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각성의 날
프레이야는 좀 더 실천적으로 자신이 얻은 힘을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 수십 정의 총이 하늘에서 공격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총기류를 아직 내보이지 않고 있는 미드가르드의 현 상황에서 그리 유용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조제성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것은 프레이야의 전투력이 아니라, 안전 그 자체였다. 조제성은 곧 인편으로 특수 제작된 강화 아크릴 방패를 가져왔다.
원래는 발키리가 아닌 엘프 친위대들이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발키리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조금 더 개량이 필요하게 되었지만 나름대로 훌륭한 물건이었다.
일단 투명 강화 유리와 투명 강화 아크릴을 섞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투명하면서도 강력했다. 그리고 형태는 조금 긴 6각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평판이 아닌 불룩 튀어나온 반구형이었다.
가장자리는 금속으로 되어 있어서 은색으로 빛났는데 연결되는 연결부, 조인트가 있어서 조인트끼리 연결을 통해서 큰 방패가 만들어지는 구조였다. 추가로 측면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방패를 겹치는 것도 가능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20장의 방패가 주위를 날아다니고, 그 모두를 연결하면 그리 크지는 않지만 견고한 원형 돔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수비엔 별 문제가 없겠군.’
“멋진 능력이군요.”
조제성도 흡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3장의 방패를 겹치면 대전차 라이플까지도 막을 수 있었다. 방패와 방패 사이의 간격이 넓고, 신성력의 보완을 받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발키리 보완 계획을 사용해 봐야겠네요.”
프레이야는 조제성이 블러드 라인에 발키리를 보내면 자동으로 캐릭터가 생성되게 해놓은 것을 떠올리고 말했다. 무기 사용 기술을 익히면, 방패는 물론이고 검이나 총기의 사용도 가능해질 터였다. 프레이야가 직접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발키리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때, 이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었다.
“아, 그게 문제가 있어서 방식을 바꿨습니다.”
“문제가 있다니요?”
“로그인을 안하면, 로그 오프가 안됩니다. 길드에 가입하려면 레벨 10을 넘겨야하기 때문에 레벨 10까지는 아예 저쪽 세계에서 돌아올 수 없게 됩니다.”
“그건 별 문제가 아닐텐데요?”
“일단, 좋은 것은 아니지요. 레벨 10이 되어서 길드 가입을 해서 빠져 나오게 되면 발키리 상태가 아니라 게임 캐릭터 상태로 나옵니다. 로그 아웃을 안했으니까요.”
“그건, 좀 곤란하군.”
“죽여도 부활하지, 발키리 상태로는 돌아오질 않더군요. 그래서 방법을 찾았는데, 유체이탈이었습니다. 유체이탈을 하면 캐릭터와 발키리가 분리가 되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캐릭터 데이터가 그냥 날아갑니다. 캐삭이라고 하는 상태가 되더군요. 물론 게임세계에선 유체이탈 자체가 불가능한 것 같더군요.”
“캐삭이라, 모처럼 키운 캐릭터가 아깝긴 하지만, 그정도는 감수할 만 하지 않나요?”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렇지요. 발키리칩을 이용하면 로그인 형태로 발키리가 블러드 라인에 접속하는게 가능하더군요. 그 경우엔 필요할 때 발키리가 캐릭터를 동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거울을 통해서 발키리가 들어가면 캐릭이 생성되는 기능은 사라진 건가요?”
“아, 그거 구현하는데 엄청 힘들었던데다가, 추가한걸 복구하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아서, 일단 방치하기로 했습니다. 재미있는 기능이기도 하고 해서 말이지요.”
조제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들의 대화를 오딘이 듣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한국말을 몰랐다.
그의 시선은 두 사람의 대화를 떠나서, RPG-7에 못박혔다. 휘하의 기술자들에게 제조해 보도록 명령을 내렸지만, 그가 아무리 뜯어봐도 불가능했다.
실제로 프레이야의 진형에서도 드워프 장인들이 만들 수 있는 것은 AK-47 드워프 에디션이 고작이었다. 그는 열심히 현대 문물들을 훔쳐보고 베끼려고 노력중이었지만, 진공관 하나 만들 수 없고, 전기의 존재조차 이론적으로 해명이 안된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게다가 말을 모르니, 트리아 여제가 포함된 회의나, 엘프들의 대화를 통해서 훔쳐듣는게 고작이었다. 최근은 트리아 여제의 한국어가 늘어서, 4인 회의를 훔쳐듣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역시 새로 발키리를 얻을 필요가 있군. 티르 놈을 노려볼까.’
오딘은 최근 펜릴과의 싸움으로 타격을 입고있는 티르를 노리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티르와 토르만이 아니라 펜릴, 프레이야의 군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는 만큼, 티르를 몰락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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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에인페리아와 게임 캐릭터의 능력은 닮아 있었다.
블러드 라인을 사들인 조제성 역시 캐릭터의 능력치를 조종해봤지만, 능력치의 최대치가 올라가도 캐릭터의 능력에는 별 변동이 없었다.
에인페리아의 능력이 고르게 우수한 균형형이라고 한다면, 게임 캐릭의 경우엔 능력이 편중될 수 있다는 정도의 차이말고는 없었다.
그것은 인간의 육체 구조를 가지고 발휘할 수 있는 최대 능력에 가까웠다.
