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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48화 (48/497)

48화

‘흠, 이건 달라진 거로군.’

여신의 캐릭터를 사용해서, 현실 세상으로 오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원기는 자신의 육체를 여신의 눈으로 보았다.

그러자, 알고싶은 내용들이 떠올랐다. 캐릭터창처럼 일관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때 그때 알고 싶은 내용이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방식이었다.

신앙심 0, 충성심 max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다.

백분율을 떠올리자 100으로 바뀌어 보였고, 랭크 단위를 떠올리자 S랭크가 떠올랐다.

그리고 선명하고 또렷한 느낌으로(마치 붉은 글자로 보인 것처럼) 고통을 극복해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머리속에 들어왔다.

‘페인 마스터로군.’

원기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원기의 모습에 붉은 글씨로 페인 마스터라고 겹쳐 보였다.

‘게임 스테이터스 창처럼 보여주는게 편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자, 곧 누워있는 그의 모습 위로 푸른색 스테이터스 창 형식으로 글씨가 나타났다. 그리고 붉은 글씨로 된 페인 마스터가 마지막 창에 나타났다.

그는 곧 발걸음을 옮겼다. 연무장에서 활을 쏘는 연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붉은 색 물음표가 떠 있었다. 그 물음표를 주시하자, 자연스럽게 물음표에 해당하는 능력이 떠올랐다.

‘바람을 읽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예측능력이라, 애매하네. 그냥 바람읽기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물음표는 바람읽기로 변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한쪽에서 검을 휘두르는 희연을 향했다. 그녀가 눈 뜬 잠재능력들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녀의 창에 어두운 색의 붉은 물음표가 5개가 줄줄이 떠 있었다.

‘에? 다섯개나 되나?’

하지만, 그 물음표를 주시해도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군, 아직 각성 못한건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어둡고 붉은 물음표들은 일제히 미각성이라는 이름으로 대체 되었다.

‘괴물.’

원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혀를 찼다. 요즘들어 원기는 페인 마스터의 능력에 각성하면서 스스로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았고 꽤 담대해진 느낌이었다. 희연과의 차이도 꽤 좁혀졌다고 생각했는데, 충격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녀는 아무 능력도 아직 각성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각성한 능력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료실에서 컴퓨터를 보는 장수한을 보자, 그의 능력이 눈에 들어왔다.

‘엘프를 사랑하는 만큼, 엘프에게 사랑받는 능력이라. 엘프사랑?’

곧 그의 능력창은 붉은 색 엘프사랑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음, 잠재 능력은 없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그의 스테이터스 창에 희미하게 미각성이라는 글씨가 아랫쪽에서 깜빡였다. 점진적으로 다수 각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잠재력을 증폭시켜 주는 건가.’

각성할만큼 성장하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는지는 모르지만, 추가로 각성할 가능성이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제성 사장의 경우엔 각성한 능력이 전혀 없었다. 각성을 기다리는 능력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흠. 제겐 그런 능력이 안보입니까? 그건 좀 실망이군요. 하지만 그 능력에 대한 감이 옵니다.”

“예?”

“이것은 제 추측입니다만, 주특기와 염원일 겁니다.”

“주특기와 염원?”

“예. 연하양은 화살을 쏴본 사람이니, 바람을 느낄 줄 알겁니다. 그리고 보다 확실하게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요. 반면 화살을 쏴본 일이 없는 저나 수한군은 바람 따윈 신경써 본 적도 없고, 바람에 대한 관심도 작아집니다. 그 분야에 익숙한 사람만이 더 큰 욕심을 갖게 됩니다. 직구에 대한 선구안이 좋은 타자는 변화구에 대한 선구안도 좋아지기를 바라는 법이지요. 일단 자기가 부족한 곳을 알아야, 더 유능해지는 법입니다.”

“그런가요. 그럼 그 깡패 녀석은...”

“여신님 입에서 깡패 녀석이란 표현은 안어울립니다. 삼가해 주시는 편이 좋을 듯 싶군요. 일단 신근호라는 친구 역시 남의 분위기나 능력을 알아보는 능력이 원래 출중한 녀석이었습니다만, 실력을 감춘 고수를 만나서 크게 당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마 실력을 감춘 사람에게서도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생겼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투명인간 소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녀는 사생아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금전적으로는 유복하게 살 수 있게 해줬지만, 이복형제들이 꽤 심하게 괴롭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남들 눈에 잘 안띠는 곳에 숨는게 특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투명인간의 능력이 있다는 사실도 깨달은 거지요.”

자신이 숨은 곳으로 다가오는 잔인한 이복 언니가 자신을 못보기를 간절히 바랐고, 실제로 그녀가 자신을 못봤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그 능력을 살려서 도둑질을 한 것이었다.

“그럼, 그녀는 어떻게 하지요? 동료로 삼는게 좋을까요?”

“죄송합니다만, 그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안타깝지만 그녀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서, 도덕성 자체가 좀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딱히 그녀가 미련을 두는 존재도 없습니다. CCTV나 기계장치에 무력한 만큼, 그녀를 감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받아 들일까요?”

“충분히 받아들일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녀의 약점을 잡고 있는 것 만큼은 사실이니까요.”

“그럼, 신근호?라는 분은 어떻게 됩니까?”

