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언니. 언니는 엘프남 어떻게 생각해? 귀엽지 않아?”
“아, 그 여자애처럼 생긴 애들 말이지.”
희연과 연하 역시 엘프들에 대해 관심이 없지 않았고,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남자들에 호기심을 가졌기 때문에 미소녀처럼 보이는 것들이 실제로는 미소년이라는 사실을 원기나 수한보다 훨씬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지만, 좀더 적극적이고 활달한게 여성이고, 소심하고 수동적인 것이 남성이었다.
“응. 난 정말 귀여워 죽겠더라. 한마리 입양하고 싶어.”
“헤에, 네 취향은 그쪽이었니?”
“언니는 어때? 그렇게 귀엽고 연약하면 왠지 꼬시고 싶어지지 않아?”
연하의 물음에 희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난 약한 남자는 질색이야.”
“역시 그런가? 언니보다 강한 남자가 아니면 언니의 마음을 얻을 순 없는건가?”
“미쳤니? 난 약한 남자는 싫어. 하지만 나보다 강한 남자는 절대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
“에? 그건 좀 이상하네?”
“뭐가 이상하니? 당연한거지. 넌 출세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이 자기보다 윗사람을 모시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마찬가지야. 난 ‘내가’ 강해져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고 싶은거지. 나보다 강한 놈 곁에서 열등감느끼며 사는건 끔찍해.”
“으~음. 알 듯도 싶고 모를 듯도 싶고..그럼 왜 약한 남자가 싫은거야?”
“그거야 당연히, 나랑 사는 세계가 다르니까. 말이 통해야지. 사람이 동물과 소통하는게 가능하니? 넌 그 엘프하고 사귀게 되면 무슨 얘기 할래?”
“아, 그도 그런가. 그래도 꾸미고 같이 놀면 재밌을 것 같애. 메이드 복을 입혀본다던가.”
“난 그런 건 관심 없어.”
한희연은 딱 잘라서 말했다.
“그래? 그럼 원기 오빠는 어때? 너무 약해?”
살짝 능청스럽게 웃으며 연하가 희연을 놀리듯 물었다. 그녀가 보기에 원기와 희연은 꽤 많은 ‘소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얘는...무슨 소리를...”
살짝 얼굴을 붉히며 희연은 말을 돌렸다. 그녀는 지는 것을 못견디는 성격이라서, 지금의 검도가 그녀의 성격에 맞았다. 가벼운 갑옷을 입고 상대의 틈을 노리고 타이밍을 뺏어서 단숨에 목숨을 뺏는 검술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전국시대 무장처럼,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 호걸처럼 적진 한복판에 뛰어들어서 미친듯이 무용을 뽐내는 장수에 대한 동경도 지니고 있었다.
지기싫은 성격 때문에 검사를 택했지만, 동경 자체는 검사나 장수 모두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원기는 자신이 꿈꾸던 장수, 전사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망설임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차츰차츰 사소한 상처나 고통은 무시하고 동료를 지키고 잡졸을 유린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추기 시작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호흡도 잘 맞아가고 있었다.
‘왠지 로망이네.’
전장에서 보조를 맞추며 등을 맞대고 싸우는 것,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으...왠지 보기 좋은 듯 하면서도 짜증이 치밀어오르네. 밥이나 먹으러 가자.”
희연은 연하의 손에 이끌려서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해진다라. 내가 대체 왜 이런 걸 신경쓰지? 연애할 것도 아닌데. 이미 내게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자들이 널렸는데 말이지.”
원기는 왠지 모를 짜증스러움을 느꼈다. 그의 발은 자연스럽게 아래층으로 향했다.
아래층으로 가자, 생각밖으로 만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가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의 옷들을 입고 있었다. 척 봐도 상류층 사람들이라는 것을 숩게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되어 있었나?’
생각보다 호화스러운 로비가 자리잡고 있고, 종업원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한쪽에는 카페와 레스토랑까지 자리잡고 있었다.
