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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72화 (72/497)

72화

로이드는 엘프들을 보고 지원 요청을 보냈다. 엘프들은 기본 신체 능력이 인간을 능가하는데다가, 의지로 주변 환경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 전체를 조종한다기 보다는 주변에 존재하는 바람이나 물을 이용하는 일종의 염동력으로 기사단에서는 분석하고 있었다. 어찌되었건 까다로운 능력임엔 틀림없었다.

게다가, 섬기는 타천사와의 링크를 통해서 특수 이능을 깨닫는 자들도 있을 가능성이 컸다.

실제로 로이드는 메타트론과의 영적 연결이라고 할지, 인연을 통해서, 진실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에인페리아라면 무언가 능력을 가지고 있겠지.’

그는 어떻게든 최소한의 피해로,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며 침을 삼켰다. 긴장 때문에 목이 말라온 탓이었다.

최근 수십 년간 미드가르드와의 분란이 없었다. 그런 만큼 적이 과연 어떤 식으로 나올지 도무지 짐작도 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문제는 적만은 아니었다.

‘아군이 때로는 더 무섭지.’

종교는 정신적 가치, 문화와도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그 탓에 템플 기사단조차 소속 국적에 따라서 성향이 크게 달라졌다.

솔찍히 말하면 최악은 미국과 아이리쉬 군단이었다.

영국 국교의 이름으로 신구교도가 모두 오랜 세월 박해를 받은데다가, 아메리카로 쫓겨가기까지 했다. 가장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프랑스는 온건하고, 이태리는 정열적이며, 독일은 이성적이었다.

‘젠장, 독일 놈들도 안심하긴 좀 힘든가.’

이성적인 인간들이 대화가 잘 통하긴 하지만, 대를 위한 소의 희생같은 판단을 숙고없이 내리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기사단 본부에서 이런 초기 사태에 독일측 요원들을 보낼 가능성은 작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아이리쉬 군단도 참가할 가능성이 컸다.

‘젠장, 왜 하필이면 우리나라를 건드려서.’

로이드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템플기사단의 영국 지부는 인원도 적고, 힘도 없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쪽 지부가 인원이나 재원까지 아주 충실한 편이었다.

템플기사단의 경우 가진 신앙이 로마계통이므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했다.

‘게다가 요즘 젊은 것들은...’

템플 기사단의 역사 속에는 엄청난 능력자들이 많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조용히 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초능력이라기보다는 기적이라고 생각해서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살았다.

그리고 로이드와 조금 윗 세대부터 매스컴이 등장하고 세상이 너무나바뀌었다. 그 탓에 로이드의 전세대들도 로이드의 세대를 보면서 혀를 찼다. 슈퍼 영웅물에 오염되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한다고 한심하게 여겼다. 신의 기적을 빌린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가진 초능력이라고 생각하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초능력을 자신을 위해서 써선 안된다는 그런 가치관이 그들에겐 그래도 남아 있었다.

그리고 로이드는 요즘 젊은 것들을 보면서 역시 혀를 차고 있었다. 로이드의 세대들은 그나마 사심이 없었다면, 요즘 젊은 것들은 너무 자기 본위적이고 즉흥적이었다.

자신을 위해서 힘을 쓰는 것을 당연히 여겼다. 그리고 자신들이 기사단의 계율에 얽매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기사단원이 정당하게 힘을 발휘할 때는 힘을 남용한 기사단원을 처벌할 때 뿐이라는 황당하며 비극적인 시대가 된 것이었다.

“로이드. 성검 가져왔어요. 그리고 독일 지부에서 빌헬름이, 그리고 아이리쉬 지부에서 네이슨이 온다는데요. 네이슨이라. 한번 보고 싶었는데.”

레이나의 말에 로이드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가 생각하기엔 정말 최악의 카드들이었다.

빌헬름은 징벌자로서 이름 높은 이였다. 계율을 어긴 자들을 냉철하게 처단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무관용으로 유명한 사내였다. 극히 유능하면서도, 지나치게 철저한 사내였다.

그리고 네이슨은 최강의 능력자로 이름높은 젊은이였다. 기사단 내부에서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불신앙의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천사 메타트론의 힘을 가감없이 이 세상에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 중 하나였다. 그것을 통해서 다시 한번 세상을 그리스도교화 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친구였다.