“밑바닥 인생인만큼, 리스크는 있습니다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리있고 처세술이 능한 친구라고 합니다. 교섭해 볼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공권력을 증오하거나 두려워하는 친구가 아니라는 점은 꽤 높이 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조제성이 조사해 본 바로는 꽤 특이한 친구였다. 일단 적은 적었고, 친구는 많았다. 밑바닥 인생이긴 하지만, 처세술이 극히 뛰어나서 경찰이나 매장 주인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나이가 좀 들었으면서도 조직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양아치들이긴 하지만 독자적으로 패를 이끌고 있는것도 그의 재간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조제성에게는 중요한 점으로 다가왔다.

굴베이그 왕국은 정직한 엘프들이 아닌, 비겁하고 야만적인 인간들의 세상이기 때문이었다. 손에 넣어볼 만한 카드임에 분명했다.

“학교 내에서 특수 능력에 눈을 뜨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골치가 아플 것 같군요.”

“일단, 저와 수한의 분석으로는 그다지 많지 않을 거라고 추측됩니다. 특기와 욕망, 염원을 갖기에는 너무 부족한게 없는 녀석들이지요. 물론 취미에 몰두한다면, 엘프사랑 같은 능력에 눈을 뜰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조제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한이 눈 뜬 능력이 코믹했기 때문이었다. 원기도 피식 웃었다.

“방법 중 하나는 여신님께서 그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볼 시간을 가지시면 됩니다. 적당한 과목을 골라서 일주일에 한시간씩 가르쳐 보시는 건 어떨까요? 현재 1, 2학년 두학급식 토탈 4학급이니 4시간 정도면 됩니다.”

“글쎄요. 제가 가르칠 수 있는건...”

“교양 차원으로 불어를 가르쳐 보시는건 어떻겠습니까? 미드가르드어와 그리 큰 차이는 없습니다. 재능있는 자들을 발굴해서 데려갈 수 있다면, 시간을 할애해 볼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원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듯도 싶었다.

‘여차하면 자습이나 시키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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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호는 조제성의 예상대로 철저하게 고분고분한 자세를 유지했다. 뛰어난 판단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녀석, 장사를 하는 편이 좋았을 것 같은데.’

“이봐, 나가들 보게.”

조제성이 손짓을 하자, 보디가드들이 방에서 나갔다. 작은 심문실과도 같은 방에 두 사람만 남았다.

“저, 무슨 일이십니까? 전 아는 것도 별로 없는 송사리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혹시 뭔가 필요한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래. 있지. 자네가 필요할 것 같아.”

신근호는 그 순간 머릿속이 바빠졌다. 눈알이 쉴새없이 굴렀다. 필요하다가 아닌 필요할 것 같다라는 말은 탈출구와도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조제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전에도 무서운 기세로 성장한 회사였지만, 최근의 성장세는 아주 무서울 정도였다.

적당한 벼락부자는 폭력 조직의 밥이지만, 거대한 자본 앞에는 폭력 따위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흠, 자네 머릿속이 꽤 복잡한 것 같군. 걱정할 필요 없어. 자네에게는 좋은 이야기니까.”

그 순간 신근호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말 중  가장 못믿을 말이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없다는게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우선 이곳에 있는건 자네와 나 둘 뿐은 아니라네.”

“예? 누가 보고 듣고있는 겁니까?”

순간적으로 신근호에게 ‘흑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었다.

“자네 말이야. 가족 사랑이 극진하더군.”

“그게 그다지...”

“후후. 우리가 가족을 인질로 삼을까 걱정하는 건가? 그런 놈이 뭐하러 양아치 짓을 한거지?”

“먹고 살게 없어서 그렇습니다. 먹고 살 걱정만 없었다면...”

“일단 가족을 인질로 하는 것은 맞네. 나도 사실 가족을 인질로 잡힌 셈이지.”

“예? 그런 엄청난...!”

“아, 세상엔 그들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네만...아, 그러고보니 죽긴 죽었군. 하지만 그들은 멀쩡히 살아있다네.”

조제성의 말에 신근호는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내 윗분이 그들을 살려주셨다네. 그래서 난 그분께 충성을 바치고 있지. 그리고 자네에게도 그런 특전이 주어질 수 있지. 자네 동생 말이야. 그 놈이 살아날 수도 있지.”

“예? 그게 정말 가능합니까? 어떤 병원이라도 그건 불가능하다고.”

그의 동생 신원호는 갱들간의 싸움에서 잘못 맞아서 식물인간이 된 상태였다. 대뇌가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어서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당연하지. 병원에선 불가능해. 하지만 가능한 분이 있지. 이봐. 불좀 줘봐.”

조제성이 담배를 입에 물면서 말했다. 신근호는 자신에게 말한 것인가 싶어서 주머니를 뒤졌지만 모든 소지품은 압수당한 상태였다.

“자네에게 말한 거 아냐. 야. 모습을 보여.”

그 순간, 조제성의 옆에서 갑옷을 입은 아름다운 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는 뒷쪽 테이블에서 라이타를 집어서 그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처, 천사?”

그녀는 선명하면서도 뒷쪽 배경이 비춰보이는 반투명한 존재였다. 조제성과 장수한이 원기의 정체를 알고 난 다음부터, 원기는 그들에게 붙어있는 발키리에 대해서 명령권을 넘겨준 상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조제성이 평소에 반말을 쓰거나 사소한 일에 부려먹거나 하진 않았다.

“발키리라고 하지. 용감하게 죽은 자의 영혼을 여신께 데리고 가는 존재지. 내 감시역 겸, 혹시 내가 죽을 때 날 지켜주기 위해서 여신께서 붙여주신 것이라네.”

“여신이요?”

신근호는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반문했다.

“이제부터 본제로 들어가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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