 받는 나에게 어지간한 저주 계열 혹은 정신 계통의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만약 사용했다면 최소한 이질감은 느꼈을 터.

“조금 당황스럽군요. 이사장님께서는 어째서 제가 흑마술을 배웠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1차 시험 당시, 저를 변호해주신 것은 다름 아닌 이사장님 아니셨나요?”

“그랬었죠. 허나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카데미에 재직 중인 수많은 교관과 교수들 중에서도 하필 당신의 시험을 담당했던 레이첼 교관이 이블(Evil)이 되었다는 것이. 그 외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니지만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마지막 시험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직접 마주한 자일 군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만 이블이란 존재는 이제 갓 입학시험을 치루는 신입생이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녀의 말이 맞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닌 학생이라 하여도 이블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블과의 교전이 펼쳐졌던 장소에는 필시 격렬한 전투의 흔적이 남았을 것이다.

이 부분은 운이 좋았다던가, 하는 변명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당히 불쾌하군요. 이번 시험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바로 저희 10조입니다! 그에 대한 설명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더니 이제야 저를 배후로 의심하시는 건가요?”

“자일 군도 아시다시피 최근 제국 곳곳에서 마신을 숭배하는 이교도들이 날뛰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 또한 필시 그들의 소행일 테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아카데미 내부에도 흑마술사들이 침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신성석을 배치했다고는 하나 모든 학생들이 검증을 치룬 것도 아닐뿐더러 자일 군과 같은 예외적인 케이스도 분명 존재하니까요.”

나는 억울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사장님의 말씀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숨길 수 없겠군요. 이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지그하르트 일족입니다. 제 몸에 흐르는 이 피로 인해 일반 학생들은 부릴 수 없는 특별한 재주 몇 가지를 부릴 수 있죠.”

나는 인장에 마나를 불어넣어 마창을 소환했다. 이사장의 눈동자에 이채가 깃들었다.

“그 창은…. 아티팩트(artifact)군요.”

“그렇습니다. 이 창의 이름은 악시온(axion). 초대 지그하르트 가주께서 쓰신 보구입니다.”

“창끝에서 느껴지는 흉흉한 마기(魔氣)…. 악룡 파프니르의 것이 틀림없군요. 최소 신화급 아티팩트로 보입니다만…. 이 정도 수준의 무기라면 마스터급 대장장이가 제련한건가요?”

“시조께서 악룡 파프니르를 토벌하고, 그 유해로 제련하여 만든 창이라고 들었습니다. 기록된 문헌에 의하면 시조께서는 무력에만 두각을 나타낸 것이 아닌, 대장장이로서도 상당한 실력을 지니셨다고 하더군요. 저 따위가 쓰기에는 과분할 정도로 훌륭한 무기죠. 아직은 무기가 가진 힘의 10분의 1도 채 사용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 그래도 이 무기 덕분에 동료들을 지키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말을 마친 나는 곁눈질로 아슈타르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는 마치 아름다운 미술품이라도 감상하듯이 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뭐, 이 정도면 간신히 합격은 줄 수 있겠네요. 혹시나 다른 교수들이 저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방금처럼 대답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되도록 그 창은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합격…? 시험해본 거였나?

“이제 저를 향한 의심은 해소된 겁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대마도사(大魔道士) 아슈타르.

마법사들 중, 특정 수준의 경지에 오른 이들에게는 경의를 담아 마도사라 부른다.

자시만의 길을 개척했다는 의미다.

원소마법이든, 환상마법이든, 창조마법이든, 스스로 자신의 마도를 찾아내어 개척해나가는 이들.

그 중에서도 역사상 대마도사라는 호칭으로 불린 이는 아슈타르 단 한 명뿐이었다.

가장 고귀한 별, 루나(Luna)의 이름을 하사 받은 초월자(超越者).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스스로가 하나의 별이 된 이들로서, 대륙의 패자이며 제국의 절대자인 황제조차 경의를 표한다.

아군이 된다면 그 누구보다 든든할 테지만, 적이 된다면 가장 위협적인 인물 중 하나.

특히 그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골치 아팠다.

‘정보가 너무 적단 말이지….’

대륙 최강의 마법사. 초월자. 살로몬 아카데미의 이사장. 나이 불명.

이게 처음 내가 설정한 키워드였다.

그렇기에 그녀의 성향이 어떤지, 그녀가 믿는 신이 누구인지, 마신과 접점이 있는지, 출생 배경이나 살아온 환경 그 어떤 것도 아는 게 없었다.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토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미지(未知) 그 자체.

