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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104화 (104/497)

104화 군수산업 진출

가장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프레이야라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조제성이었다.

그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그러면서도 신속하게 무기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첨단 무기 개발 사업이었다. 레이더를 비롯한 미사일 등, 첨단 무기 기술을 확보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전투기 개발이었다.

조제성이 노린 것은 국가 계약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국가와 계약해서 무기 개발 승인을 받으면, 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기와 관련된 기자재를 수입하고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무기 개발 계획이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유명한 무기로 환상의 스텔스 전투기 YF-23 블랙 위도우라든가, 스텔스 헬기 코만치가 있었다.

시제기로 단 두세 기가 만들어졌을 뿐이고, 비싸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프로젝트가 사장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조제성의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일단 발키리 칩은 대단히 유용한 것이지만, 양산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남에게 팔아먹을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발키리 칩을 사용해서 시제기 두기 정도를 만들어서 정치가들이나 군인들의 혼을 쏙 빼놓은 다음, 장기간 개발에 들어가서 군사 기술을 빼먹다가, 막판에 가서 파토를 내면 되는 것이다.

물론 외관상으론 큰 적자가 나게 되겠지만, 사들일 수 있는 군사 기술과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면 이익은 작지 않을 터였다.

조제성은 빠르게 항공 기술자들을 모아들였다. 그리고 가변형 전투기를 모형으로 제작했다.

가변형 전투기라지만, 팬텀 같은 기체와는 달랐다. 좀 더 복잡한 형태의 날개가 소규모로 움직이는 형태였다. 큼직하고 복잡한 날개를 이용한 헬기와 전투기의 중간에 존재하는 기체라고 볼 수 있었다.

“해리어 같은 기체가 되는 겁니까?”

“조금 더 연료 효율이 좋고, 소형화된 기체라고 할 수 있지요.”

“글라이더에 새의 날개가 달린 듯한 모습이군요.”

“아직은 컨셉 단계입니다. 좀 더 세련된 모습이 될 수 있겠지요.”

“무장도 항속거리도 군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아니로군요.”

“체공 시간이 길고, 적은 연료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합니다. 날개를 접으면 헬기보다 빠르고, 호버링과 활공, 글라이딩이 가능하지요.”

“흠. 차라리 무인 정찰기나 공격기를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요? 글로벌 호크라든가, 프레데터, 드론 같은?”

“하하. 역시 예리하시군요. 아직은 기술력이 부족하고 해킹 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일단 이런 초소형 경전투기 기술이 장기적으로는 무인기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계약서에도 나와있습니다만, 무인 정찰기나 공격기에 대한 기술 역시 국가의 허락없이 사용과 양도가 불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저희도 그부분은 염두에 두고 있지요.”

“그건 그렇고, 계약 조건이 좀 이상하군요.”

“이상하시다면?”

“향후 10년 내에 납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가로부터 받은 투자비용을 연 5%의 복리 이자를 붙여서 국가에 환급하기로 되어 있군요. 굳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을텐데요.”

조제성은 국방위원의 말에 내심 미소를 지었다. 떡밥이 제구실을 하고 있었다. 떡밥이라고 해도 뇌물은 아니었다. 그의 선거 유세 때에 리디아가 조금 협력한 것 뿐이었다. 당연히 그는 리디아에게 보은하기 위해서 조제성에게 지극히 협력적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고, 저를 믿고 밀어주신 분들께 조금의 부담도 드리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조제성은 자신감있는 태도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대단히 정열적이시군요. 일전의 파워드 슈트 개발에도 뛰어드시고, 이번엔 군수 항공 산업까지 뛰어드시다니.”

“실은 그때문입니다. 파워드 슈트 개발에도 군용 센서와 화기 관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니, 그 비용을 좀 떨굴 필요가 있더군요. 아시다시피 의료용 파워드 슈츠쪽은 전망이 어둡지 않습니까.”

조제성의 말에 국방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노인들이나 장애자들을 도울거라고 여겨지던 파워드 슈트 개발은 사양산업이 되어 버렸다. 사이보그 기술과 의료용 안드로이드 개념이 도입되면서, 파워드 슈트보다는 인공의수, 인공의족을 쓰거나 간호용 로봇들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간호용 로봇이라고 해봐야 인간형이 아닌 팔달린 쓰레기통 같은 디자인이었지만, 그걸로도 충분히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이런 조건이라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리디아님께 안부전해 주십시요.”

“물론이지요.”

이로서 조제성은 최첨단 군수 기술에 당당히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숨을 돌릴 겨를은 없었다. 상황은 여전히 일각을 다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토르의 해머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레이더와 화기 관제 장치가 필요했다. 지난번에 사용된 센서들은 민간용 센서들로 성능은 떨어지지 않지만, 요격하기 위해서 무기와 연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플랫폼은 발키리 스콜피온을 사용하면 되겠지.’

발키리 스콜피온은 발키리 켄타우로스와 조금은 다른 컨셉으로 만들어진 전투용 기체였다. 발키리 켄타우로스는 고속 이동 능력을 제외하면 그다지 전투에 효율적이지 못했다. 어차피 인간들을 상대하는데 거인의 덩치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스콜피온이었다. 일단 보행 능력을 확보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복부에 캐터필러를 장치하고, 4쌍의 다리는 그것을 보조하는 역할만 했다. 험한 지형에서는 꽤 도움이 되겠지만, 일반적인 도로에서는 걷는 시늉만 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실질적인 전투는 거대한 두개의 집게와 머리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여기사 형태의 상체가 벌이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꼬리에서는 독액이나 독가스를 분출하는 형태로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토르의 해머를 분쇄하기 위한 활강포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요는 시간이군.’

