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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52화 (52/497)

52화

“좋지 않은 보고가 있습니다.”

긴급 상황 회의가 열리자, 트리아 여제가 입을 열었다.

“티르의 에인페리아들이 침입해서, 엘프 수송대를 습격했습니다. 그리고 20명의 수송대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빌어먹을!”

조제성이 테이블을 두들겼다. 엘프사랑의 소유자인 장수한 이상으로 분노한 것은 엘프 수송대야말로 그가 지휘하고 교육한 개혁의 첨병이었기 때문이었다.

동행한 발키리가 없었기 때문에, 단 한 명도 되살릴 수 없었다. 원기로서도 신성력이 남는다면, 발키리의 숫자를 늘이고 싶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신성력은 바닥에 가까웠다.

신자들이 늘어난 덕분에, 신으로서의 격이 상승했다고 하지만 그만큼 소모량도 늘어난 탓이었다. 거울을 이용한 게이트는 신성력의 소모가 적다고는 하지만, 유지하는 시간동안 신성력이 소모되는 특성이 있었다.

인간이 드나들 때는 짧은 시간이 걸리지만, 대량의 식량을 들여오는 동안은 계속 열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신성력이 모일 틈이 없었다.

게임으로 말하자면 최대 mp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mp는 바닥인 상태나 다름없었다.

“적 에인페리어의 숫자는 몇명이나 되지요?”

원기는 급히 온 탓에, 여신으로 참석하지 않고 맨몸으로 참석했다. 그리고 희연을 비롯해 다수가 참석한 만큼 정중하게 물었다.

“확인된 것만 세 명입니다.”

에인페리아 세 명이라면, 적다면 적지만, 막아내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인간이 살 수 있는 성역의 성력이 1이라고 한다면, 2 이상의 성역에서는 발키리들이 모든 적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인페리어들은 발키리를 동반하기 때문에, 발키리의 탐지망에 쉽게 걸려들지 않았다. 성역 랭크에 따라서 발키리들의 능력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적어도 3 이상의 랭크를 가진 성역이 아니면 에인페리어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형님. 블러드 라인의 구입은 어찌 되었지요? 패치한다면 능력이 상승되지 않을까요?”

“그게, 구입은 끝났습니다만...”

조제성은 장수한의 질문에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

“무슨 일이지요? 구입이 끝났으면 우리가 마음대로 개조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

원기도 묻자, 조제성은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현재 쓸만한 프로그래머들을 구해서 투입한 상태입니다만, 패치업이 불가능할 거라고 합니다.”

“예?”

“게임이 오래되면서 초기 개발자들은 잘린지 오래되었고, 여러차례 개발자들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력있는 이들은 신규 게임 개발에 투입되고, 2진급이 주먹구구식으로 밸런스 패치를 해온 듯 합니다. 그것도 몇차례씩이나 물갈이가 된데다가, 초기 개발자료 외에는 따로 데이터도 정리하지 않은 듯 하더군요. 게다가 오성 그룹에서 개발한 초기 서버라, 기계 자체의 특성이랄까 버그가 있는데 그걸 대충 우회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상위 서버에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아예 새로 만드는게 훨씬 시간도 적게 걸릴 정도라고 합니다. 덕택에 2년 전부터는 버그 패치도 포기한 상태에서 그냥 서버 유지만 해왔다고 합니다.”

“하긴 패치 안된다고 다들 떠났지.”

장수한이 쓴 웃음을 지었다. 개발자가 수차례 바뀌어 누더기가 된 게임은,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단, 만렙 캐릭터를 생성할 수는 있지만, 스킬이나 성장은 퀘스트를 통해서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서,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신근호군의 경우엔 만렙 마법사 캐릭을 이용해서 어학 공부를 시키고 있습니다만...”

암흑가 관리와 정보 수집을 위해 끌어들인 신근호는 팔자에도 없던 어학 공부에 정진하고 있었다. 스킬도 없고, 캐릭터 성장도 제대로 안된 레벨뿐인 캐릭터지만 지력 수치가 최대로 되어 있어서, 공부에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 개선은 쉽지 않은가요?”

