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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7화 (7/497)

7화

“프레이야님이 다시 전생하셨다면서?”

“불과 백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정말 어떻게 될런지.”

늙으면 불속에 몸을 던져 늙은 몸을 태워버리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불새의 전설처럼, 이곳의 신들은 전생의 과정을 거쳐서 새로운 신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 일반적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신으로 장수하는 것이, 그 신을 믿는 이들에겐 큰 힘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새로 태어난 신은 외모부터 성격까지, 기존의 신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엘프라는 종족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가 온 건지 모르지.”

전령인 발키리들의 연락에 각지의 엘프들이 엘프들의 최종 요새이자 여신의 신전이기도 한 세스룸니르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례가 없던 여신의 빠른 전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다크엘프들의 습격에 의해서 엘프들의 수가 급감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엘프라는 종의 존속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것은 그들도 실감하고 있었다.

수만에 달하는 엘프가 모여들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수근거렸지만,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그들의 성격상 그다지 시끄럽지는 않았다. 그들의 예민한 귀 때문에 속삭이는 소리는 정말로 숨소리 만큼이나 작았다.

“인간이다. 어떻게 이곳에 인간이?”

“아니, 인간일리 없어. 여신님이셔.”

인간 미녀의 모습을 한 여신 프레이야가 등장한 순간, 엘프들은 동요했다.

“현신하신 건가? 인간의 몸에?”

“아냐, 저건 현신하곤 달라.”

“아름답긴 하지만, 조금은 치우친 느낌인걸. 인간과는 확실히 달라. 저런 외모의 인간이 있을리 없어.”

“그건 그렇고, 어째서 인간의 모습을 하신 거지?”

“뭔가 의도가 있는 걸까? 설마 엘프들을 저버리시는 것은 아니겠지?”

원기가 여신 캐릭터의 외모를 만들 때, 참고한 정보가 애니메이션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아름답긴 하지만, 정상적인 인간의 외모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프레이야가 연단에 서자, 장내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프레이야가 된 원기는 의연한, 동시에 오연한 모습으로 장내를 돌아보았다. 운명이라는 게임에서도 종종 연설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정해진 텍스트를 읽으면 되는 것이지만, 당당하고 고귀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신앙심이 고취되는 것이 아니라, 되려 바닥으로 떨어지기 쉬웠다.

인간은 내심으로 겸손한 리더보다는 자신감있고, 자신과 달리 더 뛰어나고 잘난 존재를 리더로 원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니 여신은 잠시 침묵을 가진 다음, 입을 열었다.

“나는 그대들을, 내 자녀인 엘프들을 사랑한다.”

‘정말 자녀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예쁜 것들은 사랑하지. 아니, 남자들은 빼야겠군.’

원기는 내심 멋쩍은 기분을 억눌렀다. 카리스마는 얼마나 자신을 잘 꾸미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운명이라는 게임에서도 이런 연설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게임의 난이도를 결정했다.

“동시에 나는 인간들이 불쌍해서 참을 수 없다.”

여신의 선언과도 같은 말에, 엘프들이 동요했다. 이전의 프레이야는 인간들과의 격리를 추진했기 때문이었다. 숲에 들어온 인간들은 예외없이 죽이는 것이 그녀가 내린 명이었다.

“그들은 이미 야만을 넘어서서, 몬스터나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서로 죽이고 죽는 비극을 되풀이하면서도 아무런 의문도 갖지 못한다. 아스족과 거인족의 도구가 되어, 장난감이 되어 살육을 되풀이하는 허무한 존재일 뿐이다. 그들의 생과 사에는 아무런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신의 이어진 말에 엘프들은 납득이 가는 듯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이어진 여신의 선언에 안색이 변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구원하고자 한다. 나는 평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지금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진정한 평화를 손에 넣기 위해 싸워야 할 때다. 전쟁을 통해서, 인간들을 포로로, 그리고 노예로 삼는다. 물론 이 노예는 한시적인 것이다. 그들이 엘프에 의해 평화를 사랑하는 존재로 교화된다면 그들에게 평민의 자격을 주게 될 것이다.

이 대륙에서 교활한 아스족과 비열한 거인족을 몰아내고, 엘프족에 의한 제국을 건설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제국이 아스가르드를 통일하는 날, 이 세계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를 위해, 난 엘프들만의 신으로 머물지 않고, 엘프들과 더불어 인간들의 신이 될 것이다. 반 신족의 대신 뇨르드를 대신해서, 평화를 사랑하는 인간들을 그대들의 도움을 통해서 구원하게 될 것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평화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여신의 선언은 엘프들에게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엘프들 역시 강한 신앙심으로 프레이야와 연계되어 있었다. 지금까지는 신탁의 형식으로 간단한 지시가 내려온 바 있었지만, 이번 연설은 달랐다.