토르의 해머를 분쇄할 방법은 알았지만, 위성궤도에서 떨어지는 토르의 해머를 요격하는 것은 준비 없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대공포 수준은 아니라도 대물 저격총 수준은 확실히 넘어가는 포가 필요했고, 정확한 사격을 위해서는 레이더와 레이더에 연동해서 사격할 수 있는 조준장치가 필요했다.

거북 전차를 투입한다고 해도 토르의 해머가 있다면 비싼 고철로 전락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피난을 서두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군.’

그는 발키리 켄타우로스의 시작기 2대를 트럭으로 개조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좀 비싸고 효율이 떨어지는 트럭이지만, 발키리의 상반신이 있으니 이삿짐을 싣고 내리는데는 쓸모가 있을 듯 싶었다.

연구 명목으로 구입하기로 한 레이더와 화기 관제 장치가 도착하고 그것을 설치하는 데에는 적어도 일주일은 걸린다고 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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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렌, 미라엣 너희들이 정말 원하는건 뭐지?”

프레이야의 질문에 그렌과 미라엣은 감히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냥 죽어서 이 세상에 이별을 고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크엘프들을 하나라도 더 살리는 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뭐지?”

프레이야는 한숨을 쉬었다.

“다크엘프들을 내 백성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하나라도 더 능력있는 자들이 필요하지. 난 그들을 한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이렇게 나섰다. 그리고 내 소중한 병사들이 한명이라도 더 많은 다크엘프들을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버려가면서 싸우고 있지. 그런데 너희는 어떤 길을 선택한거냐.”

프레이야의 실망감 섞인 말에 그렌과 미라엣은 그저 조용히 서있을 뿐이었다.

‘이 이상은 말해도 의미없는 잔소리가 되겠지.’

“지금 너희에겐 두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내 에인페리아가 되어 다크 엘프들을 구하고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서 떠나는 것이다. 프레이와의 의리를 지킨다고 어디가서 개죽음을 당하건, 자유롭게 살겠다고 다크엘프들을 떠나서 세상을 떠돌건 너희들 마음대로가 되겠지. 너희가 바라는 것은 무어냐. 힘을 되찾아 다크엘프들을 돕는거냐? 아니면 떠나는거냐.”

지금 프레이야가 처한 상황을 그렌과 미라엣 역시 어느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프레이야의 안전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엘프 신관들의 모습이나, 특이한 부활 능력을 이용해서 적들이 진격하는 것을 막기위해 목숨을 내던지듯 싸우고 있는 희연과 엘프 총사대의 모습을 보면서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저희를, 아니 저를 받아 주십시요. 당신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렌이 앞으로 한 발 나서면서 무릎을 꿇었다. 미라엣은 그런 그렌의 모습을 보고 살짝 쓴 웃음을 지은다음 마찬가지로 한쪽 무릎을 꿇고 충성을 약속했다.

“좋아. 그럼 그대들에게 내 백성들의 피난을 맡기겠다. 최대한 빨리 남은 백성들을 끌어 모아라. 단 한 명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라. 너희들도 짐작하고 있듯이, 이 실체화된 육체를 잃는다면 내 존재 자체도 사라질 것이다.”

프레이야는 담담히 말했다. 물론 게임 캐릭터이기 때문에 죽어서 반드시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쉽게 모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못박아 두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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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예상대로로군. 완전한 신의 육체라는 것에는 꽤 큰 리스크가 있었어.”

오딘은 오랜만에 미드가르드어로 이루어지는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반신족 답게 프레이야는 백성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피난민들을 조금이라도 더 건져보겠다고 위험을 무릎서는 모습은 좋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동시에 어리석게도 보였다.

오딘은 프레이야의 육체를 보면서, 내심 부러움도 느끼고 있었던 참이었다. 아스 신족이든 거인족이든 반신족이든 세계수와 공생하는 정신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어디로든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신전의 세계수, 그것도 어린 세계수가 아닌 제대로 성장한 세계수가 있는 곳에만 머무를 수 있었다.

오딘은 천공의 성좌를 통해서 모든 세계수의 눈을 훔쳐서 자유롭게 보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상위 에인페리아의 몸에 빙의해서 움직일 수 있지만, 정신체에게 있어서 육신은 일종의 구속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에인페리아의 육체를 빌려서 움직일 경우에도, 에인페리아의 영혼이 존재하기 때문에 육체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다.

장기간 머무르는 것은 양자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프레이야의 육체는 오딘으로서도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경외감을 불러올 뿐 아니라, 강한 신성력을 가진 육체였다. 마치 세계수와 인간의 육체를 하나로 섞어 만든 듯한 육체였다.

그러나, 그것이 죽음을 가져오는 것이라면 좀 더 고려해 보는 것이 나았다.

‘언제든 궁그닐로 죽일 수 있다는 뜻이 되는군.’

그로인해서 오딘은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프레이야가 세력을 키우는 것은 그런 면에서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프레이야만 노려서 죽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토르 녀석의 묘르닐에 죽음을 당한다면 곤란한데. 어떻게 할까. 개입을 해야 하나?’

오딘은 프레이야를 좀 더 보호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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