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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흑마술사로 살아남기-177화 (177/180)

177화

“그래서 제자들을 죽인 건가? 이사장을 죽이기 위해서?”

“……아무리 강해져도 이사장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았지.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인지 말이야.”

“…….”

“죽이고 빼앗는 거. 역시 그거 이외에는 없더라고. 이사장의 말대로 1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쳐 보았으니 된 거 아닌가? 이미 내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은 전부 얻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괴물 같은 년에 발뒤꿈치조차 따라갈 수 없었다. 내 검은 그 마녀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단 말이다! 하라는 대로 했지만 여전히 나는 그 괴물을 이길 수 없었어. 그러니까 딱 한 번…. 딱 한 번만…… 실험해본 것이다.”

”정신 나간 새끼. 역시 당신은 처음부터 구제할 수 없는 쓰레기였다. 짐승? 웃기지도 않는군. 당신에게 짐승이라는 말을 쓰는 것조차 아깝다.“

”강해지고 싶다는 이 마음이 그렇게 죄스러운 건가? 너희 같은 족속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해! 나도 처음부터 그 아이들을 제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아껴주었지. 허나 벽에 막히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 그래.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실험해보자고. 근데 어쩌겠는가? 그 한 번의 실험에서 나는 아직도 무수히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는데! 역시 내가 잘하는 것은 죽이고, 빼앗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말이야!“

그의 눈이 점점 더 붉게 물들었다. 동시에 피어오르는 붉은 마기.

결국 그 또한 마신숭배자가 된 것이었다.

”……당신을 따르던 제자들은 스승이 자신의 목숨을 이용하여 강해질 생각을 할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쓸쓸하게 죽어갔겠지. 오로지 네놈의 탐욕만을 위해 희생된 제자들에 대한 미안함은 단 1도 없는 것이냐.“

”미안함? 내가 왜 그런 걸 가져야 하지? 그들도 결국 강해지고 싶어서 내 제자가 된 게 아닌가. 그렇다면 내 양분으로서 강해지는 것은 그들도 원하는 일이라 할 수 있지. 나와 하나가 되어 강해짐으로서 자신들이 원하는 꿈을 이루는 것인데 내가 왜 미안해야 하냔 말이다! 사랑한다, 제자들아! 사랑해! 사랑한다고!“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그의 탐욕을 위해 희생된 것일까.

자일 지그하르트가 과거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의 첫 번째 제자가 사고로 죽었다고.

그때부터였을까. 아니면 그 전부터였을까.

어찌 됐건, 그는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악마였다.

아마 마신숭배자들과 손을 잡은 것 또한 더 효율적으로 인간의 생명력을 자신의 힘으로 치환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그들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인간들이니까.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악마와 손을 잡는 것도 서슴치 않는 것이 맥도웰이라는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자신의 제자들을 죽이려 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요한이 그를 죽일 이유는 차고 흐른다.

“……흐흐. 그러니 요한 크루이프. 그대도 나의 제자가 되어 내 꿈을 이뤄주지 않겠나? 당신과 같은 천재의 심장은 무슨 맛일지 궁금하단 말이지. 아마 자네를 먹게 되면 나도 그 마녀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겠지?”

“푸흡.”

“…뭐가 웃기지?”

“인간을 잡아먹는다고 짐승이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은가? 늑대가 늑대들을 잡아먹는다고 범이 될 수 있을 것 같은가? 맥도웰. 깨달음은 그렇게 얻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범재들이 자신의 벽을 전부 너처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웃기지도 않는 군. 너는 그저 열등감에 사로잡혀 최소한의 인간성도 버려 버린 마귀일 뿐이다. 너의 그 이기적인 마음을 애써 포장하고, 합리화하려 하지만 그 역시 역겹기 짝이 없군.”

“그래. 네놈이 날 이해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넋두리를 하고 싶었을 뿐이지. 곧 네놈의 심장도 내 뱃속에 들어갈 것인데 그전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해라.”

촤르르르륵!

지옥의 불꽃처럼 타오르는 맥도웰의 마기.

수많은 마인들을 상대하며 많은 마기를 느껴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짙고, 흉흉한 마기였다.

‘생명을 담보로 만든 힘이니 그 위력은 역시…….’

본래 정순한 기운을 담은 검사가 마기에 노출될 경우 이블이 될 가능성이 존재했지만 저자는 오히려 더욱 평온해 보였다.

마치 자신에게 딱 맞는 신발을 신은 것처럼. 애초에 정순한 기운을 담아 마나서클을 만든 것도 아니었으니 상관이 없겠지.

요한의 몸이 하늘 위로 떠올랐다.

제 아무리 마투사인 요한이지만 검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맥도웰과 구태여 근접전을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폭발적인 마력이 그의 전신을 감싸고, 두 눈동자에 형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공간구속(空間拘束). 제1 형태변형(形態變形).”

그 와중에도 맥도웰은 즐겁다는 듯 요한을 바라볼 뿐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압살(壓殺).”

콰아앙!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맥도웰이 서 있던 공간의 축이 무너지며, 주변이 일그러졌다.

신기에 가까운 마법.

이 세상의 물질법칙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괴이스러운 현상이었다.

‘애초에 피할 생각조차 없었다. 자신을 과신한 것인가?’

물끄러미 바라보던 요한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묻어났다.