신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엘프 제국의 건국,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엘프 제국의 건국을 선언한다. 너희는 모두 제국의 고귀한 이들이 되어 인간들을 이끄는 중추가 될 것이다. 제국의 황제는 10년에 한 번 너희들의 투표로 결정될 것이다. 오늘 새로운 제국의 황제를 선출하겠다. 너희 모두가 각자 황제로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신관의 이름을 적어서 신전에 제출하라. 그 가운데 최상위 다섯명으로 준 결선을, 그리고 마지막 두명으로 결선 투표를 치뤄서 황제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선거 운동도 없는 막무가내나 다름 없었지만, 엘프들은 순순히 따랐다.

‘신관으로 골랐으니, 충성심에 문제는 없겠지.’

신관은 여신에 대한 신앙심과 충성도가 높지 않으면 선택될 수 없었다. 동시에 신관으로 있는 이상, 신앙심과 충성도가 강제적으로 유지되는 특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배신하고 싶어도 배신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신관이었다.

황제의 선출은 그다지 어려움없이 진행되었다. 어차피 프레이야 여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제정일치 사회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인간을 지배하겠다는 여신의 선언이 가져온 파장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엘프들의 얼굴엔 불안감이 가득했다. 다만 이대로 가면 확실히 멸망한다는 위기의식을 모두가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희망을 갖게 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었다.

원기의 생각과 달리, 엘프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백세 남짓한 수명이 있었다. 다만, 인간의 수명이 극히 짧았다. 고작 40년 남짓했다. 평균 수명은 스물 정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열 셋 정도에 성인식을 마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40이 되기 전에 전쟁터에서 죽던가, 가족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었다.

서로를 믿지 못하니 잠도 편히 못자는 터라, 노화가 빨랐다.

‘딱 야만인과 현대인의 차이라고 보면 될려나. 엘프들은 완전히 웰빙족이니.’

프레이야의 가호를 받는 만큼, 곱게 늙는 탓에 나이에 비해서 상당히 젊어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노화는 존재하고 있었다.

미의 여신 프레이야의 신관은 모두 여성이었다. 그에 따라 선출된 황제 트리아 역시 여성이었다.

오십대의 나이지만, 삼십대로 보이는 기품있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 나이대의 여성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적으로 끌리지는 않았다.

‘소설이나 만화처럼 나이를 완전 초월한 건 아니군. 그저 조금 젊어보일 뿐이니.’

아직 십대 후반인 원기로서는 여황제와의 로맨스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의 눈에 너무나 아름다운 여성이 들어왔다.

바로 여제 트리아의 딸, 리디아였다. 엘프들은 보통 스물 다섯에 성인식을 올리고, 성인으로 간주되었다.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자, 파라미터가 드러났다. 여신 캐릭터 자체에는 스테이터스 창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신자들을 살펴볼 때는 스테이터스 창 자체가 떠올랐다. 일종의 심시티 같은 류의 게임과 비슷한 시스템이었다.

‘신앙심 충성심 모두 만땅이로군.’

아직 십대인 탓에 성인식을 올리지 않았다. 따라서 신관은 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 듯 했다.

“그대의 딸 리디아를 내 시녀로 쓰고 싶구나. 괜찮겠느냐?”

물론 여제도, 리디아도 거부할 리가 없었다. 엘프들에게 특히 충성심과 신앙심이 높은 이들에게 프레이야는 절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구로 데려가서 내 시녀로 쓰면 정말 끝내주겠군. 아, 그런데 누나한텐 뭐라고 하지?’

원기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치료와 시녀 겸 애첩(예정)인 리디아의 존재를 어떻게 누나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쉽지 않은 문제로군.’

“우선 생각해야 할 문제는 다크엘프들이로군. 트리아. 다크엘프 문제는 내게 맡기고, 넌 우선 제국의 정비에 집중하며 피해를 막는데만 최선을 다해라.”

현재 숲속에 숨어든 다크엘프는 약 일천, 최 정예인 젊은 전사들만으로 일천에 달하는 터라, 대처도 쉽지 않고 피해가 큰 상황이었다.

엘프 전사들은 약 이만에 달하지만, 거의 마을 민병대 수준이라, 다크엘프 전사들에 비하면 실전 경험도 없고, 훈련도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제국의 정비에는 군대의 양성 자체도 포함되어 있었다.

뜻대로 잘 풀린다면, 일만 정도의 정예 군을 키울 수 있을 터였다. 물론 그때까지 다크엘프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게임 캐릭터들을 이용해서 다크엘프들과 싸우는게 가장 현실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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