“앞으로 아카데미 내에서 대대적인 색출 작업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어째서 그 얘기를 제게 해주시는 겁니까?”

“서비스 같은 겁니다. 사실 저는 자일 지그하르트 군이 마신 숭배자이든, 흑마술사이든, 반란을 준비하는 결사단의 조직원이든 별 관심이 없답니다. 그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할 뿐이에요. 간만에 제가 호기심을 갖게 했으니 그에 걸 맞는 책임을 지셔야 한답니다. 본인의 위치도, 결백함도 모두 스스로 증명해내세요.”

‘말은 그럴싸하지만 결국 자기 맘대로 할 테니 알아서 버텨내라는 거잖아….’

그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녀에게 있어 ‘간만’이라면 대체 몇 년 만인 걸까. 10년? 20년? 아니, 어쩌면 50년이 넘을 지도 몰랐다.

“아 뜨거!”

공중에 뜬 찻잔이 느닷없이 내 손등을 향해 물을 따르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나는 아슈타를 바라봤다.

“숙녀를 상대로 불쾌한 상상을 하고 계시군요.”

진짜 독심술 할 줄 아는 거 맞지? 그치?

“그렇게나 불순한 표정을 지으면 세 살 먹은 꼬맹이도 알 수 있답니다.”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인 뒤 화제를 바꿨다. 이사장과 독대를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모처럼 잡은 기회를 최대한 써먹어야만 했다.

“레이첼 교관이 어째서 이블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있습니까?”

“아직 조사 중입니다.”

“그 사건으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걸 보면 학교 측에서는 이 사건을 그대로 묻어둘 생각인가 보군요.”

“모든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외부에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피해자인 저희가 그 사실을 밝힌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 방식대로 대응해야겠지요?”

“…협박입니까?”

“부탁이라고 한다면 납득하시겠습니까?”

“부탁이라 하신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보상이라…. 자일 군께서는 보상을 이미 받으신 것 같은데요?”

내가 보상을 이미 받았다고?

설마…….

맨드레이크? 이미 내가 맨드레이크를 복용한 사실을 알고 있는 건가?

“입학시험 때보다 몸이 상당히 좋아지셨더군요. 마나의 흐름 또한 무척 안정적이고. 단 시간에 이토록 성장한 비결이 뭘까요?”

틀림없다. 그녀는 이미 내가 맨드레이크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허나 그렇게 나온다면 나 또한 따질 게 많았다.

“금제의 숲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분명 이사장님의 환상마법으로 창조된 것이라 들었습니다. 허나 저희 조가 마주한 것들은 결코 허상이라 부를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혹시 자신의 머리를 쥐고 있는 목 없는 기사를 마주친 적 있나요?”

아마 그 듀라한은 일리야를 말하는 걸 테지.

“그렇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제 마법에 오류가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자일 지그하르트군이 소속된 10조가 특성 조건을 만족하였기에 시험의 난이도가 조금 올라간 것 뿐 이지요. 그에 대한 대비책 또한 다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특정 조건? 혹시 금제에 관련된 것인가?

그렇다면 내가 일리야를 만나게 된 것 또한 결코 우연이 아니었단 얘기였다.

“허나 담당 시험관이 시험 도중 난입한 것은 명백히 저희 학교 측의 실책입니다. 어째서 그들이 시험장에 난입을 한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자세한 내막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10조의 학생들이 피해를 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자일 군이 목숨을 걸고 막지 않았더라면 이보다 더 심각한 일이 일어났을 테지요. 아카데미의 이사장으로서 이제야 감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일 군.”

갑자기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내가 손사래를 쳤다. 칭찬은 받아도 고개까지 숙이는 것은 내 쪽이 부담스러웠다.

“아니, 아니. 안 그러셔도 됩니다. 제가 바라는 건 보상이니까요.”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왠지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요. 맨드레이크는 자일 군께서 시험을 통해 정당하게 얻은 것이니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보상을 원하시나요?”

역시 알고 있었구나. 그녀의 말대로라면 맨드레이크는 처음부터 특정 조건을 만족하여 시험을 통과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일 가능성도 존재했다.

애초에 클리어하라고 만든 시험이 아닌 만큼 보상 또한 그에 맞게 엄청난 가치의 영약을 준비한 것이다.

일종의 히든피스인 셈.

지금 이 시점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카데미 어디든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십시오.”

최초의 초월자, 살몬의 유산.

아카데미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마신서 레메게톤의 행방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왜 그런 걸 원하시는 거죠?”

