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전투 헬기의 위용
“대체 무슨 일이지? 어떻게 된거야? 미스터 장! 지시를!”
크리스는 당황해서 물었다. 파티 창에서 파티원 표식이 사라짐과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아, 글쎄. 잘 모르겠네.”
장수한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답변했다. 인질을 구출하러 돌입하려니, 구출할 인질이 없었다. 그렇다고 적을 소탕하러 들여보내려니, 적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적으로 돌리지 않을 수도 있는 적을 굳이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로이드!”
레이나가 황급히 심문실로 뛰어 들어왔다. 자욱한 연기와 함께 코트 자락으로 입을 가린 거구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네이슨? 어떻게 된거야? 로이드는?”
“안타깝지만 늦었다. 아무래도 인질을 죽여서라도 입을 막을 셈이었던 모양이야. 미안하구나.”
그런 그의 한쪽 손에는 가슴아래가 송두리째 날아간 로이드의 시신이 들려있었다. 왼 팔목과 머리만 그나마 온전한 모습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시신을 안고 울고있는 레이나를 뒤로 하고는 코트 안쪽에서 그레네이드 런쳐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숲 속을 향해 유탄을 세발 차례대로 발사했다.
“피해! 위험하다!”
크리스의 외침과 함께 엘프들이 산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명이 사망, 두 명이 치명상을 입고 바닥을 굴렀다.
곧 쓰러진 두 명에게 힐링 포션을 사용한 치료가 이뤄졌고 황급히 숲속으로 움직였다.
“저 놈들이, 네 아버지를 죽인 놈들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네이슨은 레이나에게 야시경을 넘겼다. 쌍안경 형태의 나이트 비젼을 통해서 레이나는 숲 속을 움직이는 엘프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네이슨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무전기를 통해 지시를 내렸다.
“에어울프. 출격이다.”
“에어울프 아니라니까. 스트라이크 코만치다.”
스텔스 헬기 코만치, 단 두기만 시작기로 만들어진 다음, 프로젝트가 폐기되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스텔스 헬기의 쓸모는 대단히 많았다.
그때문에 블랙 호크의 스텔스 개량형 검은 헬기(black helo)가 비밀리에 만들어졌고, 코만치도 비밀리에 양산 배치된 상태였다.
그리고 템플 기사단이 보유한 코만치가 단좌형인 C형 스트라이크 코만치였다. 아파치보다 소형인 코만치를 단좌형으로 만들어 무장을 늘인 케이스였다.
“엘프들이 상대라니, 정말 재밌게 되었는걸.”
파일럿 마이클은 열상장비로 엘프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기분 좋은 듯, 조종간을 움직였다. 그리고 개틀링 탄환이 엘프들의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항하지 마! 소용없다! 모두 산개해!”
소총으로 헬기를 쏘려는 엘프들을 말리던 크리스의 가슴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왔고, 곧 눈 앞에 ‘사망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부활해 봤자, 또 죽는 것 밖에는 없군. 또 총에 맞다니, 기분은 좀 더러운걸.’
“요번엔 또 어느놈을 잡아볼까?”
아무리 엘프들의 은신술이 뛰어나도 열상장비를 속이진 못했다. 그리고 움직임이 빠르다지만 미칠듯이 쏟아지는 총알을 피하는 것도 무리였다.
그리고, 마침 그의 눈 앞에 저격총을 들고 자신을 조준하는 엘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 용감한데.”
그는 비웃으면서 개틀링으로 그녀를 노리고 갈겼다. 그 순간, 왠 엘프가 나타나서 그녀를 막아섰다.
바로 희연이었다.
콩을 볶는 듯한 소리라고 해야 할지, 지붕에 우박이 떨어지는 소리를 몇십배로 키운 듯한 소리가 들렸다.
희연이 방패를 바닥에 대고 개틀링포를 아크릴 방패로 막아낸 것이었다. 희연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아크릴 방패는 그녀의 특수 능력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희연이 외치자, 연하가 저격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그 순간 콕핏의 유리에서 불꽃이 튀겼다. 탄환이 정확히 파일럿의 이마 정중앙으로 날아가긴 했지만, 방탄 유리를 꿰뚫을 수는 없었다.
“제법인데? 하지만 현대 무기의 무서움은 아직 모르는군.”
마이클은 피식 웃으며 공중을 선회했다.
“뭐야? 왜 안떨어져? 명중 시킨거 맞아?”
“명중 시켰어요. 안떨어지는걸 어떻게 해요.”
“활 어딨어? 활로 쏘면 떨굴 수 있지 않아?”
“람보 영화를 너무 보신거 아녜요?”
“그럼 어떻게 해.”
“언니가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알아요.”
“쏜데 또 쏴봐. 그냥 죽기도 그런데.”
연하는 그녀의 말에 다시 한 번 저격총으로 상대의 콕핏을 노렸다. 그리고 희연은 방패로 총알을 막아내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헬리콥터에서 로켓탄이 날아왔다.
슈슈슉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로켓탄이 그녀들 주위에 떨어졌다.
폭음과 함께 그녀들의 몸이 불꽃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콕핏의 전면 유리에 다시한번 총알이 튀었다.
“와우. 엘프가 대단하긴 대단한가봐.”
마이클은 열상장비를 통해서, 움직이는 인간 형태를 찾았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다. 사실 이미 그 둘은 산산조각나서 사망한 상태였다.
