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26화 (26/497)

26화 *마법과 이능

“저럴 수가.”

“너무 엄청나다.”

거대한 금색 삼두룡이 하늘을 날으며 허수아비에 번개를 떨구는 순간 사람들은 물론이고 엘프들까지도 당황했다.

소환술로 나타난 킹기돌이의 모습이 허상이라는 것은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환상이라고 아는 것 보다는, 진짜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허상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장수한이 바로 그 한사람이었다.

‘정말 멋진 생각인걸. 게다가 저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곧찔러는 땅위를 걸어다니는 놈이니 무리인가?’

문제는 없지 않았다. 신성 마법 자체가 소모하는 신성력이 너무 커서 남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위력은 괜찮은 편이지만 신성력은 에인페리아를 다섯 명은 만들고도 남을 신성력이 소모되었다.

신성 마법은 기본적으로 매개체인 신관 혹은 마법사를 통해서 구현되기 때문에 꽤 많은 수의 신관도 필요했다.

엘프 사제들 30명이 가담해서 약 삼십 분여의 의식 끝에 소환하는 것이 가능했다. 파괴력은 가히 절대적이어서, 광범위한 지역에 번개가 수십 발이 떨어졌다.

성역이 아니라면, 고위 신관이나 마법사 30명이 여러 시간 이상의 의식을 통해서 발현시킬 수 있을 터였다.

‘뭐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럭저럭 괜찮은데.’

일반 마법은 흔히 보는 판타지나 게임의 마법과는 상당히 달랐다. 아니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터였다. 아티팩트를 만들고 유지, 관리하는 것이 마법사들이었다. 물론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것도 신관, 성기사, 마법사 등 신의 힘을 구사할 수 있는 자들이었지만, 보통 이곳에서 마법사는 과학자 혹은 엔지니어와 비슷한 개념이었다.

공격 마법은 주로 마나를 뒤틀어서 상대방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보통 사람을 일격에 태워죽일 화력이나 전기 등의 힘은 인간 하나의 의지로 구현될만한 녹녹한 힘이 아니었다.

신의 축복을 통해서 초능력과 비슷한 힘을 일깨운 자들이라면 그와 맞먹는 힘을 사용가능했다. 그래서 보통 판타지에 나올 듯한 위력을 가진 수법은 '이능'이라고 불리웠다.

반면 신과의 계약을 통해서 개인의 자질과 상관없이 신성력을 사용하는 자들은 마법진을 이용해서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상대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방어구나 악세사리에 마법진을 장착해서 적의 공격을 막는 실드 등을 만드는 것도 마법사의 능력 중 하나였다.

이능은 영혼으로 마법은 육신으로 사용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장수한의 게임 캐릭터인 네로는 마법사였지만 이쪽 세상의 마법진을 발동시킬 수는 없었다. 육체 자체가 신성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게임 캐릭터가 사용하는 마법은 사정거리가 극도로 짧았다. 보통 마법은 15미터에서 30미터를 날아가고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쪽 세계에서는 짧은 주문을 이용해서 불꽃이나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자체가 이능이나 신성마법을 통해서만 가능한 능력이었고 이능이라고 해도 난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HP를 지니지 않은 이들에게 효과는 없었지만 연출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적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장수한은 화염병을 챙겨왔다. 그리고 그가 파이어볼을 사용하는 사이에 엘프들에게 화염병을 던져서 맞추도록 시켰다.

엘프들의 궁술 솜씨가 대단한만큼, 화염병을 타이밍맞게 명중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마법사를 활용하기로 했다.

“선생니, 아니 형은 무슨 캐릭으로 할 생각인가요?”

최근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만나다보니,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생각보다 간단히 입에 붙어버렸다.

“글쎄다. 본래 이런 파티엔 사제가 왕도인데, 막상 힐러가 그다지 쓸모가 없으니 좀 고민이 되네.”

게임에서는 HP가 바닥이 날 때까지 죽지 않는다. 팔, 다리가 잘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미드가르드에서는 팔을 맞으면 팔이 잘리고, 목이 잘리면 즉사한다.

화살이 날아오면, 그래픽 효과만이 아니라 화살이 몸통에 박혀서 치료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죽으면, 육신이 사라지고 부활 조건을 갖추면 리젠, 곧 재창조되기 때문에 팔이 잘리건, 심장에 말뚝이 박히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몸통에 화살이 박힌 상태에서 치료 마법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팔이 잘린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전투가 끝난 후, 화살이나 칼날을 뽑아내고, 팔 다리를 접합한 상태에서 치료마법을 사용해야 회복이 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포션으로 치료를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죽음 직전의 동료를 일순간에 삐까삐까한 신품으로 만들어주는 힐러의 매력이 극감하는 것이었다.

일주일 이상 로그 아웃을 할 수 없는만큼, 캐릭터를 갈아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단, 마법사를 사용하는 수 밖에 없지. 궁수인 연하가 있으면 괜찮을거야.”

“오늘도 한번 듀얼이나 달려 볼까요? 원기오빠?”

원기는 등뒤에서 들려온 소녀의 목소리에 찔끔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검을 든 한희연의 모습이 있었다.

“넌 너무 사람 써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레벨이 10이나 차이나면서 왠 약한 소리예요? 덩치가 아깝지도 않아요?”

한희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원기는 살짝 식은 땀을 흘렸지만, 체념하고 거대한 쌍검을 들었다.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원기는 희연과 같은 고2가 되었다. 사고 이후에 학교를 1년 이상 안다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휴학했다는 사실을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원기는 한희연에게 말을 놓으라고 했지만 그녀는 굳이 말을 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전보다 편하게 대하는 것은 틀림없었다.

‘가까워진 건지, 얕잡혀 보이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벨 10의 차이는 적지 않았다. 무술을 익히는데는 기술을 익히는 시간보다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시간이 더 비중도 크고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등빨 좋은 전사 캐릭터는 그만큼 유리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PK와 달리 결투에선 사망 판정이 뜨더라고 단순히 승패만 갈릴 뿐 불이익은 없었다.

“좋아. 고렙의 위엄을 보여주지.”

원기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희연에게 썰릴 각오를 했다. 그녀는 발키리가 대번에 찾아낼 정도로 뛰어난 검의 천재였기 때문이었다. 그저 재능만 가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능을 갈고 닦아서 완성된 상태였다.

하지만 수한의 말대로 원기에게도 조건은 나쁘지만은 않았다.

고통에 익숙하고 고통을 극복해낸 경험이 그에게는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마음을 버리고 그는 고통과 직면하기 시작했다.

"저놈을 보면 삼국지의 관우가 화타의 수술을 마취없이 받았다는게 이해가 가니. 거 참."

정작 조언을 해준 장수한이 원기의 강인함에 놀라고 있었다. 희연 역시 원기의 그런 면을 내심 인정하고 있었다. 고통을 알고 그것을 뛰어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고, 원기의 성장 가능성은 대단히 커졌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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