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제3의 플레이어
9-2
나직한 그 경고를 누가 흘려들을 수 있을까.
맹세코 여기에는 없다. 소령이 손을 떼며 물러났다. 굶주린 맹수를 자극하지 않듯 천천히.
그야말로 불시의 등장.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기에 압박은 배가 된다. 이곳 모두가 저 사내의 이름을 안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다. 확인처럼 누군가 중얼거렸다. 1번대다. 1번대 대장 불사조 마르코……. 말보다 신음에 가까웠다. 적의 명성은 달리 말해 아군의 공포였으므로.
적 앞에 선 해적을 보는 건 테사도 처음이다. 한껏 긴장한 대기에 숨쉬기가 버거웠다. 결코 내 적이 아님에도 그랬다. 평이한 말 몇 마디로 이만큼 사람의 목을 조일 수 있을지 몰랐다.
기이한 정적이 돈다. 항구에서의 진동이 아직 발아래 땅을 울리는데 이곳만 무섭도록 고요했다. 그리고 수십여 초 뒤, 이어지는 발소리들. “뭐야? 얘네 여기 다 모여 있네.” 대장 휘하 흰 수염 해적단 1번대였다.
오거스트 소령이 침음한다. 왜 벌써……. 감시선으로부터 연락이 늦는 건 폭풍우 때문이라 여겼다. 어제까지만 해도 추정되던 그들의 회항 날짜는 이틀이나 사흘 뒤.
웃음기가 사라진 군인을 1번대 리암이 손가락질했다.
“마르코 대장, 이상한데? 그렇게 썩 뱃심 있는 놈으로 안 보이는걸. 거기 장교 너 본부 소속이지. 계급이 뭐냐.”
답은 없다. 예상한 바. 리암이 끄덕이고 제일 가까운 해병에게 총을 쐈다.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절명한 시체를 걷어차고 그 옆의 해병에게 다시 묻는다.
“저 여우가 니네 이거지. 계급이랑 이름을 대.”
“……본부 소속 오거스트 소령입니다.”
장교로부터 눈 떼지 않던 마르코가 반문한다. 소령? 아까보다 더 싸늘한 공기가 장내를 감돈다. 1번대 유세프가 총구로 이마를 긁적였다.
“내가 지금 들은 거 너네도 들은 거 확실해?”
“네 달팽이관이 작살난 게 아니라면 맞겠지. 해군 놈들이 드디어 단체로 돌아버린 모양인가 봐. 어디서 좋은 약이라도 주워 먹었나.”
“뭔 약인지 몰라도 좀 나눠주라. 우리 견습들 중에도 아직 배짱 모자란 놈들이 있어서 말야.”
웃고 떠드는 건 해적들뿐. 뜯겨나간 문은 제 구실을 못 하고 휘청였다. 빗줄기가 바닥을 두들긴다. 멀리 폭음이 잦아들고 있었다. 길지 않은 충돌이 일방적으로 끝나간다는 증거다. 마르코가 혀를 찬다. 어이.
“사황의 영역에 대놓고 발들인 해군이 있다길래 어떤 대단한 놈인가 달려와 봤더니…… 이런 졸병이란 말이지.”
“…….”
“이봐. 이거 정말 센고쿠의 뜻인가?”
젊은 장교는 대답하지 못했다. 흰 수염 해적단 본대, 열다섯 명의 대장들. 각각 해군 중장에서 대장 격에 이르는 실력자들이며 그 중에서도 1번대 대장 마르코는 해군 본부 삼 대장과 호각이라 일컬어지는 사내다.
말마따나 일개 <소령>이 감당할 수준도 아닐 뿐더러, 그걸 지금 누구보다도 실감하는 것 또한 오거스트 그 자신.
입을 다문 적을 마르코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유세프.” 대장의 부름에 즉각 총구에서 불이 튄다. 오거스트가 어깨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억누른 비명이 바닥을 긁었다.
