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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61화 (61/497)

61화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가,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가.

적어도 미드가르드의 신들은 인간들 이전에 존재하지 못했다. 인간을 만든 신으로서는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신, 그것이 미드가르드의 신들이었다. 물론 인간의 힘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는 세계수, 유그드락실이 관여했다.

미드가르드의 신들이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특이한 나무였다.

인간의 정신 에너지를 모아들여서 그것을 농축해서 뿜어내는 나무였다. 그리고 이 농축된 에너지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감정과 이성을 얻어 인격을 갖추게 되었다.

신의 가호, 축복, 풍작을 바라는 사람들의 신앙심이 반 신족을 탄생시켰다.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랑하는 이들과 살고 싶다는,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욕구였다.

하지만 인간들은 신에게 그런 좋은 것만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인간들은 축복 뿐만이 아니라, 저주를 원했다.

자신의 적을 저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강렬한 증오와 분노, 이 강렬한 에너지가 아스 신족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미지에 대한 강자에 대한 공포가 신족이라는 이름조차 얻지 못한 거인족을 탄생시킨 것이다.

전쟁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게 만들고, 재산을 불태우고 소중한 것을 빼앗기게 만든다. 증오와 분노, 그리고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증오와 분노, 두려움은 다시 전쟁을 불러일으킨다.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상대를 먼저 공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적국의 사람들을 죽이고, 재산을 불태우고, 가치있는 것을 약탈해오게 되는 것이다.

전쟁은 증오와 분노, 공포를 대량 생산하는 아스 신족과 거인족의 호화 만찬인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 불러낸 재앙인가.’

원기는 프레이야의 기억을 돌아보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적당히 해둬야겠다.’

원기는 프레이야의 지식을 검색하는 것을 중지했다. 프레이야가 남겨준 지식들은 확실히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깊이를 부여해주었다. 그리고 사고의 폭과 깊이가 생기면 생길수록, 전에는 찾거나 받아들일 수 없던 지식들도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식의 급격한 획득을 원기 자신이 따라 갈 수 없다고 할까, 받아들이기 힘들어졌다.

어제까지의 자신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것은 마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것이었다.

‘당분간 지식에 접근하는 것은 중단하는게 좋겠다. 19금, 아니 25금정도로 해둘까.’

프레이야의 지식을 얻는다기 보다는 프레이야의 인격(?)에 침식당하는 느낌까지 들었기 때문에 원기는 과감하게 포기했다.

솔찍히 현 상황에서 생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지식도 없었다. 그런게 있다면, 멸망 직전에 다급히 원기에게 바톤터치를 할 이유도 없었다.

‘아티팩트 제조라. 그건 확실히 끌리긴 하는데.’

미드가르드의 아티팩트들은 랭크가 정해져 있었다. 아티팩트 자체의 효과나 성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 성역의 랭크로 결정되는 것이었다.

아니 성역을 만드는 세계수의 랭크라고 해야 할까.

인간이 살아가는데 적합한 지구와 같은 환경을 만드는데 드는 랭크는 약 1.4 정도였다. 따라서 랭크 1의 성역은 인간이 점차 쇠약해져서 사망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1.4를 넘어서면 좀 더 쾌적해지고, 생명력이 넘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랭크 2를 넘어서면, 일부의 인간들이 특수한 초능력이랄까 이능에 눈을 뜨게 되었다.

물론 성역의 랭크가 높아서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에 산다고 해서, 꼭 원기 왕성하란 법은 없다. 인간은 시베리아에서도 잘 먹으면 잘 지내게 되는 것이고, 아마존에서도 굶으면 죽는 법이기 때문이다.

지구보다 높은 생명력이 있지만, 좀더 헐벗고 굶주려도 잘 죽지 않아서 더 헐벗고 굶주리는 비참한 세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목숨만 질겨졌다고 해야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랭크 3의 성역부터는 물건에도 신성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이 기사와 신관들이 사용하는 무구나 제구였다. 아티팩트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랭크 6부터 진짜 아티팩트라고 불릴만한 대단한 물건들이 만들어진다. 신검들 가운데에는 랭크 9의 성역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었다.

문제는 이 성역 레벨이었다. 실질적으로 최대 성역 랭크는 5에 가까웠다. 이를테면 물이 끓는 온도인 100도와 비슷한 것이다.

물에 열을 가하면 차근 차근 온도가 올라가서 100도까지 올라간다. 그처럼 랭크 5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지였다.

프레이야의 궁전인 세스룸니르가 랭크 5의 성역이었다.

그렇다면, 랭크 6 이상을 만들 수 없는가? 꼭 그렇지는 않았다.

물의 경우 100도에서 끓지만, 불순물을 넣으면 100도를 조금 넘겨도 끓지 않는다. 물론 불순물을 넣는 정도로 얻는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리고 너무 불순물이 많이 들어가면 더이상 물이 아니게 될 터였다.

또 하나의 방법은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강한 압력으로 물을 누르면 물은 100도를 넘어도 증발하지 않고, 액체 상태로 온도가 올라간다. 압력솥의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일시적으로 무리한 힘을 가해서, 성역의 랭크를 올리는 것으로 고도의 아티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대량의 신성력 소모가 첫 번째 문제였고, 그 다음 문제는 랭크 6 이상의 성역이 만들어지면, 미드가르드의 모든 신들이 알아채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고 랭크의 성역은 힘있는 신들만이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의 불씨가 되는 요소이기도 했다.

프레이야가 수천 년 동안 변변한 아티팩트 하나 못만든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굴베이그의 백성들 덕분에 약간의 잉여 신성력이 생겨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감안해서 무리하면 랭크 6의 성역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금 미드가르드에서 그짓을 했다간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다만 지구에서라면 가능할 지도 몰랐다.

‘현세에 존재하는 세계수들을 모조리 제거한다면, 다른 신들은 이곳으로 넘어올 수 없다.’

원기, 프레이야에게는 육신이 있다. 실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신들에겐 육신이 없다. 신관을 통해서 강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신관의 육체라고 해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현세의 좌표를 안다고 해도, 쉽게 넘어올 수 없다. 그들이 넘어오기 위해선 성역이, 성역을 이룰 세계수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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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들을 이용해서 만든 장총과 권총은 생각보다 성능이 좋지 못했다. 현대인들은 수제품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제품들의 정밀도는 인간의 손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드워프들에게 선반을 가져다 주면 근사하게 만들어 주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성능이 좋지 않은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었다.

질소비료와 숯, 황을 이용해 만든 화약도 성능이 좀 떨어졌다.

그 결과 장총의 명중률과 위력은 100미터 정도만 되어도 확연히 떨어졌다. 총신이 완벽하게 곧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권총도 역시 마찬가지로 수제품이라 30미터만 넘어가면, 사람 덩치의 표적도 맞출 수 없었다. 총신에 강선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딱 서부시대 수준이군. 인디언에게 기병대가 발릴 정도의.”

장수한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량으로 돌격소총을 보급해서 전쟁을 시작하면, 장총과 권총 수준으로는 상대할 수 없을 터였다.

초석이라는 재료도 흔치 않은만큼, 질떨어지는 화약도 양산하기는 쉽지 않았다. 말오줌으로 만드는 조선식 화약 제조법 정도는 제공해줘도 나쁠 것이 없었다.

“이거 너무 명중률이 나쁜데요.”

연하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람읽기에 엘프의 감각을 가지고도 표적지에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실력을 의심치 않았다.

그녀가 쏴도 저정도라면, 딱 좋을 정도의 성능인 것이었다.

“이제 펜릴한테 가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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