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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69화 (69/497)

69화

에인페리아는 죽어도 부활하는 불사의 존재로 알려져있다. 대부분의 경우 그 말은 맞아떨어지는 편이다.

다만, 극히 일부의 경우 불사의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발키리가 영혼을 가지고 갈 수 없는 경우, 곧 적대신의 랭크 5이상의 성역에서 죽는 경우다. 에인페리아를 동반하더라도 적대신의 랭크 5 이상의 성역내에는 발키리가 들어갈 수 없다.

그리고 적대신의 랭크 3 이상의 성역 안에서 적대 발키리가 에인페리아의 영혼을 인터셉트하는 경우가 그랬다.

기본적으로 영혼에 대한 우선권은 계약으로 묶인 발키리에게 존재한다. 하지만 상대신의 성역안에선 상대신의 발키리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상대 에인페리아에게 사로잡히는 것이다.

에인페리아가 아닌 적에게 사로잡히게 될 경우, 강제로 육체에서 영혼을 끌어내는 일종의 자살 탈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상대 에인페리아가 자신의 발키리를 이용해서 지키게 만들면, 영혼을 강제로 끄집어내는 짓은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혼을 확보할 수 없는만큼, 육체를 재생하는 의미가 사라진다. 에인페리아로서 돌아올 수 없는 영원한 죽음의 길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원기 일행도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살려 보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죽이는 것도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생기는 것은 별로 없고 티르의 적대감만 더 커질 뿐이다.

그래서, 간단한 해결책을 찾았다.

펜릴에게 선물하는 것이었다. 펜릴과 티르는 오랜 적대관계이므로 적어도 펜릴의 환심을 살 수는 있을터였다. 물론 죽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어그로를 끌어모으겠지만, 어차피 돌이키기는 어려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원기는 연하에게 죽음의 창을 맡겼다. 코어와 창을 분리한 상태로 도중에 있는 랭크 2의 신전에 보관하도록 했다. 그렇게 되면 설령 주인이 죽더라도 아티팩트는 주인의 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된다.

나중에 프레이야 여신으로 갈아타고 와서 신성력으로 코어의 주인임을 새겨주면 프레이야에게 종속된 아티팩트가 될 터였다.

죽음의 창까지 펜릴에게 선물로 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원기 일행은 순조롭게 펜릴의 영토에 진입할 수 있었고, 엘프 수송대는 식량 분배를 재개했다.

물론 에인페리아를 다시 보내서 분탕질을 칠 우려는 있지만, 이쪽 에인페리아 전력이 결코 티르의 것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된 만큼, 쉽게 다시 찾아오지는 않게 될 터였다.

펜릴의 왕궁은 마치 게임에 나오는 마왕의 성과도 비슷했다. 우아함이나 세련됨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강함과 잔인함을 연상시키는 살풍경한 힘의 상징으로서는 꽤 효과적인 모습이었다.

세스룸니르와는 비교도 안되는 거대한 성은 펜릴이 가진 강력한 힘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성 안에는 골렘들과 거인들, 괴수들이 보였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펜릴의 성 주변에서 그다지 멀리까지 나갈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넘치는 신성력을 토대로 존재가 가능한 반쪽짜리지만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전차를 가지고 와도 힘들거라는 생각이 드니, 전시 효과는 확실히 먹히는 셈인가.’

일거에 수도를 쳐서 점령하는 그런 전쟁은 힘들 수 밖에 없었다. 그게 가능하려면, 오딘이 가진 발하라 같은 이동 요새가 아니고는 불가능했다.

신화에나 나올법한 괴물이 많다고는 해도, 신성력의 도움을 받지않고 생존할 수 있는 진짜 전력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펜릴의 경우엔 수인족, 특히 늑대인간들이었다.

펜릴의 제국에 있어서 지배자들이자 귀족, 그리고 가장 강력한 전사들이 바로 그들 늑대인간들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들은 정치, 외교 등은 자신의 수하들에게 맡기고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이들의 공포나 절규, 분노 등을 만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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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놈들은 아마도 우리에게 티르와 싸워주길 바랄 것입니다. 들어주는 척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놈들이 얻었다는 아티팩트, 죽음의 창도 꼭 받아내십시오.”

“물론이지. 약한 놈들은 짓밟아 줘야 맛이니까. 얻어낼 수 있는데로 얻어내도록 하지. 그리고 티르와의 전투를 좀 미루는 것도 재밌겠어. 놈들이 티르에게 짓밟히도록 말이지.”

탐욕스럽고, 잔인해보이는 털북숭이 황제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그들의 본성은 짐승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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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는 다시 한번 리디아에게 당부했다.

“내가 안된다는 사인을 내지 않으면, 그냥 무조건 퍼줘. 달라는대로 다 주도록 해.”

“정말 그래도 되는 건가요?”