“해군. 바로 숨통을 떼지 않은 건 네가 알아둘 교훈이 있기 때문이야.”
가시지 않는 화약 냄새. 뜨거운 피는 이미 식은 핏물과 뒤섞여 마룻바닥에 고인다. 틈새를 타고 흐르며 금세 발치까지 와 닿았다. 테사가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난다. 마르코의 목소리는 고저 없이 이어졌다.
“센고쿠 의도가 뭐든 사실 알 바 아냐. 넌 적진 한 복판에 쳐들어와 해적의 보물을 건드렸다. 바인브릿지의 마술사는 아버지가 이름을 내준 귀빈이거든.”
“…….”
“회유든, 포섭이든 마술사의 자유지만…… 보물이 제 발로 떠나는 것과 눈앞에서 빼앗기는 건 달라. 이건 우리 이름이 얽힌 문제다.”
해적이란 빼앗는 자들이지, 빼앗기지 않는다.
깃발 걸린 영토에 적군은 발을 들였다. 그도 모자라 흰 수염 이름의 보호 아래 있음을 뻔히 알면서 지저분한 술수로 건드리기까지 했다. 긍지의 무게. 이를 모욕한 적을 마르코는 봐줄 생각이 없다. 무시당한 것의 가치에 비하면 해군의 목숨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걸어간 마르코가 오거스트 앞에 고갤 기울인다. 신음하는 턱을 잡고 덤덤하게 선고했다. 명심해라, 애송이.
“이 차이를 모른다면 넌 다음 생에도 해적 손에 죽어.”
“……하.”
“도발을 결심했을 때 그 목숨도 걸었길 바라지.”
철컥. 대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총들이 장전된다. 향하는 방향은 남은 해군 전체. 바깥의 폭발음은 멎은 지 오래다. 폭풍우 건너 승자들의 목소리만 울렸다. 피에 젖은 오거스트가 제 마지막임을 깨닫고 실소했다.
테사가 버틴 것도 딱 거기까지.
이곳에 들어와 마르코는 단 한 번도 테사를 쳐다보지 않았다. 마술사 얘길 하면서도 눈은 내내 해군에게만 머물렀다.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참고 또 참았으나 더는 한계다.
야성에서 벗어난 인간은 그렇기에 학습한다. 원초적인 폭력성에 재차 파괴되지 않도록 뼛속 깊이 새겼다. 자식에서 자식으로 이어진 교육은 현대에 이르러 마침내 완성됐다.
전쟁은 옳지 못하며 폭력으로부터 저항해야 할 것이고, 잔학성에는 거부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화약과 피 냄새로 가득한 사위. 이미 테사의 근처에만 두 구의 시체가 널려 있다.
이 이상은 학살이다…… 피 묻은 손을 말아 쥐며 테사가 말했다. 1번대 대장님.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
“이런 문제에 관계외자가 간섭해서 죄송하지만. 당신을 보자마자 저 머저리들이 전의를 상실했다는 걸 모르지 않잖아요.”
마르코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 단연코 진심이다.
부딪치는 일 역시 원치 않는다. 그럼에도 평생 나고 자란 세계의 가치관이 새겨진 몸은 쉴 새 없이 비명 질러서.
느리게 마르코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돌아보지 않고 말한다.
“마술사를 데리고 나가. 유세프.”
“알았어, 대장.”
“……나 좀 보고 말해요. 최소한.”
“정중히 모셔라. 싸움 있는 곳은 피하고.”
“마르코!”
저도 모르게 외치고 그 즉시 다물었다. 전장에서 신파 찍을 생각 없다. 정신 차려. 구경거리가 될 작정이야? 그러나…… 테사는 생각했다. 정말 끝까지 보지 않는군. 마지막까지 나를 단 한 번도.
머뭇거리며 유세프가 다가온다. 온도를 가라앉힌 마술사가 자르듯 사양했다.
