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60명, 그리고 추가로 1명.
61명이 어렵게 레벨 30을 달성하고 그럭저럭 쓸만한 게임 캐릭터를 육성하는데 성공했다. 몹들의 인공지능 상승 때문에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게임 세부를 잘 알고 있는 장수한이 적절한 조언을 통해서 렙업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엄청난 실력을 가진 엘프 길드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물론 레벨 30까지 무서운 속도로 치달렸다는 소문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서 도시전설화되기는 했다.
격투기 경험자들도 몹들의 실력이 높아서, 20렙 올리는 것도 꽤 오랜시간을 들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20렙 올라가면 근거리 몹들도 스킬을 사용하는데, 이게 일종의 원거리 공격이나 다름 없었다.
숙련된 무술가가 암기를 날리거나 장풍을 쏘는 그런 것이나 다름 없어서, 20렙 이상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그리고 펜릴에게 가는 사신단은 이 61명의 엘프들과 4명의 계약자들이 중심이 되었다.
“굴베이그와 펜릴 사이엔 성역이 모두 이어져 있다는게 다행이로군.”
원기는 북쪽의 조금 험난한 교역로지만, 성역으로 연결되어 있는 길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게임 캐릭터의 특성중 하나가, 신앙 스탯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신성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성역이 없는 길을 가기 위해선 신관을 동행시켜야 했다. 문제는 신관들은 게임 캐릭터처럼 별 문제없이 되살아나는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게임 캐릭터들이 신성력까지 발휘하면 정말 좋을텐데.’
원기는 내심 아쉬움을 느꼈다.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성역을 만들 수 없다는 점 외에도 몇가지 문제를 더 가지고 있었다.
특히 게임 캐릭터들은 하급 아티팩트를 사용할 수 없었다.
성기사, 신관(백마법사), 마법사(흑마법사) 등이 사용하는 하급 아티팩트는 세계수의 가지를 이용해서 만들어진다. 랭크 3이상의 세계수의 가지를 이용해서 만들어지는 하급 아티팩트는 그 소유자의 몸에 뿌리를 내린다. 물론 물질적인 뿌리가 아니기 때문에 보이는 것은 아니다.
뿌리를 통해서 신관이 가진 신성력을 발현시키는 것이다.
증폭하는 효과가 있다기보다는 내부의 신성력을 효과적으로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크고 깨끗한 통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급 아티팩트는 주인을 정하면 완전히 귀속되는 귀속템이라고 봐도 되었다. 주인이 죽거나 연결이 끊기면 평범한 나무가 되어버린다.
성기사들의 경우엔 검 손잡이로 세계수의 가지를 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창을 주로 사용한다. 세계수의 가지가 갖는 특성 중 하나가 강철보다 단단하고 쉽게 부러지지 않지만, 날을 세울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반면 상급 아티팩트, 랭크 6이상의 성역에서 만들어지는 아티팩트는 가지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수 그 자체를 이용한다. 랭크 6 이상의 세계수는 내부에 신성력을 집중시킨 일종의 코어를 생성시킨다.
장수한은 이것에 대해 듣고는 ‘말로만 듣던 영단이구나’라고 한마디로 압축해 버렸다.
이 코어를 이용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상급 아티팩트였다. 자체로 신성력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능력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귀속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신성력이 없는 게임 캐릭터라도 사용할 수 있다. 아니 사용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되었다.
코어의 용도는 아티팩트만이 아니었다.
프레이야를 비롯한 미드가르드의 신들은 다양한 생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영혼이 들어갈 수 있는 육체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감정은 없지만, 이성은 존재하는 영체인 발키리를 만들 수 있었다. 감정과 이성이 공존하는 영체, 소위 신의 씨앗이라는 것을 만들 수도 있다. 물론 발키리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의 씨앗은 신성력의 소모도 막대하지만, 존재력이라고 해야 할까 근본이 되는 부분까지도 소모시킨다는 특징이 있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자신의 일부를 떼어 만든다고 하는게 맞을 수도 있었다. 무에서 영혼을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하루 죽어가는 사람들은 천지였다.
그리고 미드가르드의 신들은 영혼이 필요하면 죽여서 빼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놈들이었다.
육체를 창조하고 영혼을 집어 넣을 수 있다. 이건 엄청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미드가르드의 몬스터들은 모두 미드가르드의 신들이 제 멋대로 만들어낸 것이다. 문제는 몬스터의 육체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분 내키는데로 즉흥적으로 만들어 놓은 놈들이 태반이라, 만약 지구에 보낸다면 며칠 못가서 죽어버릴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몬스터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성역에 넘치는 생명력 덕분이었다. 물론 백골 전갈 같은 것은 이 행성(?)차원(?)에 원래 살아가던 존재로, 미드가르드의 신들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리고, 세계수의 고농축 코어는 말도 안되는 몬스터의 육체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랭크 9의 코어를 이용해서 토르가 해머를 만들었다면, 랭크 9의 코어를 이용해서 펜릴은 거대한 늑대의 육체를 만들었다. 인간의 육체는 미드가르드의 신들이 머무르기엔 너무나 약하기에 거인족들은 고랭크의 세계수를 이용해서 자신들이 깃들 수 있는 거대한 육체들을 만들어 힘자랑하기를 좋아했다.
그나마 신의 품위를 고집하는 아스 신족에 비해서, 공포를 먹고사는 그들은 마수, 마왕, 거인이라고 불리는 쪽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 내단이라는게 나도 참 탐나는데 말이지.’
물론 프레이야는 육체를 가진 특수한 존재라서, 궁그닐이나 묠니르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다가 한방씩 던지는 천벌형 무기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육체를 빠져나와서 다른 육체에 깃들일 수 없으니, 거인이나 마수 같은 육체도 그다지 쓸모는 없었다.