“일단, 몹의 인공지능은 프로그램이 따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걸 개선하면, 펫의 활용도가 높아질거라고 합니다. 다만, 그 경우 몹들 전체의 인공지능이 향상되어서, 레벨 업은 쉽지 않을거라고 합니다. 전투 훈련에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르지요. 일단 손을 댈 수 있는 곳은 이곳저곳 찾아보고 있습니다만, 조금만 건드려도 서버가 다운되는 터라서, 상황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기 역시 다른 게임으로 발키리를 보내 봤지만, 도착한 경우는 없었다. 운명이라는 게임과 연결된 경우이기 때문에 블러드 라인에 발키리가 도착한 것인지도 몰랐다.

조제성이 블러드 라인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것도, 게임 제작사가 블러드 라인 2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블러드 라인 2는 알파 테스트를 한창 진행중이었다.

2라고는 해도, 1과 모양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봐야 할 터였다. 2와 연동하는 운명도 새롭게 개발될거라고 하지만, 그것 역시 원기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럼, 에인페리아를 상대하는데는 큰 변화가 없겠군요.”

“저희가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에인페리어 후보자들이 굴베이그 왕국에 존재합니다. 성기사단, 홀리 나이츠라고 합니다. 30명의 굴베이그에서 가장 뛰어난 기사들이라고 합니다.”

“전에 싸운 티르의 기사단과 비교하면 어느정도나 강하지요?”

“조금 더 낫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기는 그 말에 기대를 접었다. 원기에게 학살당한 티르의 기사단보다 조금 강한 수준이라면, 에인페리어들을 당해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현재 투입이 가능한 전력이라면, 원기와 희연, 연하, 그리고 장수한 정도였다. 희연은 상성의 영향은 있겠지만, 에인페리어를 능가하는 능력이 있었고, 원기와 희연은 상성에 따라서 에인페리어와 싸워볼 만 했다. 그리고 장수한은 아직 미지수였다.

그가 가진 만렙 캐릭터가 다수 있는데다가, 게임 시스템을 완전 숙지한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누구보다 더 활약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럼, 에인페리아는 계약자들을 중심으로 한 부대로 상대하기로 하지요.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프로젝트 펜릴의 발동을 제안합니다.”

조제성은 원기와 함께 비밀리에 논의해 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프로젝트 펜릴? 펜릴 왕국 이야기입니까?”

미드가르드 대륙의 최 북방을 지배하는 국가가 거인족의 일원인 펜릴이 다스리는 왕국이었다. 오딘의 숨통을 끊었다고 일컬어지는 용맹함의 대명사이기도 하고, 수인족들의 지배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동방에 존재하는 것이 굴베이그 왕국, 남방에 존재하는 것이 아스 신족의 티르 왕국이었다.

이미 몇 차례 사신을 보내서 조공을 바칠 것을 강요한 바 있었다. 거인족과 반 신족은 직접 마찰을 일으킨 적이 없어서, 굴베이그 왕국은 조공을 바쳐온 관계였다.

다만, 조공의 부담이 꽤 무거웠던 관계로, 굴베이그 왕국의 몰락에 펜릴왕국의 영향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조공을 바치는 것을 말씀하시는지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트리아 여제는 어두운 기색으로 말했다.

“조공은 조공입니다만, 좀 색다른 것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바로 이것이지요.”

조제성은 테이블 위에 듀얼배럴 엽총을 꺼내 놓았다. 조총과는 비교도 안되는 쓸모있는 총이었다. 서부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총이었다.

“드워프들이 제작한 물건입니다. 그들이 생산한 전량을 펜릴 왕국에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것은 이미 제성과 원기간에 이야기가 끝난 것이었다. 운명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적대 신을 끊임없이 견제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것은 싸움을 붙이는 것이었다.