“알아서 갈게요. 누구처럼 총 맞은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흐르는 핏물 사이를 걷는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패자들의 신음이 청각을 들쑤신다. 걸어가는 테사의 콧등 위로 안경이 미끄러졌다. 안경이…… 테사는 우뚝 멈춰 섰다.
나는…… 그래. 당신이 그리웠어.
지금 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개 같은 기분도 바로 그 때문이겠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한 복판에서도, 누군가의 죽음보다 당신의 외면이 더 뼈아파서.
마르코 같은 남자가 못 알아들었을 리 없다. 테사의 말은 부탁이었다. 나 여기 있고, 내게 이 잔인함에서 눈감을 명분을 달라는.
마술사는 감정에 미숙한 동물이다. 평생 갈고닦는 이성과 비하면 형편없다고 봐도 좋다. 그렇기에 현대인으로서 마땅한 거부감마저 단지 말 몇 마디, 시선 하나에 수그러질 것임을 알았다. 이해와 별개로. 또 인정하기 싫어도 말이다.
결국 반한 사람한테 미움 따위 받고 싶지 않으니까.
‘테사…… 그래도 해적은 해적이야.’
‘…….’
‘언젠가 너도 이해하는 날이 오겠지.’
그웬. 박수를 보낸다, 친구여. 네 말이 옳았어. 꿈, 낭만, 신념 그리고 긍지.
손에 잡히지 않는 것만 쫓는 그들은 절대 뒤를 보는 일이 없지. 테사는 돌아서 안경을 벗어 던졌다. 각진 안경이 마르코와 부딪쳐 핏자국 위로 나동그라진다. 마침내 둘의 시선이 교차하고…… 내뱉듯 테사가 읊조렸다.
“야만인…….”
그러나 과연 이건 누구를 향한 경멸인가. 또 무엇에 대한 실망인가.
젊은 마술사는 미련 없이 빠져 나온다. 등 뒤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폭풍우 속으로.
/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주인의 언짢음을 감지한 공방이 숨죽인다. 표정 없는 얼굴로 테사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딛는 걸음마다 서적들이 떨어지고, 화분이 깨져 나갔다. 마술사는 공방의 심저로 향했다.
닿는 것들은 모두 예외 없이 파열했다. 어린 요정 등불들이 서둘러 자취를 감추고, 터빈도 불협화음과 함께 가동을 중지했다. 백색 조명이 서서히 빛을 잃는다.
생전 처음 목격한 살인. 폭발과 비명, 총성과 신음, 피와 화약 냄새, 그리고 마르코의 서늘한 시선…….
파편들 위 우두커니 서서 테사가 중얼거렸다.
“눈물이 안 나와.”
지금 울어야 될 거 같은데. 그럼 좀 시원할 듯한데 기미도 없다. 돌이켜보면 모친의 사망 이후 테사는 울어본 기억이 없다. 사실 이 정도로 큰 동요가 없었다는 쪽이 맞겠다. 위대한 스승 갈라가르스가 언제나 냉정해야 함을 종용했으니.
다스릴 방법도, 가라앉힐 길도 도통 모르겠어서.
속수무책으로 그저 서있기를, 약 한 시간. 돌연히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린다. 예민해진 마술사는 원치 않아도 누군지 읽을 수 있었다. 테사가 말없이 내려가 문 열었다.
“아, 계셨군요. 문이 잠기진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열리질 않아서요.”
난처한 기색의 일레븐. 멋쩍게 뒷목을 쓰다듬으며 인사한다. 보기 좋던 용모가 핏자국과 상처로 엉망이다. ……그러고 보니 이 새끼도 거기 있었지. 테사가 물러났다. 일레븐이 따라 들어온다.
여섯 발자국. 그 이상 들어가지 않는 테사. 내부를 신기하게 둘러보던 일레븐이 멈칫한다.
“아직도 저를 경계하시네요…….”