“…….”

“아무래도 대답할 생각이 없으신 거 같군요. 뭐, 좋습니다. 노력한 이에게는 그에 마땅한 보상이 내려져야 하는 법. 아카데미 내 출입에 한해 저와 같은 등급의 권한을 드리도록 하죠.”

무려 이사장과 같은 등급의 출입권한!

솔직히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지른 거였는데 이렇게 쉽게 내어 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감사합니….”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말입니까?”

“기회는 세 번. 그 이상은 안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어차피 내게 다른 선택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입니다.”

“좋습니다. 이만 나가보세요. 입학식은 이제 끝났으니 배정된 반으로 가시면 됩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앞에 서서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뒤쪽에서 이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일 지그하르트군. 청십자회를 조심하세요.”

나는 대답 대신 목례를 한 뒤 문을 열고 방을 나갔다.

밖에는 아까 전 나를 안내해주었던 교관이 서 있었다. 괜히 나 때문에 지금까지 기다렸을 것을 생각하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따라와라.”

나는 그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어찌 생겨 먹은 복도인지 한참을 걸었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미로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자 쪽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선형처럼 생긴 계단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또 한참을 내려가니 목재로 된 복도가 나타났다.

먼지가 자욱한 것이 몇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 같았다.

‘이런 곳에 강의실이 있다고?’

발을 내딛을 때마다 끼익, 끼익 소리를 내는 나무 판자. 불쾌한 소리와 더불어 사방에 깔려있는 스산한 기운이 더욱 불안감을 자극했다.

입학식 때 보았던 건물을 떠올리니, 지금 내가 같은 아카데미 내에 있는 게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염병. 저건 또 뭐야, 함정인가?’

복도 한 가운데에 움푹 파인 구멍. 대체 얼마나 방치한 것인지 바닥을 구성하고 있는 목재의 일부분이 썩어 생긴 듯 했다.

이 정도 시설이면 E 클래스 아니, 있지도 않은 F 클래스 밑이라 봐도 무방했다.

‘이사장 이 개…….’

교관이 발을 멈췄다.

“들어가라.”

끼익. 끼익.

당장이라도 떨어지기 직전의 낡은 현판. 거기에는 [1 - S] 라고 적혀있었다. 강의실에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쿵.

문, 아니 문이었던 것은 힘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염병.”

억울해서 말하는 건데 문이 부서진 것은 결코 내 탓이 아니었다.

내가 힘 조절을 못해서가 아닌, 이 문이 너무 낡았기에 벌어진 일이다. 나는 맹세코 그저….

“조장! 오셨습니까? 상담은 잘 하셨나요?”

“자일…….”

제일 먼저 나를 반긴 것은 이든이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나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들고 있었지만, 어차피 그마저도 연기라는 사실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반 분위기는 초상집이 따로 없었다. 샬럿은 이미 한 바탕 폭주한 것인지 생각 외로 조용했고, 프레이는 울기 직전의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다른 이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저쪽에서 이든과 프레이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프레이님! 너무 침울해 하지 마세요! 이사장님이 그러셨잖아요. 저희가 증명만 해낸다면 A 클래스 이상의 지위를 보장해주겠다고! 지금은 무너져 내리기 일보직전의 원혼이 가득한 폐교처럼 보이지만 분명 좋아질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 희망을 갖자고요!”

“무너져 내리기 일보 직전…. 원혼이 가득한….”

프레이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저 새끼 저거 분명 일부러 저러는 게 틀림없다.

분명 프레이의 반응을 보며 즐기고 있을 것이다.

“야, 평민! 그 입 안 닥쳐? 확 태워버린다?”

“하하, 죄송합니다, 샬럿 님!”

그렇게 한참을 떠들고 있는데 저 멀리서부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터벅. 터벅.

힘없이 축 늘어지는 소리. 환골탈태를 하며 감각이 예민해진 탓일까. 걸음 소리만 들어도 대략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짐작이 갔다.

잠시 후.

후드를 뒤집어쓴 남성이 들어왔다. 떡 진 앞머리, 광대까지 내려오는 다크 서클, 입 주위에 늘러 붙은 침 자국, 죽은 동태 눈깔.

분명 흠 잡을 데 없이 수려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태생이 게으른 탓인지 그 외모가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무기력함을 인간으로 만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내였다. 교탁에 선 사내는 잠시 주위를 바라보더니 내게 다가왔다.

내 앞에선 그는 매가리 없는 눈동자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그쪽이 그 유명한 자일 지그하르트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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