“그래. 무조건 기쁜 마음으로 상대에게 달라는데로 다 준다고 해.”

원기는 그렇게 리디아에게 일반적인 외교 상식과는 전혀 다른 요구를 했다. 리디아는 그런 원기의 말에 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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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게 그대들이 가져온 무기인가? 재밌는 장난감이군.”

펜릴 왕국의 황제이자, 늑대인간인 블러디 투스, 피의 어금니는 총을 보면서 재미있는 장난감 정도로 인식했다.

“소리가 요란한게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장총을 폄하했다. 성기사나 사제만 전쟁을 벌이는게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한 무기가 될거라는 사실은 그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일단 저희의 예물이니 받아 주십시오. 월 100정, 그리고 총알도 월 1000발 정도씩 제공해드리겠습니다.”

“흥. 겨우 그정도인가? 불쾌하군.”

“총알은 드워프들이나 되어야 만들 수 있을만큼 작고 정교합니다. 그리고 화약은 아시다시피 초석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드워프들을 내놓도록 해. 그리고 총은 월 200정, 그리고 총알은 월 5000발은 내놔라. 물론 그 외에도 필요한게 제법 많이 있지.”

리디아는 그의 말에 원기를 살짝 돌아보았다. 원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요구하시는데로 다 드리겠습니다. 더 필요하신 건 없습니까?”

리디아가 그렇게 말을 하자, 황제는 더 큰 것을 요구할 생각이 들었다. 인육을 즐기는 늑대인간들에게 엘프의 고기도 괜찮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산채로 목을 물어뜯어 숨통을 끊으면서 신선한 피와 내장을 먹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즐거움 중 하나였다.

엘프치고는 육감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는 리디아와 희연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엘프에게선 느껴볼 수 없었던 성욕까지 생겨나는 느낌이었다. 성욕을 채우면서 식욕까지 채우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 한 구석에서 그래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해치우기엔 좀 아깝지. 어차피 언제라도 잡아먹을 수 있는 속국인데, 좀 더 부강하게 만들고 잡아먹는게 더 효과적이지.’

그는 여전히, 아니 아까보다 더 비열하고 탐욕스러워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재상은 황제가 상대를 거덜내서 껍데기만 남길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군. 뭐, 너희들이 그렇게 나온다니 마음에 든다. 총과 총알을 생산하는데 드워프들의 손이 필요하겠지. 그 작고 까다로운 놈들 관리하기도 귀찮으니 드워프들은 그냥 너희가 관리해라. 우리 펜릴 제국 영토 내에도 드워프 노예들이 천 명 가량 있지. 그놈들까지 모두 데려가라. 그리고 총은 월 200정 그대로, 총알은 2000발 정도로 하지. 그리고 현재 식량이 모자라서 위태롭다고 들었다. 상국인 우리가 챙겨주는게 좋겠지. 티르의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마침 우리도 일격을 가하려는 참이었으니. 이번 달 중으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일 것이다. 티르 놈이 너희를 못건드리도록 지르 요새를 우리가 점령할 것이다.”

황제의 말에 재상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가득해졌다. 털어먹는다더니, 갑자기 마구 퍼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디아 역시 상대의 이야기가 황당하게 들렸다.

“저, 죽음의 창은 우리가 받아와야 하지 않을까요? 본래 우리 거인족의 것이었습니다만.”

재상이 당혹감을 못이기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늑대인간들은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의 습성이 강한 종족이라, 황제에 대한 충성심은 강한 편이었다.

원기의 눈짓에 리디아는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물론 죽음의 창도 돌려드리겠습니다. 곧 엘프들을 보내서 가져오도록 하지요.”

“그깟 아티팩트 하나 쯤이야, 녀석들이 갖고 있어도 상관없지. 이미 티르의 에인페리아 둘을 잡아온 녀석들이다. 그것만 해도 꽤 훌륭하지. 그래. 충성 서약을 마치지 않은 사냥부대 중 하나를 너희들에게 주지. 그놈들은 추적의 명수이니 에인페리아가 침입하면 다시 잡아다 우리에게 바치도록 하라. 놈들은 늑대로서의 긍지가 부족한 놈들이긴 하지만, 충성심은 강한 놈들이다. 너희들에게 충성을 맹세하면, 결코 거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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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무슨 생각이신지, 소신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적의 적은 아군이고, 언제든 잡아먹을 수 있는 소국이다. 별미인 엘프들을 맘껏 잡아먹기 위해서라도 놈들이 좀 많이 번식할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지. 돼지는 살찌워서 잡아먹는 법이다. 그리고 저 장총이라는 무기, 제법 괜찮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재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석연치않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황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잘 생각한 거겠지? 그건 그렇고 내가 평소에 그렇게 멀리까지 내다보던 성격인가? 이게 성장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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