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구출작전
거북 열차는 대단히 거대한 전차의 개념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물론 고성능의 현대식 전차들의 기동성이나 화력을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크고 무겁다고 볼 수 있었다. 달려있는 엔진도 선박용 디젤엔진을 사용해서, 힘은 있지만 순발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조악한 조립품이라고 봐도 될 터였다.
하지만 현대 전차와 현대 병기를 상대할 일이 없는 미드가르드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어떤 공성 병기에도 끄떡없는 움직이는 요새 그 자체였다.
탑승자들 전원이 고수준의 엘프 신관들인만큼, 그들의 신성력 버프를 통해서 거북열차의 방어력이 상승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거북열차 윗부분에는 마치 코끼리 등에 실린 주택 형상의 안장과 같이 망루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 망루는 겉보기는 호화로운 유람용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고도로 정교하게 설게된 벙커였다. 그 위에서 활을 들고 주위를 살피는 엘프들은 여차하면 개틀링포와 RPG-7을 들고 주위를 향해 화력을 난사하게 되어 있었다.
장기적으로 조제성 사장은 거북열차 상부에 포탑을 실을 예정이었고, 아직 포탑의 제조는 이뤄지고 있지않지만, 설계 단계에서 포탑을 실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포탑을 얹기만 하면 거북전차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었다.
뒤에 실려있는 장갑 열차는, 말 그대로 움직이는 금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프레이야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 실제 구조상으로도 장갑열차의 전면은 거북열차의 반대방향을 향해 있었다. 거북열차의 진행방향에 맞춰서 후진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었다. 목적은 단 하나, 여차하면 거북열차와 분리되어 도망치기 위한 것이었다.
본래 장갑열차 내부에는 CDC, 중앙지휘 통제실의 기능을 갖추고 있었지만, 조제성 사장은 그것을 제거해 둔 상태였다. 프레이야의 눈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무전 단말기와 영상 송수신 장치로 각지의 상황을 완벽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비가 있지만, 고의로 완벽하게 봉인해 둔 상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여신의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은 지나칠 정도로 보호할 생각이었고, 그런 조제성의 생각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조제성은 한희연과 총사대 1번대와 2번대를 다크엘프 결사대에게 합류시켰다. 그리고 유연하와 총사대 3번대를 티르의 영역에 침투시켰다. 그리고 펜릴에게 막대한 지원을 해서 티르를 몰아붙이도록 권했다.
유연하와 한희연을 비롯한 총사대에게 당부한 것은 단 한가지였다. 그들이 날뛰면 날뛸수록 프레이야 여신이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리디아는 남미에 남아서 조직들을 통솔하는 임무를 맡겼다. 그녀는 미인계(?)를 이용해서 현지 조직원들을 상당수 심복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템플 기사단을 상대로 시간을 끄는 임무를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레이니를 대장으로 승격시킨 근위총사대를 거북열차에 배치했다. 거북열차에 실려있는 현대 병기들을 활용할 수 있는 인재들은 그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늘에는 ‘에어울프’가 떠 있었다.
물론 진짜 에어울프는 아니고, 에어울프의 기본이 된 벨222기를 사들여서 개조한 기체였다. 에어울프처럼 만들어달라는 주문은 호사가들에게 드물지않게 있었던 터라, 기관포를 비롯한 무장 탑재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물론 헬기 회사측에서는 모형 기관포를 장착해주었지만, 불법 총기 개조업자들을 통해서 만든 개조 기관포로 바꿔 장착한 상태로 미드가르드에 밀반입 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농약뿌리는데 사용하는 흔한 쌍엽기를 고려했지만, 아예 흉내도 내기 힘든 물건이 좋다는 의견에 따라서 헬리콥터를 도입한 것이었다.
템플기사단처럼 아파치나 코만치를 운용할 수 있는 정치력은 없는만큼, 조제성으로서는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한 것이었다. 물론 벨222기를 사서 에어울프로 개조하자는 의견은 장수한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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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능력있는 다크엘프들은 모두 떠나고, 남은 것은 나이든 이들과 갓난 아기들을 비롯한 유아들 뿐이었다.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는 원래 지구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19세기 말, 20세기에 들어와서 생긴 문화라고 봐도 좋을 것이었다. 살기 힘들던 과거에는 아이들은 곧잘 병이나 기아로 곧잘 죽었기 때문에 이름도 붙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엘프들이나 다크엘프들 모두 마을 단위의 공동육아를 행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개별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부족한 편이었다.
특히 갓난 아기들은 피난 길에 쉽게 지쳐서 죽어버리기 때문에, 피난을 견딜 수 있을 만한 조금 큰 아이들부터 데리고 떠난 상태였다.
아스 신족 휘하의 인간들이라면, 아마 피난가지 못할 이들을 모두 자신들의 손으로 죽이고 떠났을테지만, 본래 반족인 프레이의 백성인 다크엘프들은 그렇게 모질지는 않았다.
