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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9화 (29/497)

29화 *왕성 건설 계획

“비밀이야. 그게 컨셉이라고 하더군, 직접 마주친 적이 없어서 난 뭐라고 말할 수 없네.”

원기는 웃으면서 말했다. 자신과 직접 마주친 적은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에이. 실망인데. 겨우 그 수준이라니. 그럼 잘 놀다 와라. 찬균아. 오늘은 같이 게임이나 하자. 우린 여자친구 안생기나.”

“글쎄다. 우리가 걷는 가시밭길을 함께해 줄 여자가 있으려나. 마법소녀물 좋아하는 여고생은 본 적이 없어서. 왜 마법소녀 좋아하던 여자애들이 자라면 BL로 빠지는지 이해가 안가.”

호철은 밀리터리 겸 로봇 매니아였고, 찬균은 마법소녀물 매니아였다. 찬균의 경우엔 매니악하게도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세라문 이전의 마법소녀물 광팬이었다.

“넌 여자친구가 마법 소녀물을 좋아하길 원하는거냐? 마법 소녀이길 원하는거냐?”

“글쎄. 둘 다 여자친구하면 안될까?”

“둘 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건 틀림없어.”

“이자식, 여자친구 있다고 악담을.”

“이봐. 둘 다 여자친구일리 없지. 게다가 둘과 함께 있는게 편하겠냐?”

원기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희연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음. 그것도 그러네. 유패드4 가져가냐? 그라운드 비디오로 마법 소녀물 쏴줄께. 그리고 야동도 좀 보내줄까?”

“일하는데 바빠서 그런건 가져가면 눈총받아. 나중에 돌아오면 보자. 마법 소녀물 말고.”

그때 원기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가락이 있었다. 한희연이었다.

“왠만하면 빨리 준비하고 나와줘요. 그리고 친구좀 가려사귀면걸 추천하겠어요.”

원기는 살짝 식은 땀을 흘렸다. 조금 전의 대화를 들은 듯했다. 찬균과 호철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건 사실이었다. 그녀는 평소의 쿨함보다 두배는 냉기를 내뿜으며 성큼성큼 걸어서 사라졌다.

“좋겠네. 얼음 여왕님이 여제로 업글되셨어.”

“전투력 상승이다. 변신만 하실 줄 알면 더 좋겠는데.”

놀리는 호철과 찬균을 뒤로 하고, 원기는 머리를 긁으면서 따라 나섰다. 그리고 학교에 도착한 리무진에 타자, 그 안에는 조제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음. 세스룸니르를 개조하기 위한 설계가 완성되었네. 다만 문제가 좀 있군.”

프레이야의 궁전인 세스룸니르는 실제로는 조금 큰 신전에 지나지 않았다. 요새 겸 왕궁으로 만들기 위해선 아예 새롭게 지어야 했다.

하지만 대규모 왕성을 짓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때문에 조제성은 대외적으로는 유원지 건설을 발표했다. 유명 대기업들이 유원지 하나씩은 갖고 있는 만큼, 유원지 건설은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었다.

판타지 월드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유원지 설립 회사를 세운 상태였다.

그리고 그 회사에 역사적 건축물에 박식한 설계사들을 불러들여서, 현대 기술로 판타지에 있을 법한 성을 빠르게 건설할 수 있도록 설계도를 만들게 했다.

실제로 중세에서 벌어질 만한 공성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세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유명한 성을 모두 참고해서 만들게 했다.

아름다우면서도 완벽한 방어력이 나올 수 있는 성곽을 설계하도록 했고, 설계사들은 묘한 컨셉이라 어색하게 여기면서도 실존하는 여러 성들과 기록상의 성들을 모두 연구해서 멋지고 거대하고 강력한 성채의 설계를 마친 상태였다.

시대 변화에 따라서 대포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까지 고려한 설계였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장수한도 개입해서, 현대 병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시켜놓았다.

‘이런 곳에는 호철이 녀석도 쓸모 있을지 모르지. 밀덕이니. 하긴 전문가들만은 못할려나.’

“문제는 뭡니까?”

“구조물들 가운데 상당수가 꽤 크고 무거워서 인력으로는 설치가 불가능합니다. 건설 장비가 동원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의 문제는 쉽지 않군요.”

원기가 가장 꺼리는 문제는 문명침식과 문화오염이었다. 현대 문물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스텔스 전투기 같은 경우엔 그 겉모양 자체가 엄청난 기술과 시행착오의 집대성인 것이다.

포크레인을 비롯해서 크레인 등이 실제 투입된다면, 그것을 보는 것 만으로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었다. 건설 기간이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려웠다.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은 없을까요?”

“대체하는 물건이라지만, 거중기 같은 것도 문명침식을 일으킵니다. 아니, 그게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지요. 포크레인을 보고 재현할 수는 없겠지만, 거중기는 그대로 재현 가능하니 말이지요.”

조제성의 말대로였다. 원시시대에 검이나 활, 석궁 같은 것이 떨어져있다면, 그것은 원시인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겠지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 떨어져 있다면 큰 영향을 줄 수는 없다.

설사 사용할 수 있다해도 분해해서 다시 만들 수도 없고, 원리조차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중장비의 투입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그 모양 자체가 제가 생각하기엔 위험 요소인데. 차라리 몬스터로 위장한다면 모를까.”

예전에 본 만화인지 애니 중에 중장비를 이용해서 괴물 흉내를 내는 것이 있었다.

“몬스터로 위장한다라,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듯 싶군요. 신화속에 등장하는 몬스터로 위장한 중장비라. 전쟁에 써도 될 듯 싶군요.”

조제성이 원기보다 더 필사적이었다. 세스룸니르 주변에 다크엘프들이 얼씬거린다는 사실 자체가 그에겐 꽤 큰 스트레스였던 것 같았다. 물론 원기 역시 불안하긴 했지만, 생명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을 그곳에 둔 것은 아니었다.

‘후. 나도 누나에게 들렸다 갈까.’

모델일 때문에 합숙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를 대긴 했지만, 좀 더 함께하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을지도 몰랐다.

“이런게 들어가면 어떨까요?”

제성이 보인 것은 인터넷 상에 올라온 사슴벌레처럼 생긴 육족 보행 차량이었다. 여섯개의 다리로 걸어다니면서 나무를 자르는 등 삼림을 관리하는 물건이었다. 움직임은 좀 시원치 않았지만, 확실히 다리로 걷는 물건이라서 캐터필러로 움직이는 중장비보다는 그럴 듯 해보였다.

“이런 종류의 장비라면, 위장만 잘하면 괜찮겠네요.”

“음, 이런 종류의 차량을 개발하는 회사라면, 그다지 크지 않으니 구입도 가능할 겁니다. 거미나 딱정벌레 형태로 만들고 위장 껍질만 잘 씌운다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예. 한 번 여신님께 말씀드려 보세요. 제 생각엔 괜찮을 것 같네요.”

원기의 말에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원기가 긍정적으로 답변을 한 것은 여신의 허가가 떨어진 것이라고 받아들여도 무방하다는 것은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원기는 이 허가가, 그가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를 불러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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