소총의 등장은, 펜릴이 야심을 불태우게 만들 것이고 제일 먼저 공격할 것은 티르 왕국이었다.

북구 신화에는 이런 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아스 신족들은 펜릴의 강함을 경계해서, 그를 속박하기 위해 펜릴을 속였다. 아스 신족인 티르는 안전할 것을 약속하면서 펜릴의 주둥이에 자신의 오른 손을 집어넣었고, 펜릴은 그것을 믿고 자신의 몸을 맡겨서 속박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펜릴은 티르의 오른손을 잘라 버렸다는 것이 신화의 내용이었다.

라그나로크에 풀려난 펜릴은 아스 신족의 장인 오딘을 잡아먹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펜릴이 티르의 오른 손을 물어 끊었다고 되어 있지만, 그가 티르에게 속은 것은 사실이었고, 티르와 펜릴간의 사이는 앙숙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펜릴쪽이 더 컸다.

“소총이 우리의 희망 아니었나요?”

연하가 의문을 표했다. 그녀는 엘프들과 궁술 훈련과 사격 훈련을 병행해서 해왔기 때문에, 소총 기술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굴베이그 왕국의 실정을 보고 내린 결정입니다. 그리고 총기의 한계도 명확하고 말이지요. 연하양의 화살이 가진 관통력은 왠만한 저격용 라이플을 뛰어 넘습니다. 문제는 적의 갑옷입니다.”

“갑옷이요?”

“예. 엘프들은 중갑옷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굴베이그 왕국만 해도 기사들이 갑옷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갑옷은 경량화만이 아니고 가호의 마법까지 새겨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신관인 성기사들이 갑옷을 입으면, 모든 무기로부터 보호를 받습니다. 그래서 총기 테스트를 해봤습니다만, 성역 랭크 3이 넘으면 저격용 소총에 철갑탄이 아니면 뚫리지를 않습니다. 물론 성역 랭크가 -2, 그러니까 다른 신의 성역 랭크 2의 지역에 들어가면 돌격 소총에 벌집이 되어버립니다. 방어전엔 충분히 기대할 만 합니다.”

“그렇다면, 총기를 수출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가요?”

“그게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화약의 생산이 쉽지 않다는게 가장 큰 문제지요. 화약에는 질소가 들어가는데, 자연에는 질소가 충분치 않습니다. 조선에서는 말 오줌을 이용해서 화약을 만들었는데, 결코 쉽지 않았지요. 암모니아를 합성할 수 없으면, 화약의 대량 생산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세계의 기술로는 몇백년 안에는 어림도 없지요. 그리고 이 듀얼바렐은 서부시대 1800년대에 사용되던 물건입니다. 이걸 분석해서 현대식 소총이 개발되는데는 거의 백년은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드워프들이 만들어서 참 예술품스러운 고상한 물건이 되었습니다만, 성능은 공장에서 뽑아내는 것과 달리 형편없습니다. 물론 간혹 아주 좋은 성능이 나올지 모르지만, 그건 복권 당첨확률에 가깝고, 그런 것은 테스트 과정에서 걸러낼 예정입니다.”

“샷건을 든 늑대인간들이 티르와 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건가요?”

“그렇지요.”

“그 총구가 우리에게 향하진 않을까요?”

“향하겠지요. 다만, 그때는 꽤 나중이 될거라고 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짓은 잘 안할테니까요. 그리고 이판 사판이 되면, 탱크라도 사들여 오면 되지 않을까요?”

조제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원기와 나눈 계획 말고도 많은 플랜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지금도 늘려나가고 있었다. 호주를 비롯해서 이나라, 저나라에 대규모 농장을 건설하는 것도, 여차하면 모든 들고 나를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쿠데타가 가능할 만한 작고 가난한 나라였다. 그가 사업체를 키워온 배경에는 도박에 가까운 사업에 뛰어드는 과감함 뿐만 아니라, 실패할 경우를 확실하게 대비해 온 주도면밀함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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