프레이의 소멸은 다크엘프들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신관들은 모든 신성력을 상실했고, 성역은 급격히 쇠퇴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명력의 감퇴가 닥쳐오면서, 노인들은 차츰차츰 쇠약해져가고 있었다.
촌장인 노스이는 자신에게 닥쳐온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소중한 신인 프레이를 지키지 못했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다.
그 안타까움 때문에, 그는 자신의 죽음을 기꺼이, 아니 마땅히 받아야 할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때, 갑자기 엘프들이 들이닥쳤다.
“모두들 손들어! 저항하면 죽인다!”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전투적이 아닌 것으로 알고있는 엘프들이 보여주는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인 태도에 노스이는 손을 들었다. 어차피 죽을거라고 생각한 만큼, 그다지 두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엘프들이 무기를 들고 쳐들어왔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다크엘프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엘프들에게 투항하러 간 젊은이들은 어떻게 된거지?’
노스이는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진정시키면서도, 샘솟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게 전부인건가?”
엘프들은 마을 노인들의 몸수색을 하면서 물었다. 그 와중에도 집수색을 거칠게 행하는 엘프들이 많았다. 노스이를 비롯한 마을 노인들은 불쾌감과 반감을 강하게 느꼈지만, 분노를 억눌렀다.
갓난 아기들에게 젖병을 물리는 엘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굳이 모욕하거나 죽일 의도는 없어보였다.
‘대체 뭣때문에 저렇게 신경이 곤두선거지?’
엘프들이 신전의 문을 열고, 신전 내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후계자도 없이 프레이가 사라진 만큼 신전을 유지하는 세계수는 완전히 신력을 잃었다. 신관이 왔다고 해서 개종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신력을 다시 발휘하기 위해서는 신이 직접 각인을 새기지 않으면 안되었다.
‘설마?’
노스이는 엘프들의 편집증적인 검색이 갖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프레이야 여신이 실체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다크엘프들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굴베이그 왕국에 프레이야 여신이 등장했을 때, 실체를 가진 여신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들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몇시간 후, 그들은 거대한 거북 괴물이 끄는 수레의 행렬과 엄중하기 짝이없는 엘프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나타난 여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다크엘프들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경계와 반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검색은 프레이야 여신에 대한 열렬한 환영과 감사라는 역효과를 낳았다.
프레이야 여신이 그들을 구하기 위해 정말 어려운 걸음을 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엘프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일주일 뒤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테니 그동안 피난 준비를 마치고 기다려주기 바란다.”
그렇게 자상한 어조로 일러둔 프레이야 여신은 장갑열차에 타고 다시 동쪽을 향해서 이동을 개시했다. 그리고 장갑 열차에 달려있던 수레들 중 하나를 끊어서 마을에 두고 갔다.
거동이 불편한 자들과 이삿짐을 수레에 실어서 돌아가는 길에 챙겨 가기로 약조가 된 상태였다. 신전의 세계수도 다시 살아난 만큼 영역은 줄어들었어도 생활하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신관들의 치료로 상태가 나쁜 이들도 꽤 호전된 상태였다.
게다가, 질좋은 식량과 분유가 듬뿍 주어진 상태였다. 그들은 희망과 감사의 기분으로 프레이야가 돌아와서 자신들을 데려가 주기를 기다렸다.
‘프레이야님이 우리를 편견없이 구해주실 줄이야. 프레이님의 은혜라고 생각해야겠지? 지금 프레이님은 어떤 고초를 겪고 계실까.’
노스이는 다크엘프들을 프레이야에게 의탁하도록 한 프레이와 그들을 기꺼이 받아들인 프레이야에게 감사하면서, 오딘의 아래서 굴욕적인 대우를 받을 프레이를 걱정했다.
그리고 그때, 프레이는 닭에게 무참하게 쪼이고 있었다.
“빌어먹을! 닭을 잡을 수는 있게 되어있는 거야?”
몸치인 프레이에게 입체기동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닭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과도 같았다.
“야, 저 사람 불쌍하지 않냐? 파티라도 좀 맺어주는게 어때?”
“안그래도 여러 사람이 파티에 초대했는데 씹더래.”
“벌써 48시간째야. 로그아웃도 안하고 저러는데, NPC 아닐까?”
물론 프레이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잔치에 초대한다고? 젠장. 열심히 맞아가면서 싸우는거 안보이나? 먹고 놀 틈이 어딨어. 당장 쪼여 죽어가는데. 그건 그렇고 이렇게 고전하는데 같이 싸워주는 놈도 없나. 야박하기 짝이없네.”
자존심 때문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있는 프레이에게는 원통할 노릇이지만, 블러드 라인 내의 미드가르드어 자동 번역기능은 그다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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