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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03화 (103/497)

103화 발키리 나이트의 등장

‘역시 예상대로야. 그건 그렇고 저 무지막지한 부활 능력에도 약점은 있군.’

밀레니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희연과 엘프들이 떠나보낸 부하들을 노리는 것을 경계했지만, 그녀의 예상대로 엘프들은 자신들의 진격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여러차례의 교전이 벌어졌고, 그 결과는 밀레니아의 승리라고 볼 수 있었다. 엘프 성기사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들어서 그들의 진격 속도를 늦췄지만, 실질적으로 병력의 손실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검의 여왕은 이제 걱정 안해도 될 것 같군.’

밀레니아는 이미 희연의 능력을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역량차이가 확연한 상대에 한해서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능력에 걸린다는 것 자체가 역량 차이가 확실하다는 증거이므로 편법으로 빠져나가봐야 어차피 상대가 안된다는 점에서 방어 대책은 마땅히 없다고 봐도 좋았다.

하지만, 역량차이를 좁힐 수 있다면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있었다. 기량이 뛰어난 거인 기사들만 선별해서 데려왔지만 약 1/3에 달하는 이들이 희연의 눈빛만으로 얼어붙었다.

밀레니아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면서 토르의 해머로 희연을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희연이 또 나타났다. 정상적인 에인페리아의 부활과는 달랐다. 전선에 다시 투입되는 시간이 너무 빨랐다.

본래라면 어느정도 시간을 두고 나타났겠지만, 밀레니아의 진격 코스와 속도가 위협적이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희연의 눈빛에 제압되었던 이들 가운데 몇명이 제압되는 일 없이 싸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전투에서 밀레니아는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이들에게 신성력이 깃든 무구를 집중시켰고, 희연의 눈빛에 제압되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밀레니아는 마침내 그녀가 든 도리깨로 ‘검의 여왕’을 후려쳐 잡는데 성공했다.

“빠른 부활에 따른 후유증이라, 이게 영구적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건 무리일 겁니다. 뭔가 특수한 능력이라고 봐도 좋겠지요.”

“다행이군. 그보다 진격 속도를 높여야겠다. 적들의 반응을 보면 우리는 적이 두려워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나아가고 있어.”

밀레니아는 그녀의 기사단을 이끌고 빠른 속도로 전진을 개시했다. 토르의 해머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마음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기도 했다.

희연과 엘프들은 더 이상 시간을 끌기 어렵게 되자, 그들의 주위를 얼쩡거리면서 신경을 분산시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밀레니아의 사기를 더 북돋아주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요? 더 이상 시간을 끌기는 어려워요.”

[적들을 거북 전차에 접근 시켜서는 안되는데.]

장수한 역시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 토르의 해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다크 엘프들의 피해에만 신경썼지만, 토르의 해머를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거북 전차라고 해도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아니, 거북전차가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신무기를 준비했네. 곧 그쪽에 도착할걸세.]

조제성 사장이 파티 채팅에 참여했다.

[우왓! 이거 굉장한데요?]

장수한의 감탄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장수한이 보여준 영상을 통해서, 희연은 조제성이 보낸 신무기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그녀가 상상하지 못한 물건이었다.

“로봇?”

조금은 기괴한 형태였다. 상반신은 아름다운 여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하반신은 말의 형태였을텐데, 말 상태의 상반신과 달리 하반신은 커다란 수레바퀴가 둘 달린 고대의 전차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반신이 좀 이상하군요. 앞다리는 말이고, 뒷다리는 바퀴네요.”

[아, 그건 완전한 보행 시스템을 구현하는게 쉽지 않아서 그럴거야. 현재 기술로 그게 가능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아. 그렇지요?]

[첨단 무기 사업에 접촉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조제성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 상체는 인간, 하체는 말의 형태로 4족 보행이면 어떻게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밸런스를 잡기엔 다리의 반응속도가 너무 느렸다. 발키리 칩을 사용하고도 완전한 보행을 구현할 수는 없었다.

중장비 회사를 이용해서 만든 것이니 어쩔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첨단 기업들의 기술을 모두 동원한다면 충분히 2족 보행도 가능할 거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발키리 칩이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일단 이정도면 거인들을 압도할 수 있을 거다. 5미터에 달하는 키가 있으니.]