“…….”
“슬프지만, 어쩔 수 없죠. 그렇게 떠나셔서 걱정돼 들렀어요. 다행히 오거스트는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런가요.”
“네. 오래 치료를 받아야 될 것 같긴 하지만…… 대해적한테 찍히고 살아남은 것만 해도 다행이니까요. 다 오라힐리 양 덕분입니다.”
테사가 차게 웃었다. 덕분이라니.
“제가 거기서 뭘 했던가요.”
“아닙니다. 대단한 용기였어요. 또 한 번 반했습니다. 그런 고결한 기개라니…… 정말. 부끄럽게도 저는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 했는데…….”
청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좀 전의 상황이 다시 떠오른 듯 파랗게 질린다. 작은 세계가 익숙한 소설가에겐 아무래도 견디기 힘든 경험일 테니까.
“몰랐거든요. 해적이란 자들이 그렇게까지 무자비하고 잔인한 줄.”
“…….”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 같은 약자는 정말 그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만약 오라힐리 씨 같은 분이 저희를 두둔해주지 않았다면, 분명 거기서 다 죽었을 테죠.”
나지막한 말을 마지막으로 공방 안은 적막에 잠겼다. 일레븐도, 테사에게서도 아무 말 없다. 굳게 걸어 닫힌 창가는 바람 소리 하나 새지 않는다. 한참 뒤 일레븐이 입을 뗐다. 오라힐리 씨.
“네.”
“혹시나 싶어서 묻는데…….”
“네.”
“저 들켰습니까?”
테사가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그걸 이제 깨닫다니 생각 이상으로 멍청하군요.”
다시 한 번 침묵이 내려앉았다. 천천히 일레븐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수그린 어깨를 펴자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빌어먹을. 어쩐지 쉽지 않다 했지. 오거스트 이 쓸모없는 새끼. 끝까지 아니라고 하더니. 언제부터지?”
“처음부터.”
“어떻게? 아무 정보도 없었을 텐데.”
“너, 아주 흔하고 무수하게 거짓말로 다른 사람들을 배신했지. 사악한 거짓말쟁이들한테는 견딜 수 없는 악취가 나.”
그런 의미에선 소령이 훨씬 낫다. 오거스트는 잔머리 돌리는 얌체에 불과하나 이쪽은 뒤에서 등을 찌르는 자. 이런 부류는 대개 암살자 혹은 첩자다. 게다가 공방 문을 넘은 순간부터 비친 그 원한들 하며…….
돌변한 일레븐이 심문하듯 캐물었다.
“그런 능력도 있었나. 정보 고맙다. 그럼 왜 여태껏 가만있었지?”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볼 생각으로.”
“웃기지도 않는군. 촌극이 따로 없잖아. 즐거웠나?”
“별로.”
답하는 마술사에겐 어떤 표정도 비치지 않는다. 인형처럼 보일 지경이라 어떤 위화감마저 들었다. 일레븐은 짧게 혀를 찬다.
“뭐, 그래. 더 얘기해봤자 무의미하겠지. 다 알고 있었다니 과정은 생략하자고. 속인 건 유감이지만, 테스트 겸 자연스럽게 현실을 일깨워줄 생각이었는데 사실 남은 시간이 많진 않아. 조금 전, 흰 수염 해적단과…….”
“됐어. 그딴 거 알고 싶지 않아. 질문이나 더 해. 하나 남았잖아.”
또 <위화감>. 그 순간 일레븐이자 사이퍼 폴 소속, 첩보 요원 운데킴은 곤두서는 감각을 느낀다. 요원으로 쌓아온 평생의 경험이 알리는 경보다. 입을 다물고 그는 서서히 뒷걸음질 쳤다. 테사가 미간을 찌푸린다.
“뭐해. 어서 하라니까.”
“당장 이 문 열어.”
“하, 평범한 일반인이 뭘 안다고 도망치는 거야.”