“돈이 남아도는구나.”
원기는 저도 모르게 한탄일지 감탄을 내뱉었다. 조제성과 이미 이야기가 된 부분이었다.
병원 대신 미용 클럽으로 만들고 회원권을 판매하기로 되어 있었다. 입회비가 자그마치 백 억원, 월회비 일 억원이라는 미친 액수였다.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가입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목숨이 아까우면 가입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하에 구색맞추기로 시작한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미 아프지도 않은 사람만으로 미용클럽의 회원이 가득차 버렸다.
원인중 하나는 어처구니없게도 가격이었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 소위 상류층의 관심을 끈 것이었다. 제법 잘나가는 기업의 오너인 조제성이 외국의 전문가를 초빙해서 열었다고 하니, 사기는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미용 클럽 부지나 건물은 미드가르드에서 밀수한 금으로 마련한 것이라, 부지도 건물도 꽤 고가였다.
수천억 이상 들여서 벌인 공사에, 전문가라고는 딱 한사람, 그리고 백억이 넘는 입회금 때문에, 뭔가 있을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거액의 회비 때문에, 쉽게 아무나 발을 들일 수 없다는 것도 부자들에겐 매력이었다. 인맥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도 선호했다.
그리고 두번째 원인은 바로 미용에 있었다.
원기 자신도 치료를 받아보고 알게된 것이었지만, 화상으로 눈썹을 비롯해 머리카락이 전부 사라졌지만 치료와 동시에 머리카락과 눈썹이 모두 되돌아왔다.
게다가 더 무서운 것은 사고때 깨진 치아가 치료되었을 뿐만 아니라 덧니 투성이었던 치열이 치과 광고에 나오는 치열처럼 가지런하게 고쳐졌다는 사실이었다.
엘프가 왜 미인이 많은가, 그리고 왜 얼굴을 보고 구별하기 어려운가, 그리고 왜 노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가를 그제서야 눈치챌 수 있었다.
덧니, 턱관절의 부정교합, 새치, 대머리, 주근깨, 여드름 등등도 모두 여신이 치료해 주는 마법에 포함되어 있었다.
치열이 가지런해지고, 부자연스럽던 관절이나 근육이 제 자리를 찾고, 피부가 좋아지고 머리카락이 생생하게 다시 났다.
대머리가 치료되고, 치아가 다시나며, 피부가 팽팽해지고, 활력을 되찾았다. 회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초상류층의 사람들은 최대한 쉬쉬하면서도, 발빠르게 뒷 소문이 퍼져서 이미 예정된 회원 수를 다 채우고도 회원 가입 대기자가 수백이 넘었다.
한희연이나 유연하의 경우도 제법 미인이었지만, 지금은 엘프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한 미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한 역시 이십대의 미청년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나도 조금은 보기 좋아졌을까?’
개인의 특징은 사라지지 않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한 균형을 맞춰주는 프레이야의 신성력은 원기에게도 확실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일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보는 원기를 비롯해 본인들은 눈치를 쉽게 못채고 있었다.
“초기 회원인가? 윗층에서 내려오네.”
“예쁘게 생겼는데. 우리 아들도 저렇게 될려면 얼마나 걸릴까?”
성형 수술로 얻을 수 없는 위화감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미용 클럽으로 소문이 퍼져 있었다. 다만 초기 회원들의 상당수는 대머리 노인들이었다. 이미 대머리도 치료되었고, 나날이 젊고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래서 초기 회원들은 ‘나이들어 보이는’ 화장을 배워서 하고 다닌다고 했다.
최상층에 신전이 있기 때문일까, 이 건물과 주변 부지가 일종의 성역화가 되어 있었다. 피부로 확실하게 와닿지는 않지만, 부지 내에 있으면 활기가 넘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리디아의 미용(?)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시간에도 많은 회원들이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댈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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