일반인의 능력을 1이라고 하면, 단련된 운동선수처럼 육체를 갈고 닦아서 단련하면 약 2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는 단련으로 얻을 수 있는 한계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에인페리아처럼 신의 의지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육체는 약 3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삼국지 같은 게임으로 말하면, 일반인의 평균 지력, 무력, 체력이 50이라면, 뛰어난 인물들은 세 능력중 하나가 100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에인페리아는 세 능력 전부가 150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육체적 능력에 국한되었다. 다만, 에인페리아로 선택되는 인간은 그 육체적 능력을 충분히 끌어쓸 수 있는 영웅적 인물들로 선택되는게 일반적이었다.
게임 캐릭터의 능력이 에인페리아와 극히 유사하게 이뤄지는 것은, 에인페리아의 육체 자체가 수천년의 시간을 거쳐서 만들어진 현실에 구현 가능한 가장 이상적인 육체이기 때문일터였다.
그리고 에인페리아의 능력은 뛰어난 육체 외에 두가지가 더 있었다. 신관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신성력이었다. 육체의 강화, 보호 등이 가능한 일종의 마법력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리고 게임 캐릭터에게 비슷한 것이 있다면, 직업을 통해 얻어지는 스킬이 있을 것이었다. 마법 스킬, 검사 스킬 등은 에인페리아에게 없으면서, 에인페리아의 능력과 비슷하게 맞출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신성력을 통해서 깨어나는 개개인의 잠재 능력, 바로 이능이라고 할 수 있다. 강한 염원과 적성이 맞을때 나타나는 능력이었다. 이것은 영혼이 갖는 힘이었다.
따라서, 게임 캐릭터나 에인페리아나 마찬가지로 갖고 있는 힘이자, 가장 차별적인 능력이기도 했다.
쪼렙학살, 무기사랑, 발광검 등 다양한 이능을 가진 한희연은 에인페리아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전투에 유용한 능력 위주로 각성한 것은 그녀의 무술에 대한 관심과 실력 덕분이고, 다수 능력이 각성한 것은 프레이야 여신의 실체인 원기가 그녀에게 강한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총사대 1번대와 2번대 서른 명의 게임 캐릭터들과 함께 먼저 그렌과 미라엣이 이끄는 결사대에 합류했다.
그렌과 미라엣은 그녀의 합류를 기뻐하며 맞아들였다. 적으로 싸워 봤기 때문에 그녀의 실력을 실감하고 있었다.
뛰어난 전투 센스와 목숨을 아끼지 않는 과감함, 면도날과도 같은 예리한 검격과 대응하기 힘들정도의 민첩함이 그녀에겐 존재했다.
미라엣의 이능 ‘바람의 거인’이 아니었다면 그녀에게 맞설 수단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여보‘를 잡은 적이 있었나? 당한 기억은 많이 나는데.’
분명 초기 전투 당시의 역량은 그렌과 미라엣쪽이 압도적으로 우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희연을 제거하는것은 쉽지 않았다.
‘용자, ’간장‘의 탓인가.’
기적을 부르는 의지와 집념, 헌신적인 투지로 상황을 뒤집는 힘이 그에게 있었다. 적어도 그렌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렌, 미라엣. 너희 둘은 이제 물러나. 반쪽짜리 에인페리아가 나설 상황이 아니야.”
한희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 살짝 짜증이 섞인 것은 프레이야의 원정 때문이었다. 프레이야 여신이 위험을 무릎서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 그렌과 미라엣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는 없다.”
그렌과 미라엣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모습을 본 희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렌과 미라엣은 심장이 멈추는 듯한 위압감에 몸이 굳어버렸다.
프레이를 잃으면서 신성력과 이능을 모두 잃은 그들이 희연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상대가 안되는 이들에게 발동하는 이능 ‘쪼렙 학살’의 제물이 된 것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나아가서 검집으로 그 두사람의 뒤통수를 후두려 패서 기절시킨다음 부하들에게 묶어서 호송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결사대를 지휘하는 다크엘프 신관들은 갑자기 일어난 이변에 놀라서 무기를 쥐려고 들었지만, 희연의 눈빛에 굳어버렸다.
마치 메두사와도 같이 그녀는 눈빛만으로 순식간에 주위를 제압했다.
“미처 피난하지 못한 다크엘프들을 구하러 프레이야 여신님께서 위험을 무릎서고 발걸음을 옮기셨다. 너희는 결사대가 아니라 구조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피난을 늦추는 자들이 있다면, 우리 손으로 제거할 것이다.”
희연이 선언하듯 말하자, 다크엘프들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반수에 가까운 신관들은 죽음으로 프레이에게 받은 은혜를 갚겠다는 결의와 함께 이곳에 와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크엘프들의 남겨져 버려져가는 이들을 구하러 왔다는 소식을 기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너희 신 프레이는 프레이야님께 다크엘프들의 존속을 맡겼다. 그리고 너희는 다크엘프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서 일할 것인가? 아니면 죽음으로 모든 것을 내팽게치고 도망갈 것인가?”
희연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 자신도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확신에 찬 발언이었다. 하지만 전혀 마음에 없는 소리는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융통성이 없었다. 질서를 잃은 힘은 폭력이라고 배우며 자라왔다.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질서를 신봉하고, 융통성이 없는 그녀야말로 기사, 혹은 무사로서 지극히 잘 어울리는 존재인지 몰랐다.
질서의 신봉자, 확고한 신념, 완고함과 사명감, 희연은 한명의 여기사로서 대지에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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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철의 이능이 기억안나시는 분들을 위해...
호철의 이능은 생각만으로 다수의 휘하 유닛(무생물, 생물,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텔레파시로.
생각만으로 유닛들을 자기 몸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뛰어난 능력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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