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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0화 (30/497)

30화 *수인화

“몬스터들도 다시 한번 점검해 봐. 장비랑 맞지 않을 수 있으니까.”

장수한의 말에, 원기와 희연, 그리고 연하는 몬스터들을 소환했다. 원기가 선택한 몬스터는 은호, 실버 타이거였다. 탑승 가능, 전투 가능, 합체 가능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었다.

백병 타입의 실버 타이거는 합체할 경우, 힘과 민첩 상승 방어력 상승이라는 특성이 있었다. 그리고 합체 타입은 수인화였다. 갑옷화나 거대화 같은 합체 타입의 몬스터도 있긴 하지만, 갑옷이라는게 방어력이나 공격력 판정이 없는 현세에선 사용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본체의 능력을 증폭시켜 주는 수인화를 선택한 것이기도 했다. 게임 상에서는 스탯만이 능력을 좌우하지만, 수인화된 우락부락한 몸이 현실에서는 스탯 이상의 힘으로 반영되었다.

원기가 합체를 선택하자, 가뜩이나 거구인 원기의 몸이 더 부풀어 올랐다. 특히 상체가 거대해지면서 손에서 발톱이 뻗어 나왔다. 검을 쥘 수는 있지만, 검보다는 맨손으로 공격하는게 더 효과가 좋을 정도였다.

수인화의 지속 시간은 3분, 그리고 쿨타임은 한 시간이었다.

“갑옷에 별 문제는 없군요. 꼬리도 제대로 잘 나왔고.”

게임용 갑옷은 변신에 맞춰서 신축성이 자유자재지만, 보강한 장갑판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한번이라도 죽으면 보강한 장갑판들이 무기와 함께 적들 손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면에선 맨손 격투가 가능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쪽은 별 문제 없어요.”

희연이 선택한 몬스터는 불여우, 파이어 폭스였다. 파이어 폭스는 민첩성 향상에 불공격이 가능한 합체 효과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 캐릭터의 경우 합체하면 수인화가 이루어지지만, 여자 캐릭터는 수인화라기보다는 그저 귀하고 꼬리만 생겨나는게 일반적이었다. 장수한과 박원기는 한희연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큼직한 고양이 귀와 같은 여우귀와 장갑처럼 피부색깔만 바뀐 손(아마 발도 바뀌었을 것이다.), 그리고 큼직하고 탐스러운 꼬리는 사실 보기 좋았기 때문이었다.

여성 캐릭터는 수인화 대신, 능력 반영과 신체 일부만 악세사리처럼 반영되는게 블러드 라인의 특징이랄까, 방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수인화의 지속시간은 5분, 쿨타임은 한시간이었다.

수인화의 능력 상승은 민첩성 상승에, 쿨타임 30초의 여우불 공격이 가능했다. 실버 타이거에 비하면 지속 시간이 길지만 기본 능력치 향상폭이 작고, 화염계 공격을 몇가지 쓸 수 있다는 특성이 있었다.

물론 데미지 자체는 줄 수 없지만, 눈속임의 효과는 작지 않았다.

상대의 눈을 가리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었다.

유연하가 부른 몬스터는 그리폰,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갖고 사자의 몸통을 지닌 동물이었다. 합체하면서 나타난 것은 날개였다. 천사의 날개와는 좀 거리가 먼, 힘있어 보이는 늠름한 날개였다.

수인화의 특성은 비행능력으로 지속시간 3분, 쿨타임은 한시간이었다. 고공에서 추락할 시 데미지를 받지않는다는 특성이 추가되어 있었다.

게임 상에서는 상당히 미묘한 능력이었다. 타게팅이 안되면 화살을 쏠 수 없기때문에 일정 높이이상 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잠깐이지만 비행하면서 전장을 살피고, 하늘 위에서 저격이 가능한 것이었다.

두터운 장갑판으로 도배한 힘캐릭 원기를 제외하면 변신에 의한 영향도 작고, 추가 장갑도 적은 그녀들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장수한의 몹은 파이어 버드로 합체하면 잠시 비행하며 불을 쏠 수 있었다. 마법사라서 전장을 탈출하는데 쓸 용도로 고른 것이었다.

수인화가 아닌 불의 갑옷과 날개가 생기는 형태였다. 미드가르드의 모든 장비들이 불타버리는 문제가 있지만, 마법사 캐릭의 경우 게임용 장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았다.

“그럼 해도 지고 하니, 슬슬 시작해 볼까.”

장수한의 사인과 함께 유연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숲의 어둠에 익숙한 엘프들의 시각은 다크엘프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굳이 어둠을 선택한 이유는 양동작전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조심해요. 선생님. 연하야.”

“너희가 더 문제지. 원기 너도 정신 잘 차리고. 희연이 몸빵 잘해줘야 한다.”

“맡겨 주세요.”

원기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지만, 손이 떨리는 것을 억누르기는 힘들었다. 긴장감과 함께 심장이 크게 뛰고 있었다.

장수한과 유연하는 엘프 궁수 부대와 함께 동쪽 출구에서 적과 교전을 벌이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한희연과 박원기는 서쪽 출구를 통해서 뛰어나가 다크엘프들과 교전을 벌이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비밀 통로를 통해서 마법사와 엘프 레인저들이 탈출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결코 죽지않는 게임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긴장감은 대단했다. 죽지만 않을뿐, 재시도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엘프 궁수들과 마법사, 엘프 레인저들의 희생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적들은 서문에 집중되어 있다고 했지.’

다크엘프들의 본진은 서문 쪽에 있었다. 그리고 백명 단위의 정찰부대가 각각 세 방향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희연과 장수한이 주도하는 궁수 부대가 동문 부대를 궤멸시키려는 의도를 보인다면, 서문쪽 부대가 움직이게 될 터였다. 그리고 그 후미를 두 사람이 뚫고 나가려는 듯이 보인다면, 상대는 혼란을 보일 터였다.

발키리로 살려낼 수 있는 숫자는 고작 세 명이었다.

마법사와 동반해서 움직이는 엘프 레인저의 수는 열 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프레이야에게 자신들을 되살리지 말 것을 청원한 이들이기도 했다. 한계에 가까운 신성력을 자신들보다는 엘프 전체를 위해서 써달라는 것이 그들의 청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는 것이 원기였다.

“수한 선생님이 그랬지요? 장수는 희생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해요. 조금은 긴장을 푸세요. 너무 굳어있으면 곤란해요.”

“무슨 소리야. 엘프 미녀 열 명을 죽게 내버려 둘 사내가 있겠어? 꼭 살려야지. 하렘은 남자들의 꿈이라고. 특히 중고딩의.”

“참 훌륭한 꿈이시로군요.”

한희연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살짝 흘겨보고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원기는 조금은 어깨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반드시 살릴 순 없지만, 가능하면 살려야 한다.

강박관념에서, 열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런 열망은 몸을 경직시키기보다는 마음 안쪽부터 시작해서 온몸을 뜨겁게 만들어 주었다.

갑자기 동쪽에서 폭음과 함께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어둡고 조용한 숲속인 만큼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숲속에서 바삭 바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움직임이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원기는 한희연의 침착한 얼굴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확실히 신뢰할만한 존재였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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