“뭐? 그게 무슨 의미……!”
여섯 번째 질문. 마술사는 기꺼이 답변했다.
“무슨 의미긴. 네가 지옥을 맛본다는 뜻이지.”
여섯 걸음. 여섯 질문. 여섯 개의 답.
그것으로 악마의 만찬에 오를 에피타이저는 완성된다. 고꾸라지는 운데킴을 보며 테사가 중얼거렸다. 보나페띠.
고작 육 초, 그러나 운데킴에겐 27일 하고도 18시간이었다. 악몽에서 깨어나는 첩보 요원.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마술사를 올려다본다.
아마 이들은 몰랐을 터. 테사의 세상에선 고위 마술사를 속인다는 것은 아예 언급 자체가 불가능한 얘기다. 제대로 눈을 뜨기만 해도 다 읽히니까. 혹시 이 자가 악마의 열매를 먹은 이 세계의 <주역>이라면 또 모를 일이나 그에겐 불행하게도 해당 사항 없다.
물론 테사는 이럴 생각까진 아니었다. 테이블 위 대화로 가능하리라 여겼고, 분명 그럴 계획이었지만…….
이 공방은 주인인 마술사의 영역.
일레븐이었던 운데킴이 발 딛는 순간, 가진 의도가 전부 낱낱이 읽혔다. 간파 술이 새겨진 안경만으론 정말 불충분했던 것이다. 이때 비로소 테사는 깨닫게 된다. 모든 상황이 그들에 의한 설계임을.
테사를 향한 도발이 아니었다. 흰 수염이었고, 마르코였다. 마술사의 속에서 가장 낮은 온도의 불이 일렁인다.
“속이는 것까진 괜찮아요. 애써봤자 그쪽 말대로 어차피 촌극에 불과하니까.”
“…….”
“그런데 지금 내 기분이 되게 별로인데…… 이것마저 거기 탓이면 대체 어쩌자는 거죠.”
“……살려줘.”
“살려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까 그거 때문에 해적이랑 싸운 거 못 봤어요? 잠깐 악몽 좀 꾼 걸로 엄살 떨지 마요.”
악몽. 그걸 단순히 악몽이라 해도 좋은가. 운데킴이 질린 얼굴로 테사를 바라봤다. 공포의 종류는 여럿이지만, 지금 미지의 공포만큼 와 닿는 것도 없다.
어둠 속에서 마술사가 다가온다. 운데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약자의 본능이었다.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테사가 입 열었다.
“야.”
“…….”
“군이든 정부든 상관없어. 위에 전해.”
“…….”
“난 해적도, 해군도 둘 중 어느 것도 아니야.”
<마술사>지.
“이게 무슨 의민지 모르겠으면 그냥 둬. 가만히, 얌전히, 조용히. 너희들이 겪어본 적 없는 제3의 플레이어란 얘기니까.”
게임 판 바깥, 장외 인물을 움직이는 건 판 위에 오른 자들의 몫이 아니다. 오로지 판 밖의 스스로일 뿐.
공방 문이 열린다. 안개 속 폭풍우는 이전보다 맹렬하다. 반대로 고요한 것은 두 눈 속, 금속성 빛을 뿌리는 이 세계 유일의 마술회로.
알아듣겠니? 불청객을 추방하며 오라힐리 테사는 날카롭게 웃었다.
“나한테 함부로 배팅하려고 들지 마.”
친절한 경고 따위가 아니니 잊지도 말고. 내가 정말 화나면 뭘 할 수 있을지 나조차도 모르겠거든.
[작품후기]
2장 제3의 플레이어, fin
(19.03.28 후기 수정)
1. 작품 설정: 오라힐리 테사 프로필 추가
2. 댓글들 늘 고맙습니다
p.s. 특별한 댓글을 남기는 독자분들은 당연히 따로 기억합니다 저도 사람인걸요 돈워리 마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