발키리 켄타우로스형 프로토타입 1번기, 속칭 XVK-01의 등장이었다. 그리고 이 발키리 나이트의 주무기는 거인들이 사용하는 도리깨를 그대로 복제해서 키워놓은 것이었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무기에 자신들이 당하게 되면 그 충격은 꽤 클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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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의 해머!”

밀레니아의 외침에 토르의 해머는 순식간에 날아 들어서 발키리 나이트를 고철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어라?”

희연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로봇의 등장이라는 꿈같은 일에 압도되어 상대방이 토르의 해머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것이었다.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기사의 등장을 본 밀레니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토르의 해머를 청했다.

“이놈이 부활하는 일은 없겠지?”

그녀는 고철덩어리가 된 발키리 나이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발키리 나이트는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만든 기체였다. 개발비와 별도로 생산비는 많이 안들었다고 하지만 가볍게 수억은 되는 물건이었다. 그게 너무나도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성공이다! 데이터를 입수하는데 성공했어!]

파티창으로 들려온 것은 조제성의 의기양양한 목소리였다. 발키리 나이트를 한대 생산하는 비용은 약 1억 5천 가량이었다. 조금 복잡한 중장비 수준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라서 싼 편이었다. 사실 불도저만 하더라도 미드가르드에선 감당할 수 없는 불가사리같은 괴물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어느정도는 신화적 외견이 필요해서 돈을 들여서 만든 것이 발키리 나이트였다.

그리고 이번에 출격한 발키리 나이트는 개발비를 제외한 제작비가 50억이 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하체의 수레 부분에 장착된 고가의 센서 덕분이었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비롯한 각종 관측 장비와 무선 통신 장치가 장착되어 있었다. 토르의 해머가 정확히 어떤 원리로 어떻게 도달하는지를 알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을 감지한 순간, 발키리 나이트는 로켓을 이용한 고속 이동을 실시했다. 약 5미터 가량 움직이는 것에 그쳤지만, 직격 코스를 피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토르의 해머는 마치 유도탄처럼 날아와서 정확히 발키리 나이트의 한가운데에 적중했다. 그리고 깨끗하게 고철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수고했다. 일단 귀환 해. 대책을 마련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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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토르의 해머는 저궤도 위성을 낙하시키는 기술이로군요.”

“저궤도 위성이라고 하지만 최소 200km이상 떨어져 있지. 이번에 측정된 결과로 토르의 해머가 떨어지는 속도는 약 초속 10km야. 이게 정확히 유도되서 회피하는 상대에게 적중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지.”

정지위성 궤도는 약 36000km이상의 높이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이하를 날아가는 위성을 저궤도 위성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미드가르드에는 띠와도 비슷한 저궤도 위성군이 존재하고 있었다.

“초속 10km라면 적어도 20초 전에는 토르의 해머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뜻이네요.”

“그리고 추가로 양날의 검이야. 그 미친 듯한 속도는”

“예?”

“대기권 내에서 초속 4km라면 대부분 깨끗하게 대기와의 마찰로 타버리지. 배가 넘는 속도를 지녔다면 더더욱 그래. 크기도 그다지 크지 않으니까.”

“그럼 어떻게해서 그게 타지않고 떨어지게 되는거지요?”

희연의 질문에 장수한이 잠깐 생각해보고 입을 열었다.

“아마도 신성력으로 보호하는게 아닐까?”

“수한군의 말이 틀리지 않을거야. 그래서 답이 나온거지.”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답이 나왔다는 말에 희연과 수한, 프레이야의 눈이 자연스럽게 그를 향했다.

“바로 이겁니다. 발키리 탄환.”

그가 보여준 것은 조금 굵직한 탄환이었다.

“이 안에는 발키리 칩이 들어있지요. 발키리는 신성력의 결합체. 그리고 약간의 물리력이 있습니다. 이 총알은 발키리를 통해서 유도가 됩니다. 발키리가 이 탄환에 깃들어 가미가제처럼 토르의 해머를 향해 돌격하는 겁니다.”

“고작 그 탄환으로 토르의 해머를 깰 수 있나요?”

“물론 아니지요. 하지만 신성력끼리 충돌하면 토르의 해머를 둘러싼 신성력의 껍질은 벗길 수 있습니다. 그럼 자동으로 대기중에서 타서 없어질테지요. 이 특수 탄환의 속도는 초속 1km이고, 도달 10초전에 쏜다면 약 8km상공에서 충돌합니다. 그리고 그정도 거리라면 신성력의 보호를 상실한 토르의 해머가 타서 사라지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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