로이드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이 위험한 녀석으로 간주하고 있었지만, 아일랜드 지부의 젊은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듯 했다.

‘우선 정체를 미리 좀 알아봐야겠지.’

로이드는 조제성을 납치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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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지?”

조제성은 어두운 방 안에서 눈을 떴다. 그의 눈 앞에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은 의자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정체를 감출 의도가 없군. 날 죽일 셈인가?’

“얼마를 원하나? 요구 금액을 말해보게. 가능한 범위에서 달라는데로 주겠네. 그리고 미안하지만 물 좀 주겠나?”

조제성의 대응에 상대방은 피식 웃었다.

“돈을 원한다고 생각하나?”

조제성은 그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안타깝지만 돈을 노린 영리 유괴는 아닌 듯 싶었다.

“원하는게 뭔가?”

“누굴 위해서 일하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해야 하나? 그래. 내 지갑을 위해 일하지.”

그의 답변을 들은 사내는 검을 꺼내 들었다. 검고 예리한 칼날은 제법 살벌해 보였다.

“이 칼은 말이지. 사신이라는 이름이 붙었지. 네 곁에 붙어있는 사신과는 좀 다르지. 네 썩어빠진 영혼을 지옥으로 바로 안내하는 진짜 사신이지. 네가 설령 에인페리아라고 해도, 다시는 살아날 수 없어.”

“에인페리아? 그게 무슨 소리지?”

“아, 그렇군. 내겐 진실을 구별할 줄 아는 눈이 붙어있지. 그리고 자네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도 쉽게 보인다는게 문제야. 자네는 에인페리아에 대해 알고 있어.”

“음. 유괴범인줄 알았는데 미친놈이었나?”

“흠, 조심하는게 좋아. 난 자네를 곱게 죽여줄 수도 있고, 잔인하게 고통을 주며 죽일 수도 있어. 그리고 자네의 발키리는 이미 여기 봉인석에 봉인되어 있지. 죽일 수는 없지만, 묶어둘 수는 있다네. 그리고 자네의 재능이 뭔지는 몰라도, 그것도 이 특수 마법진에서는 발휘될 수 없지.”

조제성은 발 밑을 살펴보자, 확실히 빛나는 마법진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그가 사랑하는 부인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해도 능력 자체가 사라진 것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굉장한 기술이군. 적들을 상대할 때 유용하겠어.’

발키리가 봉인당하고, 특수 능력까지 봉인당했다면 에인페리아라고 해도 방법이 없을 터였다. 이 상태에서 죽인다면, 죽을 수 밖에 없고 죽어가는 도중에 자신이 알아낸 사실도 알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내가 멍청이라면 그렇게 되었겠지.’

조제성은 피식 웃었다. 그는 이런 사태를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발키리에 대해 눈치챈 만큼, 누군가가 추적해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고의로 잡힐 수 있도록 상황을 유도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면, 심문 과정에서 상대가 무얼 모르고, 무얼 알고 싶어하는지는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위해서 게임 캐릭터를 키우고, 일상생활을 대부분 게임 캐릭터로 하고 있었다.

‘그럼 한번 놀아볼까.’

조제성은 상대방이 과연 어떤 신의 수하인지 알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건 그렇고 진실을 꿰뚫는 눈이라면, 서툰 거짓말은 해선 안되겠군.’

조제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라면, 상대방은 방심하고 있었다. 원래 털어놔선 안될 비장의 카드를 너무 일찍 까발린 것이다.

확실히 죽어버릴 자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입이 가벼워지는 법이다.

고문이 동반되면 좀 고달프겠지만, 사랑하는 처자식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감수해 줄 수 있었다. 물론 고문이 너무 심해서 정말 힘들면, 간단히 유체이탈을 선택하면 된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한번 해봐야겠군. 프레이야님처럼 페인 마스터리에 눈을 뜰지도 모르지.’

“자넨 대체 어느신의 사자지?”

“질문하는건 내 쪽이다. 그리고 그깟 마귀새끼들은 신이 될 수 없다.”

‘동감이긴 한데, 프레이야님은 빼줬으면 싶군. 그건 그렇고, 첫 질문부터 대박 터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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