그의 마법이 떨어진 그 자리에 맥도웰이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설마, 마법을 베어낸 것인가?”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천재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지. 가슴이 요동쳐 오는구나. 어찌 이리도 젊은 나이에 이리도 막대한 마력과 강대한 마법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질투가 피어오르는구나아아!!!!”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맥도웰의 움직임은 요한조차 겨우 따라갈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다급하게 마법을 영창하는 요한.

“공간구속(空間拘束). 제2 형태변형(形態變形).”

분리(分離).

요한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을 따라 형성되는 자연계의 물리력.

그와 동시에 요한과 맥도웰의 공간이 뒤바뀌었다.

정확히는 맥도웰이 위치한 공간만이 똑 떨어져 나온 것 같은 형태가 되었다.

“신묘하군. 참으로 신묘해. 이찌 이리도 부당하단 말인가. 초월자를 넘볼 정도로 강력한 마력, 그리고 이 세상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희귀한 원천속성을 지니고 있다니! 왜 네놈만 그리도 많은 특전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왜!”

그러나 이번에도 맥도웰이 휘두른 붉은 검격에 분리되어 있던 공간, 정확히는 공간을 임의로 분리했던 요한의 마법식 일부분이 파괴되며 다시금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우연히 아니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법의 핵을 정확히 부수고 있어. 본래도 뛰어난 검사였지만 지금은 완전 괴물이 되었군. 상성이 좋지 않다.’

마법사인 그에게 있어 마법을 베어버리는 검사는 사실상 최악의 상성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압도적인 화력으로 뭉개주마.’

요한은 공간의 지배권을 소멸시켰다.

더 이상 공간 마법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공간마법과 관련하여 아직 숨겨놓은 수가 여러 개 있었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요한이 지닌 원천속성이 공간 한 개 뿐이 아니었으니까. 가장 잘 사용하고, 또 가장 애용하는 속성류 마법이 공간이었을 뿐.

“멸화폭우(滅火暴雨).”

화속성 계열 8서클 대마법.

수십 명이 모여 동시에 시전해야 할 어마어마한 대마법식을 단숨에 영창하는 요한.

이는 마법사들이 봤으면 기절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기행이었다.

마력도 마력이지만 이 방대하고 복잡한 술식이 그 머릿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계산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였으니까.

화르르르륵!

쿠구구궁!!!

멸겁의 불꽃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린다.

세상 그 모든 것들을 흔적도 없이 녹여버릴 열기를 지닌 지옥의 불꽃.

그것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리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 누구도 이 세계의 종말이 찾아왔음을 인정할 것이다.

“훌륭하다, 훌륭해!”

치이이익.

주변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와중에도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맥도웰.

그 자신의 살점도 녹아내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야 말로 검귀라는 이명에 딱 어울리는 소름끼치는 모습.

살이 익는 냄새와 함께 드러난 그의 얼굴 절반은 녹아내려 인간의 단면도를 보는 듯 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이후에 펼쳐진 일들이었다.

점점 더 빨라지는 그의 검.

동시에 녹아내렸던 그의 살점들도 구물꾸물 합쳐지더니 이내 엉겨붙는 것이 아닌가.

사방을 뒤흔드던 마기도 더욱 강력해졌으며, 그의 몸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핏빛으로 물든 마기가 이곳 전체를 뒤덮었다.

꿈틀. 꿈틀.

그의 머리통에 솟아나는 거대한 뿔.

“찢고, 베고, 자르고, 삼킨다. 찢고, 베고, 자르고, 삼킨다. 찢고, 베고, 자르고, 삼킨다. 찢고, 베고, 자르고, 삼킨다. 찢고, 베고, 자르고, 삼킨다. 찢고, 베고, 자르고, 삼킨다. 찢고, 베고, 자르고, 삼킨다. 찢고, 베고, 자르고, 삼킨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요한.

느껴진다.

이대로 저걸 가만히 놔두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그의 본능이 경고한다.

‘저건 이블과는 다르다……. 그렇군. 아예 악마(惡魔)가 되어버린 것인가? 지금까지 받친 인간들의 제물을 통해 종족 자체를 개변해 버린 것인가. 저딴 게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살로몬 아카데미 기사학부장의 최후라니….’

10미터는 될 법한 크기.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어찌나 강렬한지 발산하는 것만으로 공기가 요동치며, 주변 일대가 잠식되기 시작했다.

‘젠장. 더 이상 이것저것 따질 데가 아니군. 저딴 미치광이 때문에 여기서 이걸 쓰게 될 줄이야…….’

후우.

크게 숨을 들이쉰 요한이 잠들어있던 마력 전부를 해방했다.

콰아아아앙!

청금색으로 물든 찬란한 마력의 빛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상공이 맑게 개었다.

일대를 잠식하던 마기가 요한의 마력과 부딪치자 점차 그 기세를 잃어갔다.

지금부터 사용하게 될 마법은 마법이라기 보다는 정말 권능에 가까운 신기(神技)였다.

그 여파가 너무 강력하여 요한이 지닌 마력의 7할과 생명력 일부분을 한 번에 소모하는 10서클 초월마법(超越魔法).

심지어 이 마법을 직접 창조한 것은 전대의 마법사도, 초월자도 아닌 바로 요한 본인이었다.

초월자의 마력이 담긴 찬란한 눈동자가 목표물을 확인한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는다.

초공간계(超空間界).

최종형(最終形).

초월마법(超越魔法).

“삭제(削除).”

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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