하지만 희연에게 부러지지 않는 신검이나, 말 잘듣는 강철거인, 혹은 뽀대나는 드래곤 같은 몬스터를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몬스터와 신이 깃드는 아바타는 차이가 컸다.
펜릴의 경우, 거대한 늑대의 육체는 평소엔 잠자면서 에너지를 축척한다. 충분히 축척되면 잠깐 타고 나가서 축천된 에너지를 무자비하게 소모하면서 한방 러시를 즐기고 다시 재워놓으면 된다.
몬스터는 주욱 살아있어야 한다. 결국 같은 랭크의 코어를 사용한다면, 마수 아바타와 몬스터간의 성능 차이는 100배 이상이 난다고 봐야 했다.
‘눈앞의 일에 우선 집중해야지.’
원기는 새롭게 편성된 총사대를 보면서 감개무량함을 느꼈다.
무장은 서부 시대 수준의 장총이지만, 고속 기동에 능한 엘프들이라면 충분히 쓸모가 있었다.
그리고 장수한은 다양한 시청각 교재를 통해서, 엘프들에게 총격전에 대한 교육을 시켰다. 그 결과 엘프들은 크게 네파트로 나뉘었다.
람보를 좋아하는 람보파. 활도 쓰고 정글을 누비며 총격전을 벌이는 람보를 좋아하는 엘프들이었다.
코만도를 좋아하는 코만도파. 기본적으로는 람보파와 비슷하지만, 고화력 무기를 때려붓는 전투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른바 ‘충격과 공포’타입이었다.
스네이크파. 솔리드 스네이크나 스피린터셀을 좋아하는 타입들이었다. 엘프들하고 성향이 잘 맞는지도 몰랐다. 엄폐물을 통해 숨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상대가 눈치채지도 못한 상황에서 적을 해치우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소위 윤발파였다. 권총 두자루를 휘두르며, 근접 전투를 벌이는 그런 타입이었다. 전투력은 부족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요인 경호등의 역할에 쓸모있을 터였다.
장수한의 지도하에 서프라이즈 어택이라는 게임으로 팀을 이뤄서 전투를 벌이는데에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 탓일까, 엘프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장총에 대단히 실망하고 있었다. 결국 만들어진 것은 더블 배럴도 아닌 엽총 수준의 무기였다.
“난 역시 바렛이 좋은데.”
“무슨 소리야. 휴대성과 조화를 생각하면 PSG-1이 최고야.”
“난 연사가 가능한 드래그노프가 좋아.”
조제성의 알선으로 실총 사격을 이미 해본 엘프들에게 탄착군도 제대로 형성안되는 드워프제 장총, 장총1호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자, 불만 토로는 그만하고, 모두들 각자 대장 곁에 가서 모인다. 람보팀은 원기군, 코만도팀은 연하양, 스네이크팀은 희연양, 윤발팀은 리디아양이다. 전체 인솔은 원기군이 맡을 거다.”
총사대는 팀별로 1번대부터 3번대까지 나뉘고, 리디아가 이끄는 윤발팀은 근위 총사대로 잠정적으로 결정한 상태였다.
순조롭게 전투 훈련을 마치고 만렙까지 성장한다면, 총사대는 에인페리아들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을 것이었다.
현재는 모두가 동일하게 창검을 장착한 장총1호와 스페스너츠 나이프로 무장하고 있지만, 때가 오면 적성에 맞는 화려한 화기들로 무장하고 미드가르드에 군림할 날이 올지도 몰랐다.
‘그건 그렇고, 저거 모르는 척 넘어가는게 좋을려나?’
원기는 리디아가 만든 게임 캐릭의 모습을 보면서 살짝 갈등했다. 엘프들 가운데는 희연이나 연하처럼 우락부락한 남성으로 만드는 이들은 없었다.
엘프들 기준으로는 우락부락한 남성은 오우거나 마찬가지로 혐오스러운 몬스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가 본모습 그대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실 근육질 남성 뿐만 아니라, 청소년만 넘어서도 남자는 모두 몬스터나 다름없었다. 엘프 남성은 미소년이라기보다는 미소녀 수준의 외모에서 멈추기 때문이었다.
그걸 모르는 몇몇 남학생이 엘프들을 꼬셔 보려다가 된통 당한 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접근조차 거부당했는데, 조금 불량하고 성미 급한 녀석이 어깨를 잡았다가,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았기 때문이었다. 어깨뼈가 부서지고, 무릎이 탈골되고 갈비뼈가 몇대 나갔다.
당연히 난리가 나긴 했지만, 부모가 녀석을 데리고 가서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끊으려고 했을 때는 완전히 완쾌되어 있었다.
“전치 2주는 끊을 수 있겠습니다만, 여학생한테 맞고서 어디 이상도 없는데 진단서 끊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뺨에 난 손자국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지요.”
두들겨 맞은 학생은 억울해서 환장할 노릇이었지만, 어디가서 하소연도 하지 못했다. 그 덕분에 엘프들은 남학생들이 접근이 불가능한 존재처럼 되어 있었다.
인간 남자들을 혐오하고, 엘프로서 엘프다운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캐릭터에 변화를 줄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디아는 캐릭터에 변화를 주었다.
‘음, C는 아닌것 같고, D일려나? 취향인가?’
희연과 연하역시 엘프팀과 게임을 함께한 적이 없었던만큼 리디아를 흘낏흘낏 보면서 말을 아끼고 있었다.
https://lh3.googleusercontent.com/-5UPO3b557p0/TfVnZZYkfaI/AAAAAAAAA0k/DNDrxHfWOag/%2525EC%252597%2525AC%2525EC%252584%2525B12.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