“재밌어. 아주 재밌어.”
마이클은 그렇게 말하고는 사방으로 흩어진 엘프들을 개틀링으로 사냥하면서 상공을 날아다녔다.
“기분 최고야. 조종을 배운 보람이 있어.”
그는 미친듯이 개틀링을 쏘면서 즐겼다. 인간 이상의 움직임으로 숲을 날아다니듯이 피하는 엘프들이었지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탄환의 비에는 속수 무책이었다.
“로이드! 로이드!”
레이나는 그저 아버지의 시신을 안고 절규하고 있었다.
템플 기사단에는 발키리는 있지만 에인페리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심각한 상처를 입으면, 성배와 성수를 통해서 되살리기는 하지만, 그것도 만 40세까지만 가능했다. 40세를 넘으면 부상이나 질병을 갖게되어도 성배나 성수를 써서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이 규칙이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이별은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해봤다.
“내가 네 원수를 갚아주지. 너도 날 도와다오. 그게 우리 템플 기사단의 사명이기도 하고 말이다.”
네이슨은 그렇게 말하며, 다정하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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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정말 다행이야. 혹시나 내 사랑을 다시는 못보는거 아닌가 내심 걱정했는데 말이지.”
게임 캐릭터라고 해도, 영혼이 담겨있는 만큼 에인페리아를 죽이는 칼에 혹시 당하지는 않을까 불안감이 없지는 않았다.
물론, 발키리들도 게임 캐릭터가 죽을 때, 영혼을 가로챈다든지 할 수는 없다고 알고 있었지만, 혹시 모르는 불안감은 가지고 있었다.
장수한과 조제성, 그리고 원기가 논의를 거듭해서 얻은 결론은, 게임 캐릭터의 사망은 실제로는 사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실체 캐릭터에서 유령 캐릭터로 옮겨가는 것이지, 죽어서 영혼이 빠져 나오는 실체의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결국 게임 캐릭터는 죽는 시늉을 하는 것이지, 죽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세 사람의 결론이었다.
그걸 믿고 행한 것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터였다.
“이래저래, 운이 너무 좋았군. 정말로.”
그는 그의 곁에 선 발키리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네이슨이 로이드를 죽일 때, 발키리를 봉인한 봉인구도 함께 부서졌다. 발키리를 봉인한 봉인구가 조금만 늦게 부서졌어도 로이드를 건질 수는 없었을터였다.
로이드가 죽기 직전, 발키리의 봉인구가 부서졌기에 조제성이 재빨리 로이드의 영혼을 가로채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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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녀석! 대체 무슨 짓을 벌인거냐?”
“섭섭하군요. 영상을 보셨습니까? 엘프들이 어떤 놈들인지?”
“그렇다고 전투헬기를 동원해서 로켓을 날려? 제정신이냐?”
“아크릴 방패로 개틀링포를 막는 놈들입니다. 이미 로이드경을 잃은 상태입니다. 더 이상의 희생을 낼 수는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자중하도록. 전투 헬기의 사용은 더이상 할 수 없을 거다. 이번 사태를 무마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나?”
“그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를 숨기는 것보다, 이 세상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생각합니다.”
“네가 내릴 결정은 아니다. 좀 더 상황을 봐야 할거다. 독일의 템플 기사단원들이 도착하거든 그들과 함께 상황을 파악해 보자. 놈들도 노출되기를 꺼리는 자들이다. 세상에 혼란이 오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추후에 다시 지시를 내리도록 하지. 레이나는 어떻게 되었나?”
“지금은 좀 진정된 듯 합니다.”
“귀환 명령을 내리는게 좋겠지?”
“그건 가혹합니다.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어차피 장례식은 치러야 할테니, 영국으로 일시 귀환 명령을 내리겠다. 장례식 후에, 그녀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지. 독일 팀이 도착할 때까지는 자중하도록 하게.”
화상 통신이 꺼지자, 네이슨은 쓴 웃음을 지었다.
“숨기 급급한 겁쟁이들 같으니라고. 그건 그렇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재주 하나는 끝내주는군.”
시 외곽의 산속이라고 하지만, 민가에서 그렇게까지 떨어지진 않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밤이라고는 해도 전투 헬기가 개틀링을 긁으면서 로켓탄까지 연사했다. 간단히 덮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나온 뉴스는 관광용 헬기가 연료 문제로 공중 폭발해서 폐병원 건물에 추락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시대가 시대니만큼, 트위터를 비롯해서 블로그 등에 휴대용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이 올라왔다.
문제는 그 직후 리턴 오브 코만치라는 코만치 게임 제작 발표와 트레일러 영상이라는게 동영상 사이트들에 올라와 있었다.
게다가 해킹을 통해서 트레일러 영상의 등록이 몇달이상 이전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몇몇 사람이 댓글로 그 사실을 지적하자, 전투를 목격한 이들은 예전에 올라온 게임 동영상으로 낚시질한 거짓말쟁이들이 되어 버렸다.
인터넷 여론까지 교묘하게 이용해서 덮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네이슨은 혀를 찼다. 이정도까지 완벽하게 덮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상관없어. 놈들의 희생도 작지 않았으니, 조금만 자극해도 성대하게 폭발할테니까.’
네이슨은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로이드가 되살아나서, 자신을 도로 죽여 달라고 항변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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